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도 두 동강…“홍수·가뭄 대비” “시궁창 냄새 어쩌나”

중앙일보 2019.03.21 00:06 종합 4면 지면보기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영산강 죽산보. 환경부 4대 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경제성 평가를 거쳐 죽산보 등 3개 보를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4대 강 보의 가뭄 ·홍수 예방 기능과 수질 개선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영산강 죽산보. 환경부 4대 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경제성 평가를 거쳐 죽산보 등 3개 보를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4대 강 보의 가뭄 ·홍수 예방 기능과 수질 개선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환경부가 내놓은 금강·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을 놓고 전문가들도 나뉘고 있다. 환경부 제안을 비판하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전문가도 있다. 취재 과정에서 접한 전문가 중에는 신분 노출을 꺼리는 경우도 많았다.
 

정치 휘말린 4대강 보 <하>
좁혀지지 않는 4대강 보 이견
“엉터리 경제성 평가로 해체 판단”
“외부 의견 폭넓게 듣지 않아”

“보가 물길 막아서 녹조 계속 발생”
“영산강 빼곤 농업용수 안 부족해”

한 수자원 전문가는 “지속 가능한 물 관리가 정부의 정책 목표가 돼야 하는데 정책 수단에 불과한 4대 강 보 해체를 정책 목표인 것처럼 밀어붙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수자원 전문가는 “자연성을 회복하는 게 목표라면서도 경제성 평가 결과, 즉 편익/비용 비율에 따라 어떤 보는 남겨두고, 어떤 보는 해체하겠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정부의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수문 개방에 따른 수질·생태 변화를 모니터링할 때 선정한 평가 항목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4대 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이하 기획위)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어떤 항목에 대해 평가할 것인지 외부 전문가들 의견을 폭넓게 듣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기사
 
비판이 힘을 얻으면서 환경부에 대한 역공도 벌어지고 있다. 과거 MB 때 4대 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을 맡았던 심명필 인하대 명예교수는 “엉터리 경제성 평가를 바탕으로 보를 해체한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심 교수는 “4대 강 사업 때 강을 준설하면서 더 많은 물을 담아 활용할 수 있게 돼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는 효과가 있는데 경제성 평가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실제로 환경부 기획위 소속 전문가들은 보를 해체하면 지하수 이용에는 다소 문제가 생기겠지만 순수하게 보에 가둔 물을 이용해 보의 물이 줄어든 경우는 없기 때문에 가뭄 대비 효과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일부 전문가는 4대 강 사업 덕분에 수질이 더 좋아졌는데도 환경부가 이를 숨긴다고 주장한다. 환경부도 4대 강 사업 때 하수처리장의 총인(TP) 처리시설을 확충하는 등 3조원 이상을 수질 개선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분에 적어도 일부 항목에서는 수질이 좋아졌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보로 인해 물길이 막히고 체류 시간이 늘어나 녹조가 계속 발생하는 만큼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4대 강 사업 반대 운동을 주도해온 대한하천학회장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녹조가 발생하고 강바닥에는 뻘이 쌓여 시궁창 냄새가 나는 만큼 보를 해체하는 게 맞다”며 “강변에서 농사 짓는 분들은 보 해체를 우려하지만 그 부분은 정부가 준비하는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4대 강 사업 전에는 본류 주변에서 물이 말라 농사를 못 지은 적이 없었다”며 “오히려 사업 후에 지하수위가 올라가는 바람에 수박 농사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현 인제대 토목도시공학부 교수는 “영산강은 농업용수가 일부 부족하지만 한강·금강·낙동강은 농업용수가 부족하지 않다”며 “강에서 가져가는 농업용수는 결국 상류 댐에서 오는 것이고, 금강에서 보령댐으로 물을 보내는 도수로도 백제보 하류 물(금강 하굿둑 물)을 취수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방현·위성욱·김호·천권필·백희연 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