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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대는 아이 손찌검한 엄마, 미안하다 말해야 할까

중앙일보 2019.03.21 13:00
[더,오래] 서영지의 엄마라서, 아이라서(15)

얼마 전까지 아침마다 내가 급한 마음에 입혔던 옷과 아이가 입고 싶은 옷이 달라 투덕거리곤 했다. 그래서 아예 전날 옷을 고르고 자거나, 내가 포기하고 본인이 입겠다는 옷만 입힌다. 요즘엔 긴 원피스에 꽃무늬, 스타킹을 선호하고 머리는 절대 묶지 않는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이나 만화 주인공이 머리를 풀고 있는 게 예뻐 보이나 보다. [사진 서영지]

 
이전 어린이집에 다닐 때 아이와 나는 아침마다 전쟁을 치렀다.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해야 하는 나는 항상 마음이 급했다. 아이는 준비할 때 늘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핑계를 대자면 마법처럼 매일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 늘 생각한 시각보다 늦게 출발하게 됐다.
 
하루는 늦게 일어난 데다 회사에서 오전 회의가 있는 날이라 마음이 더 급했다. 아침 1~2분이 얼마나 소중한데 아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옷이 마음에 안 든다’며 옷을 벗지를 않나,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머리를 죄다 풀며 5분, 10분을 낭비하고 있었다.
 
‘참을 인’ 자를 새기며 겨우 참고 있는데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이번엔 신발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징징거렸다. 결국 나는 폭발하고야 말았다. 괴물로 변해 소리 소리를 질렀다. “그냥 아무거나 신어! 아까부터 늦었다고, 오늘 엄마 회의 있는 날이니까 도와달라고 부탁했잖아! 왜 아침마다 투정이야! 엄마 혼자 매일 땀까지 흘리면서 바쁘게 준비하는 거 안 보여? 엄마 늦었다고!”
 
내가 폭발하자 아이는 눈치를 보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엄마, 죄송해요”라고 했지만 나는 여전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분노를 통제하지 못했다. “너는 엄마가 너 때문에 매일 늦고 회사에서 혼나면 좋아?”라고 소리치며 아이의 어깨를 검지로 슬쩍 밀었다. 손이 앞으로 나가는 순간 ‘아차’ 싶었는데 이미 내 손가락은 아이의 어깨를 민 뒤였다. 아이는 놀라며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엄마, 잘못했어요, 어, 엄마, 사랑해요.”
 
‘이런….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후회해도 늦었다. 이미 저지른 행동이고 회의 시간도 이미 간당간당했기에 일단 아이를 달래 부지런히 움직였다. 회사에 도착해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내가 처음으로 안 좋은 방향으로 아이에게 손을 댔구나 싶어 죄책감에 눈물이 났다.
 
종일 미안한 마음과 불안감에 시달리다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집으로 달려갔다. 퇴근길에 아는 상담사 언니에게 오늘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조언도 구했다. 언니는 아이의 감정을 들어주고 엄마 얘기는 뒤에 조금만 하라고 했다.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아이와 인사한 뒤 얘기 좀 하자고 했다. 오늘 아침에 엄마가 밀어서 기분이 어땠는지 묻고 엄마도 종일 미안했다고도 얘기했다. “엄마가 그렇게 해서 속상했어”라고 말했던 아이가, 미안하다고 하자 딴짓을 하며 “괜찮아”라고 한다. ‘어쭈, 엄마를 위로하는 건가?’ 싶어 “우리 딸, 엄마 용서해주는 거야?” 하고 끌어안는데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말이 내 마음을 때린다. “응. 대신 앞으로는 그러지 마~”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도움말: 배혜경 한국미술심리치료협회 교수위원(전문예술 심리상담사)
 
아침마다 등원시키기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제 말을 잘 듣게할 수 있을까요?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사진 pakutas]

아침마다 등원시키기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제 말을 잘 듣게할 수 있을까요? (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사진 pakutas]

 
아이를 밀었어요. 제가 왜 그랬는지 너무 후회되는데 이미 엎지른 물이고…. 이번이 처음이라도 제 폭력적인 행동이 아이한테 큰 영향을 미치겠죠?
아이에게 손을 대는 행동을 폭력이라고 이미 인지하고 있다면, 너무 큰 죄책감을 갖지 않기를 바랍니다. 실은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고도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돌아보지 않는 것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요인이 됩니다. 하지만 어떤 때 엄마가 마음이 급해지다 못해 화를 표현하는지 잘 생각해보고, 다음번에 그런 일이 생길 때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의 구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부터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었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마음의 상처를 쉽게 받을 수도 있지만, 엄마의 미안한 마음과 따뜻한 공감이면 그 상처를 덮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한테 많이 미안해서 사과해야 하는데, 또 어디서는 부모가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해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럴 경우 어느 수준에서 미안한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 건가요?
아이에게 사과해야 할 때는 간략한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엄마가 아이에게 미안할 때 자신이 왜 그랬는지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지만, 아이들의 집중력은 짧고 아이 자신도 아팠다는 얘기를 더 하고 싶을 것입니다.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은 아이의 입장에서도 배울 점입니다. 다만 미안함을 너무 많이 자주 표현하지는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이가 ‘반복된 잘못이라도 사과만 하면 된다’라고 잘못 받아들인다면 자칫 부모의 권위가 흔들릴 수 있으며, 향후 아이 양육에 더 어려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부모가 양육과정에서 아이에게 미안함을 빈번하게 느끼고 있다면, 마음에 걸릴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또는 이유를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 어쩔 수 없어 벌어지는 일이라) 아이에게 미안하고, 잘 키우고 있는지 확신이 없다는 생각에 삶이 지치고 가라앉는 기분이 든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엄마로서 할 수 있는 마음을 다하고 있다면 완벽하지 않은 것 같은 양육에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자신을 다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방식의 양육이든 장·단점이 있고 아이와 엄마가 세상을 보는 눈이 긍정적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아침마다 준비시켜 등원시키고 출근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아이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나이도 아닌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제 말을 잘 듣게 할 수 있을까요?
아이와 함께 준비하는 출근이 얼마나 바쁠지 그려집니다. 아침마다 전쟁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면 말을 알아듣고 씻고 옷 입는 등의 일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아이는 늦었다는 것이 얼마나 조급한 일인지, 늦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아침에 뭔가 엄마가 정신이 없어 보인다는 느낌과 함께 불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고, 또는 화가 난 것 같은 엄마의 모습에 긴장감이 생겨서 자신의 할 일에 잦은 실수가 생겨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은 엄마가 왠지 나를 미워하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들 것입니다.

아이를 움직이려면 아이가 관심이 있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마음이 급하겠지만, 눈을 떴을 때 3분 정도만 시간을 내어 침대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딸을 꼭 끌어안고 ‘딸! 오늘 엄마가 너무 늦었는데 엄마는 재미있고 빠르게 준비하면 좋겠어. 그래서 오늘 누가 빨리하나 시합을 세 번 할 건데, 이기는 사람이 이번 주말에 하고 싶은 놀이 정하기! 어때? 준비됐어?’라고 얘기하며 게임처럼 아침준비를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불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읽어서 빠르게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미취학의 아이라면, 불안정한 환경에서 마음만 어른인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를 배려가 깊다, 역시 큰딸(또는 큰아들)이라 듬직하다고 얘기하겠지만 아이가 아이답지 않은 시기를 보내는 것은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 사연을 받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아이를 키우면서 닥쳤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냈거나 아이의 마음을 잘 다독여준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아이와 관련한 일이라면 어떤 주제라도 좋습니다. 그 이후로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 그 사건을 겪으며 느낀 생각과 깨달음, 그로 인한 삶의 변화 등을 공유해주세요. 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선배 엄마의 팁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영지 기자의 이메일(vivian@joongang.co.kr)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실 때는 이름과 연락처를 꼭 알려주세요. 사진과 사진 설명을 함께 보내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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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지 서영지 더,오래 팀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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