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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만 150억인데···이희진 '부가티 20억 판매' 왜 놔뒀나

중앙일보 2019.03.21 11:00
지난달 25일 이희진의 동생 이모씨가 판매한 흰색 부가티 베이런 그랜드 스포츠 차량. 현재 경기 성남시의 한 중고 슈퍼카 매매업체에 전시돼있다. 남궁민 기자

지난달 25일 이희진의 동생 이모씨가 판매한 흰색 부가티 베이런 그랜드 스포츠 차량. 현재 경기 성남시의 한 중고 슈퍼카 매매업체에 전시돼있다. 남궁민 기자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던 슈퍼카 '부가티 베이론'은 동생 이 모씨가 대표로 있는 D업체 소유의 자산이다. 이씨 형제 등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D업체는 벌금 150억원을 선고받았으며 해당 금액만큼 ‘가납’ 명령이 내려졌다. 벌금을 내기 전까지 D업체가 자신의 자산을 함부로 처분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부가티 베이른은 20억원에 판매가 되고, 5억원의 현금은 부모의 집에 있을 수 있었을까.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징제도의 허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사 단계에서 검찰은 이씨 형제의 재산을 추징보전 청구했고 법원은 형과 동생에게 각각 청구된 약 66억원, 61억원의 추징금을 받아들였다. 이씨 형제의 재산은 보유한 청담동 부동산을 포함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추징을 할 수 있는 금액은 ‘범죄로 인해 발생한 수익’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이씨 형제의 재산 중 ‘범죄로 인해 발생한 수익’을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당시 이씨 형제의 부동산 등에 근저당이 많이 설정돼 있어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했다.
 
결국 동생 이씨는 자기 명의의 빌딩을 팔아 61억원의 추징금을 완납했고 추징이 해제됐다. 1심 판결에서도 동생 이씨는 형이 고용한 일종의 ‘월급사장’이었다는 이유로 벌금 100억원이 선고 유예됐고, 형과 달리 추징 처분을 받지도 않았다. D업체가 벌금형을 받기는 했지만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집행되지 않는다. 피해 회복이 되지 않고 있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피해자모임 측에서는 이씨의 주식 사기 행위로 인한 피해액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법원은 확정판결 전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방지하고자 가납 명령 제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소유 재산을 가압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파는 데 제약이 없다. 고법의 한 판사는 “벌금을 갚지 않고 가납 상태의 자산을 매매하면 ‘강제집행면탈죄(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매각하는 행위에 적용되는 조항)’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매매 자체가 이뤄지는 것을 아예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동생 이씨는 보석으로 석방되자마자 지난해 말부터 부가티 베이론을 판매할 방법을 알아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가티 베이론 판매 대금 20억원 중 5억원을 현금으로 부모에게 보낸 점을 두고 향후 압류될 수 있는 재산을 줄여 차명으로 보유하려 했던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추징 제도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범죄수익은닉처벌법상 추징은 징벌보다는 범죄 수익에 대한 이익을 박탈하는 성격에 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자기 소유의 차량을 팔았더라도 그 차량을 범죄 수익으로 산 것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추징하기 어렵다. 게다가 범죄수익은닉처벌법에 따르면 “추징의 요건에 해당하는 재산이라도 이를 추징할지는 판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돼 있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추징 제도가 너무 어렵고 두루뭉술하게 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일반적인 국민 법 감정에 안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이씨 형제의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보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씨 형제의 사기 행위로 인한 한 피해자는 “당시 검찰이 이씨 형제의 범죄 수익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추징보전을 청구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며 “이씨 형제의 범죄 내역을 면밀히 분석해 차명 재산이나 숨겨진 주식 등을 찾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는 “법적으로 추징할 수 있는 대상이 한계가 있다 보니 그렇게 됐던 것”이라며 “이씨를 봐주거나 소극적으로 수사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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