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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 긍정적 신호”라는데, 나랏빚으로 추경 편성 추진

중앙일보 2019.03.20 17:10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뒷모습)에게 경제 현안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뒷모습)에게 경제 현안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요 경제 현안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추경 편성을 포함한 경제정책 및 예산운용 방향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둔화 신호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낙관하고 있는 정부가 나랏빚을 내면서까지 추경 편성을 밀어붙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추경 편성에 소극적이던 기재부를 돌려세운 건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자 지난 6일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12일엔 국제통화기금(IMF)이 추경 편성을 권고하며 힘을 보탰다. 홍 부총리가 즉각 “(문 대통령이 지시한) 미세먼지 추경에 경제 상황 판단이 들어갈 수 있다”고 화답하면서 추경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번에 추경을 편성하면 현 정부 들어서만 세 번 째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2017년 11조2000억원, 2018년 3조9000억원의 추경을 각각 편성했다. 올해 추경 규모는 IMF가 “경제성장률 목표(2.6∼2.7%)를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약 9조원) 추경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권고한 데다 미세먼지 참사까지 겹쳐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럴 경우 현 정부 출범 3년 차에 노무현 정부 시절 추경(17조1000억원)을 넘어서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출범한 이명박 정부(33조원)에 육박한다.

 
추경엔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전기차ㆍ수소차 활성화, 친환경 에너지 연구개발(R&D), 사회복지시설 공기청정기 보급 확대 등 미세먼지 대책과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일자리 대책,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혁신성장 대책 등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이 포함될 전망이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나라 재정이 튼튼한 만큼 정부 입장에선 예산을 풀어 경기를 띄우는 추경만큼 직접적인 효과를 내는 정책은 없을 것”이라며 “(추경을) 안 하면 모르지만, 기왕 한다면 ‘확장 재정’ 효과를 극대화하는 취지에서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지만 추경을 편성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ㆍ대량실업ㆍ남북관계 변화’ 같은 경우에 한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미세먼지 추경은 여기 해당한다. 하지만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8년 470조원 규모 ‘슈퍼 예산안’ 잉크도 마르기 전인 1분기에 추경 카드를 꺼낸다면 지지율 반등과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돈 풀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추경 재원 마련도 논란거리다.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서다. 법인세 등 세수 실적이 좋아 사상 최대 초과 세수(예산안 작성 시 전망보다 많이 걷은 세수, 25조4000억원)를 기록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세수 불황’이 예측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는 세계잉여금(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에 여유가 없어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추경을 편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나랏빚’인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서까지 추경을 편성하는 데 국민 동의를 구했는지 묻고 싶다”며 “일자리 창출, 경제활력 제고 같은 사안은 정상적인 예산 편성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정도인데 나랏빚까지 내가면서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담을 무릅쓰고 추경을 추진하는 건 곳곳에서 울리는 경기 부진 신호음 때문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경기가 2017년 2~3분기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월 경제 동향’에서 “투자ㆍ수출 부진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역설적으로 정부는 경기 둔화 신호를 부정하고 있다. 20일 현안 보고에서도 홍 부총리는 최근 개선 기미를 보이는 일부 경제 지표 등을 제시하며 경제의 긍정적 신호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앞서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가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올해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경기를 낙관했다. 윤창현 교수는 “경기를 낙관하면서 추경을 추진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수정 없이 퍼주기식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단기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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