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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농장에 세운 특별한 골프장

중앙일보 2019.03.21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골프장과 테니스장·수영장을 두루 갖춘 케냐 나이로비의 카렌 컨트리 클럽. [카렌 컨트리 클럽]

골프장과 테니스장·수영장을 두루 갖춘 케냐 나이로비의 카렌 컨트리 클럽. [카렌 컨트리 클럽]

원숭이는 페어웨이에 모여 앉아 벌레를 잡아먹었다. 골퍼가 나타나면 공에 맞을까 새끼를 안고 경계 자세를 취했다. 
 

50주년 케냐오픈 열린 카렌CC
소설·영화에 나와 세계적 명성
페어웨이 원숭이 공 맞는 사고도
고지 덕분에 아마추어도 300야드

유럽인이 정착한 남아공에 뛰어난 골프장들이 있다. 북아프리카에도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한 호화로운 리조트 코스가 꽤 많다. 그러나 북아프리카는 중동 문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유럽 문화에 가깝다. 
 
정글과 초원이 많은 중부 아프리카에도 골프장이 있다. 아프리카 51개국 중 49개국에 골프 코스가 있다.
 
케냐·모리셔스·나이지리아 등에 수준급 골프장이 많다. 특히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해발 1600m로 날씨가 선선해 영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었다. 로열 나이로비는 1906년 문을 연 골프장이다. 한국의 최초 골프장(1921년·효창원)보다 15년 일찍 개장했다. 케냐에는 또 1917년 개장한 무타가이 등 36개의 골프장이 있다.
 
지난 17일 끝난 케냐 오픈은 50주년을 맞아 올해 처음으로 유러피언투어 대회가 됐다. 낚시꾼 스윙으로 유명해진 최호성(46)이 이 대회에 초청선수로 출전했다. 대회장인 카렌 골프장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무대다.
 
총을 들고 골프장 주변을 지키는 군인들. [성호준 기자]

총을 들고 골프장 주변을 지키는 군인들. [성호준 기자]

아프리카 생활을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덴마크 여성 카렌 블릭센은 이 골프장 자리에서 커피 플랜테이션을 운영했다. 블릭센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뒤 농장에 화재가 나자 10여 년의 아프리카 생활을 청산하고 1933년 덴마크로 돌아갔다. 그리고 1937년 소설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탈고했다. 바로 그 해 커피 농장이 있던 자리에 카렌이라는 이름의 골프장이 생겼다.
 
블릭센이 아니라 그의 땅을 산 영국인 은행가가 만든 골프장이었다. 카렌 컨트리클럽은 흙을 이겨 만든 브라운 그린이 아니라 잔디로 된 진짜 그린을 써서 아프리카 최고의 골프장이 됐다. 1985년 시드니 폴락 감독이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영화로 만들면서 이 골프장은 덩달아 유명해졌다. 블릭센이 살던 집은 기념관이 됐다. 8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플랜테이션의 흔적은 남아 있다.
 
소말리아 무장단체의 테러가 가끔 일어나기 때문에 케냐의 몇몇 골프장에는 총을 멘 경비원이 배치됐다. 나이로비 윈저 골프장에는 원숭이, 나이바샤 골프장에는 얼룩말이 산다. 캐디는 “너무 원숭이가 많아져서 걱정”이라고 했다. 케냐는 야생동물 국제기구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다. 동물을 해치면 감옥에 갈 수 있다. 그러나 간혹 골프공에 원숭이가 맞는 사고가 일어난다.
 
윈저 골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원숭이. [성호준 기자]

윈저 골프장에서 만날 수 있는 원숭이. [성호준 기자]

나이로비의 골프장은 고도가 높아 보통 골프장보다 샷 거리가 10% 정도 더 나간다. 건기엔 페어웨이도 딱딱해서 런이 많이 생긴다. 뒷바람까지 불어준다면 웬만한 아마추어 골퍼도 300야드 가깝게 날려 보낼 수 있다. 캐디피는 한국 돈으로 1만2000원 정도다.
 
초창기 스코틀랜드와 미국의 캐디가 그랬던 것처럼 뛰어난 재능과 의지를 가진 캐디는 프로 골퍼가 된다. 나이로비 골프장의 캐디들은 대부분 핸디캡이 10 이하다. 골프 레슨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 북부와 중동 사막 지역에는 모래로 된 샌드(sand) 코스도 있다. 한국의 OB 말뚝처럼 페어웨이 양쪽에 흰색 말뚝이 꽂혀 있다. 그 안쪽에 공이 들어가면 페어웨이고, 바깥이면 러프로 친다. 작은 매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페어웨이에서는 볼을 그 위에 올려놓고 친다. 러프에서는 공을 그냥 쳐야 한다.  
 
그린은 흙과 석유를 섞은 ‘브라운’을 쓴다. 공은 잘 구르지만 홀아웃한 뒤에는 발자국을 지우는 평탄 작업을 해야 한다. 모래 코스에도 벙커는 있다. 같은 모래지만 벙커로 지정된 곳에서는 클럽을 땅에 댈 수 없다. 케냐에는 한국인이 만든 골프장도 있다. 제조업과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교민 최영문(57)씨가 나이로비에서 1시간50분 거리의 키피피리 산기슭에 180만 평 규모의 리조트 단지를 만들고 있다.  
 
나이로비=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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