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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에 우리법 회장 지낸 문형배, 40대 여성 이미선

중앙일보 2019.03.21 00:06 종합 8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문형배(54·사법연수원 18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49·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지명했다. 두 후보자가 다음달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경우 헌재의 진보색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 PK 연고 두 후보 지명
문 후보 “자살 뒤집으면 살자” 일화
이 후보, 성창호 판사 사건 맡아
일각 “정권 부합 인사만 발탁하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기 위해 성별, 연령, 지역 등을 두루 고려해 지명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한다.
 
헌법재판관 지명자 프로필

헌법재판관 지명자 프로필

두 후보자는 모두 PK 연고라는 공통점이 있다. 문 후보자는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줄곧 부산과 경남에서만 판사 생활을 했다.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2007년 창원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당시 자살을 시도하려고 여관방에 불을 질렀다가 기소된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게 한 뒤 “거꾸로 말하면 ‘살자’로 변한다. 죽으려는 이유가 살려는 이유가 된다”고 한 일화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부산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한 우수법관 10명에도 들었다.
 
이 후보자는 부산 학산여고,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했다. 재판연구관 시절부터 노동법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로 꼽힌다. 유아 성폭력범에 대해 엄격한 판결을 내려 2009년 ‘여성 인권 보장 디딤돌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재판장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등의 사건을 맡고 있다. 판사 출신 오충진(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남편이다.
 
법조계에선 연령과 기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 후보자에 대해 ‘파격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현재 헌법재판관 중 가장 막내 기수인 이영진·김기영(22기) 재판관보다 네 기수나 아래다. 김기영 재판관과 마찬가지로 고등부장을 거치지 않은 채 바로 임명된 사례다. 만 48세에 임명된 이정미 전 재판관에 이은 두 번째 40대 여성 재판관이기도 하다.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면 현재 2명(이선애·이은애)인 여성 재판관이 3명으로 늘어 헌재의 여성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게 된다.
 
한 부장판사는 “이제 재판관을 지명할 때 기존에 따지던 연차·기수 등을 따지지 않겠다는 신호”라며 “헌재의 위상이나 엄중함에 비춰볼 때 급격한 기수 파괴 인사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는 “고등부장 제도가 폐지된 지금 경력을 따지는 게 무의미해 보인다. 일선 법원에서도 이제 여성이라든지 다양성 측면을 좀 더 반영하는 추세”라는 의견을 냈다.
 
문 후보자의 우리법연구회 회장 경력을 두고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판사는 “특정 정권과 부합하는 이념과 경력을 가진 판사들을 주요 자리에 발탁하는 식의 인사가 계속되면 과연 판사들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들이 임명되면 헌재의 진보 성향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했던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다음달 퇴임하고 나면 이선애 재판관을 뺀 8명의 재판관이 모두 문재인 정부 임명 인사로 채워진다. 이선애 재판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지명 인사다. 또 이석태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이 모두 판사 출신이기도 하다.
 
박사라·이수정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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