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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요가를 배우다, 마음껏 숨 쉬기 위해

중앙일보 2019.03.21 15:00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10)
매트 한장 안에서 나에게 집중하는 특별한 시간, 요가. [사진 unsplash]

매트 한장 안에서 나에게 집중하는 특별한 시간, 요가. [사진 unsplash]

 
얼마 전 우연히 흥미로운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이아림 글 그림, 북라이프), 우선 제목이 매력적이었다. 요가를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한장의 좁은 요가 매트 위에서 호흡을 가르고 균형을 잡으며 몸의 각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매트 밖 세상은 잠시 잊게 된다.
 
‘몸을 움직이자 마음이 말을 걸었다. 어깨 너비의 공간에서 나누는 나 자신과의 대화’라고 적힌 표지 문구도 마음에 들었다. 머리가 복잡할 때면 움직이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기에, 몸을 쓰며 마음에 다가간다는 표현이 이해됐다. 아, 그러고 보니 요가를 했던 게 언제였더라. 임신 중에는 열심히 다녔고, 그 후로도 종종 한두 달씩 수업을 듣기는 했지만 근래 7~8년간은 매트 위에 앉아 본 적이 없다. 
 
매트 위에서 요가 자세(아사나, Asana)로 호흡을 하며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수련을 끝내고 매트 위에 누워 사바사나(Sab, 송장 자세) 자세로 누워 있을 때 코끝을 맴도는 아로마 향과 귓가를 감싸는 명상 음악. 완전히 이완된 상태에서 집중해보는 들숨과 날숨. 다시 요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를 계획한 또 다른 이유는 사춘기 딸아이 때문이기도 하다.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인 데다 핸드폰과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요즘 들어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어려서부터 좋은 자세가 습관이 되어야 체형도, 건강도 지킬 수 있는 건데. 이번 기회에 딸과 요가를 같이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깨, 허리, 고관절, 다리가 뭉치고 뻣뻣한 중년의 엄마와 달라진 체형에 적응하지 못해 가슴을 못 펴고 움츠린 채 다니는 사춘기 딸의 요가 타임! 괜찮은 커플 운동 아닌가. 어색해하는 딸을 데리고 집 근처 요가학원으로 향했다. 우리를 맞이한 선생님은 딸과 같이 수업을 듣는 건 좋은 생각이라고 격려했다.
 
정말 오랜만에 요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사진 unsplash]

정말 오랜만에 요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사진 unsplash]

 
“어머니 나이의 중년여성들은 일반적으로 골반 쪽이 많이 틀어져 있거나 불균형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교정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하체의 혈액순환도 잘되니까요. 따님은 지금부터 요가를 꾸준히 접한다면 바른 척추를 가질 수 있고,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도 높아질 거에요. 두 분 모두 몸과 마음의 균형이 중요한 때이니,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꾸준히 해보세요.”
 
하타요가, 아쉬탕가요가, 빈야사요가, 아디다스 등 학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요가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는데, 딸과 함께 방문한 그 시간은 핫요가 타임이었다. 고관절도 뻣뻣해지고 하복부에 지방이 많아졌다는 나에게 선생님이 특별히 추천한 클래스였다.
 
“핫요가는 높은 온도에서 아사나를 하게끔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서서 하는 밸런스 동작, 하체 강화 동작, 엎드려서 하는 척추 강화 동작, 앉아서 하는 유연성 강화 스트레칭 동작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요가를 처음 시작하는 여성들이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자세들이 많아요. 두 분께 핫 요가를 추천합니다”
 
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딸 아이가 내 귀에 속삭였다. “엄마, 얼마나 어려운 동작이면 ‘핫요가’겠어. 나 못 할 것 같은데…” 긴장한 딸의 이야기에 웃음이 났고, 그렇게 첫 수업을 시작했다.
 
요가는 산스크리트어로 ‘제어’, ‘합일’ 등의 뜻을 가지는 힌두교의 종교적 수행방법의 하나다. 몸과 마음을 결합하고 조절하여 자아와 건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보면 된다. 학파에 따라 여러 가지 수행법이 있는데, 수련의 과정과 강도와 효과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요가 자세, 아사나로 수련을 한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이 잠깐 나를 불러 세웠다. “수고하셨어요. 따님과 같이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네요. 집에서라도 틈틈이 할 수 있는 요가 자세 몇 가지 알려 드릴게요. 우선 ‘견상 자세(Downward Facing Dog)’를 해보세요. 요가 수련할 때 많이 하는 자세인데요. 개가 기지개를 켜는 자세와 유사하여 붙여진 이름이에요. 혈액순환과 스트레칭을 통해서 숨은 라인을 찾아주고 피로회복, 척추교정, 근력강화, 머리를 맑게 해주는 등 큰 효과를 가지고 있는 동작입니다."
 
견상자세는 모든 요가에서 많이 쓰이는 자세이다. [사진 unsplash]

견상자세는 모든 요가에서 많이 쓰이는 자세이다. [사진 unsplash]

 
동작은 다음과 같다. 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무릎은 직각으로 굽혀 엎드린다. 이때 손목을 어깨 아래에 두어 허벅지와 함께 바닥과 수직이 되도록 하고 발끝을 세워 바닥을 힘껏 누르며 아랫배를 납작하게 넣는다.
 
이 자세를 요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인 ‘테이블 자세(Table Pose)’라고 하는데, ‘견상 자세’ 역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숨을 내쉬며 엉덩이를 들어 올려 팔꿈치와 무릎을 펴 발뒤꿈치를 바닥으로 꾹 눌러준다. 손바닥을 밀며 어깨를 좀 더 펼치며 꼬리뼈를 천장 쪽으로 당겨 종아리와 허벅지, 무릎 뒤쪽에 자극이 오도록 끌어올려 준다. 시선은 무릎 사이 또는 배꼽을 바라본다.
 
“‘견상 자세’를 할 때는 손목과 어깨에 체중을 실으면 안 돼요. 손가락은 마디마디 펼치고, 손바닥은 부채처럼 활짝 펴 매트를 밀어내며 귀와 어깨 사이의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주세요. 가슴과 어깨를 바닥으로 지그시 낮춰, 무게중심을 발뒤꿈치 쪽으로 싣고, 발바닥이 바닥에 닿지 않는 경우 무릎을 살짝 굳혀서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눌러줍니다. 또 중년 여성들이 하면 좋을 자세로‘비둘기 자세’, ‘소머리 자세’, ‘나비 자세’ 가 있는데요. 골반을 집중적으로 스트레칭해주고 유연하게 만들어, 틀어진 골반을 교정하고 하체 혈액순환에 도움을 줍니다.”
 
‘비둘기 자세(Pigeon Pose)’는 엉덩이와 허리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고 하체 바깥쪽 근육의 유연성을 길러주는 자세이다. ‘테이블 자세’ 상태에서 오른 다리는 무릎을 접어 종아리를 가로로 눕힌 채 앞쪽에 두고, 왼발은 발등이 매트 중앙에 닿도록 멀리 뻗어 앉는다.
 
오른쪽 골반을 바닥에서 약간 들어 올려 뒤로 밀듯이 옮기고 왼쪽 골반은 앞으로 내밀어 양쪽 골반이 나란히 정면을 향하게 한다. 왼쪽 다리를 구부려 올리고 왼손으로 발목이나 발등을 잡는다. 시선과 가슴은 정면을 향한다. 골반의 위치를 유지하고 팔꿈치를 바닥에 놓으며 상체를 숙인다.
 
 
‘소머리 자세(Cow Face Pose)’는 왼 다리 위에 오른 다리를 얹은 뒤 무릎이 서로 맞닿도록 다리를 교차하여 앉는 것으로 시작한다. 손으로 발바닥을 눌러 고정하고 골반을 바닥에 밀착하며 척추와 어깨를 곧게 펼친다. 복부에 힘을 채우고 상체를 천천히 숙인다. 엉덩이와 허벅지, 발목을 스트레칭하며 하체 혈액 순환에 효과적이다.
 
수업에 못 가더라도 TV 앞에서, 침대 위에서 시간 날 때마다 이 자세들을 해보았더니 다리가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요가수련은 이렇게 매트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요가가 좋은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다는 점이다. 호흡만 잘해도 마음이 편해지고, 몸의 긴장이 완화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하루에 한순간도 내 호흡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요가 시간은 마음껏 숨을 쉬는 호흡의 시간이기도 하다. 마침 위에서 언급한 책에서도 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숨은 마음의 투영이다. 초조함에 숨이 가쁘고 다급함에 숨넘어간다. 쫓지는 마음에 숨이 막히고 놀란 마음에 숨이 멎는다. 그리고 구원된 마음에야 비로소 숨이 트이는 것이다’ 이렇듯 마음을 반영하는 게 숨인데, 큰 숨을 내쉴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요가는 나에게 힐링 타임이다. 내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은 수련할 수 있는 호흡법으로 정뇌호흡과 교호 호흡을 추천했다.
 
“정뇌 호흡은 카발라바티 호흡이라고도 불립니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호흡으로 머리에 막혀 있던 혈액의 흐름이 왕성해지고 산소 공급이 원활해져 뇌 건강을 지킬 수 있어요. 복부를 단단하게 만드는 복벽 강화에도 도움을 줍니다. 들숨엔 들이마시면서 배를 팽창시키고, 날숨엔 복부를 수축시키면서 강하고 빠르게 숨을 뱉는 겁니다. 이것을 20~30회 반복합니다. 
 
들숨과 날숨, 요가를 하는 동안에는 숨을 제대로 쉬는 것 같다. [사진 unsplash]

들숨과 날숨, 요가를 하는 동안에는 숨을 제대로 쉬는 것 같다. [사진 unsplash]

 
교호 호흡은 불균형하고 흐트러진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바로잡아주는 호흡법입니다.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도와주며, 마음이 편안해지죠. 앉은 상태에서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구부려 손바닥에 붙인 후 엄지로 오른쪽 콧구멍을 막고 왼쪽 콧구멍으로 숨을 내쉽니다.
 
다시 왼쪽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약지 손가락으로 왼쪽 코를 막고 잠시 숨을 멈춥니다. 그리고 오른쪽 콧구멍을 막고 있는 엄지손가락을 풀어 숨을 내쉽니다. 이것 역시 20~30회 반복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서인지 하루가 일주일이, 아니 일 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고도 말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포즈(Pause), 잠시 멈춤이다. 
 
한 시간 남짓 매트 안 작은 세계에서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는 멈춤의 시간은 몸과 마음은 물론 외부와 나 자신의 균형과 이완을 찾아가는 즐거운 방법이다. 나를 회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고, 시간을 회복하는 이 시간을 이번에는 딸과 함께 가져봐야겠다. 나마스떼(Namaste, 당신 안에 있는 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도움말=ST 요가 지현 선생님
참고자료=『8주에 완성하는 홈 요가』(이유주 지음, 김영사)
 
김현주 우먼센스 편집국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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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김현주 우먼센스 편집국장 필진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 전 코스모폴리탄 편집장, 현 우먼센스 편집장. 20~30대 여성으로 시작해 30~40대 여성까지, 미디어를 통해 여성의 삶을 주목하는 일을 25년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나이 또래인 50대 '갱년기, 중년여성'의 일상과 이들이 마주하게 될 앞으로의 시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더오래’를 통해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호르몬의 변동기인 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모색하며 동년배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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