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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는 김치 맛? 감칠맛 주인공 따로 있다

중앙일보 2019.03.20 15:00
[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18)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한국적인 음식이다. 무엇이 더 한국적인지 고르기가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찌개는 무엇이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김치찌개를 고르겠다. [중앙포토]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한국적인 음식이다. 무엇이 더 한국적인지 고르기가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찌개는 무엇이냐 묻는다면, 주저 없이 김치찌개를 고르겠다. [중앙포토]

 
찌개 가운데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 무엇인지를 고른다면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중에서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찌개를 고른다면 나는 단연코 김치찌개를 고르겠다.
 
내가 이처럼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은 2005년부터 2009년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전무를 역임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기간 중 참 많은 골프 행사에 참여했다. 지인들과 골프를 치는 사적인 모임은 물론이고 기업들이나 KLPGA가 여는 골프대회의 프로암(Pro-Am) 행사까지 말이다. 행사의 마지막인 식사자리에 나오는 음식을 보면 메인디시가 대개 김치 전골이었다.
 
행사초청자 면면을 보면 상당수가 사회의 VIP 인사들이라 할 수 있었다. 이들을 위한 만찬장 테이블에는 보통 3~4가지 요리를 선보였고 가장 마지막을 장식하는 요리로는 김치찌개가 나왔다. 친구나 지인들과 함께 2~3팀 치는 단체 모임에서도 마지막에는 김치 전골이 나오고 찌개가 끓으면 웨이터가 이를 대접에서 담아 손님들에게 서브하곤 했다.
 
이런 행사들을 지켜보면서 김치찌개에 대한 평가를 새로 하게 되었다. 김치찌개가 서민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귀천을 막론하고 한국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선택하는 마약 같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의 식습관이 상당 부분 '기승전- 김치찌개'로 귀결된다는 말이다.
 
이런 생각은 2006년 어느 가을 골프대회에 일 보러 갔다가 들렀던 ‘만우 정육점’에서 김치찌개를 맛보면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경기도 여주의 자유CC와 솔모로CC 근처에 있는 조그만 정육점 식당인데 고기를 구워 먹은 뒤 나오는 김치찌개는 환상적이었다.
 
중앙일보 앞의 장호왕 본점은 유명한 김치찌개 전문집이다. 장호왕에서 김치찌개를 먹기 전에 별미로 곱창을 삶아 내놓은 '짤라' (왼쪽)를 맛볼 수 있다. [사진 민국홍]

중앙일보 앞의 장호왕 본점은 유명한 김치찌개 전문집이다. 장호왕에서 김치찌개를 먹기 전에 별미로 곱창을 삶아 내놓은 '짤라' (왼쪽)를 맛볼 수 있다. [사진 민국홍]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할 때 자주 들렀던 ‘장호왕’의 김치찌개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장호왕은 아직도 전국구 1번급의 유명한 김치찌갯집이다. 장호왕이 신김치로 만드는 정통적인 감칠맛을 자랑한다면, 만우 정육점의 찌개는 걸쭉하면서도 시원하고 얼큰한 깊은 맛이 특징이다. 만우 정육점은 지금 매우 커졌고, 많은 사람이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 줄을 선다.
 
만우 정육점에 푹 빠져 자주 다니면서 어떻게 끓이면 그렇게 만들 수 있는지 많이 고민했다. 나름의 생각 끝에, 나는 그 집만의 육수에다 잘게 찢은 대파를 많이 넣고 고추장을 별도로 넣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금도 김치찌개 요리는 진행형이다. 2010년경 스포티즌이란 스포츠마케팅 대표를 하던 중 청담동의 장독대라는 김치찌갯집에서 어묵을 넣는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해 군산CC로 대회 레프리 출장을 갔다가 ‘양푼왕갈비’ 집에서 등갈비로 맛있게 김치찌개를 끓이는 법을 알아냈다. 최근에는 중앙일보 OB들과 어울려 골프를 친 뒤 두부 정식으로 유명한 ‘옛맛시골집’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콩비지를 한 덩이 얻으면서 비지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이는 한 수를 배우기도 했다.
 
군산 양푼왕갈비집에서 선보이는 등갈비 김치찌개. 묵은지와 신 파김치를 넣고 푹 끓이면 담백한 등갈비 맛과 시원한 국물이 어우러져 일품이다.

군산 양푼왕갈비집에서 선보이는 등갈비 김치찌개. 묵은지와 신 파김치를 넣고 푹 끓이면 담백한 등갈비 맛과 시원한 국물이 어우러져 일품이다.

 
요즘은 집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김치찌개를 끓여 먹는데 종류는 다양하다. 총 5가지 종류다. 일반적인 김치찌개로 돼지고기, 어묵, 꽁치 김치찌개를 끓이고, 특별한 것으로는 등갈비와 콩비지 김치찌개를 준비한다. 이 모든 것에 공통되는 것은 미리 육수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김치찌개 레시피는 음식점마다,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나는 찌개의 맛을 좌우하는 데는 김치의 맛보다도 감칠맛과 달달함을 끌어 올릴 육수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60년대 한국인들은 집에서 김치찌개를 해 먹는 게 사치였다. 김장김치는 찌개를 끓이는데 알맞지만, 겨우내 반찬으로도 모자라서 그랬다는 게 지난주 한 결혼식에서 뵌 고모의 추억이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김장하는 날에 막한 김치나 겉절이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들기름이나 참기름에 지져 물을 붓고 끓이는 김치찌개를 해 먹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김치 또한 지난겨울 김장을 한 뒤 해 먹어 보았더니 온몸이 짜릿할 정도로 맛있었고 너무 부드러웠다.

 
집에서 다양한 종류의 김치찌개를 끓여먹고 있다. 돼지고기 등심으로 김치찌개를 끓이다가 토마토케첩 반 스푼을 추가했고 참기름 2방울로 마무리했다(왼쪽). 꽁치 김치찌개는 생강, 청주, 맛술 등을 넣어 비린내를 잡으면 맛이 환상적이다(오른쪽).

집에서 다양한 종류의 김치찌개를 끓여먹고 있다. 돼지고기 등심으로 김치찌개를 끓이다가 토마토케첩 반 스푼을 추가했고 참기름 2방울로 마무리했다(왼쪽). 꽁치 김치찌개는 생강, 청주, 맛술 등을 넣어 비린내를 잡으면 맛이 환상적이다(오른쪽).

 
이처럼 김치는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맛을 제공해 우리에게 행복한 자리를 만들어주는 만능선수다. 소주를 시작해 위스키, 와인과도 잘 어울린다. 찌개의 시원함, 얼큰함, 달달함, 감칠맛이 어울려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 밥과 술의 단짝이 되는 것이다. 요즘 집뿐 아니라 가끔 밖에서도 친구나 지인과 함께 김치찌개 집을 찾는다.
 
특히 여전히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중앙일보 앞의 장호왕을 찾으면 기자 시절이 생각날 뿐 아니라 훌륭한 동료와 선배들이 떠올라 더욱 정겹다. 특히 장호왕에서 찌개와 함께 안주용으로 내놓은 ‘짤라’라는 돼지 곱창은 중앙일보 문화부의 터줏대감들이었던 고 이헌익 선배와 동기인 이만훈 기자가 메뉴개발을 주문했고 작명까지 한 작품이다. 김치찌개는 이래저래 영원한 삶의 파트너다.
 
[정리] 김치찌개 만드는 법(4인분 기준)
기본육수
[재료]
볶은 멸치, 건표고, 다시마, 황태, 간 양파 1개(설탕 대신)
 
[방법]
1. 모든 재료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2. 중불로 5분 정도 더 가열한다.
 
돼지, 꽁치, 어묵, 등갈비 김치찌개
[기본재료]
기본 육수, 신김치 1/4포기, 두부 한모, 고추장 1T, 토마토케첩 1T, 참기름, 추가재료
 
[추가재료]
돼지고기 김치찌개 : 돼지고기 등심 200g, 대파 1개, 청주 2T, 생강 약간
꽁치 김치찌개 : 꽁치 통조림, 대파 1/2개, 청주 2T, 맛술 1T, 생강
어묵 김치찌개 : 어묵 4장, 소시지 2개, 대파 1/2개
등갈비 김치찌개 : 등갈비, 묵은 파김치, 대파 1개, 청주 2T, 생강 약간
 
[방법]
1. 기본 육수에 신김치, 두부, 고추장, 추가재료를 넣고 끓이다 토마토 케첩 1T를 넣는다.
2. 찌개가 다 끓으면 마지막에 참기름을 1~2 방울 넣는다.
 
콩비지 김치찌개
[재료]
기본 육수, 묵은지, 들기름, 돼지고기 등심, 대파 1개, 콩비지
 
[방법]
1. 냄비에 들기름을 둘러 묵은지를 넣고 볶는다.
2. 기본육수를 붓고 돼지고기, 대파를 넣고 푹 끓인다.
3. 찌개가 다 끓으면 콩비지를 넣고 3분 정도 더 끓인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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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홍 민국홍 KPGA 경기위원 필진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 골프 전문가다. 현재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과 KGA(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역임했고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포티즌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골프 관련 일을 해왔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골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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