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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당첨금 주겠다"며 그린머니 사기친 외국인, 명동 한복판서 체포

중앙일보 2019.03.20 12:00
외국인 A가 명동 한복판에서 체포되는 모습. A는 이날 피해자를 명동에서 만나 6000달러를 현금으로 받기도 약속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특정한 키 180cm에 몸무게 100kg정도의 흑인을 지난 7일 오후 10시 명동 먹자골목에서 찾아 체포했다. [방배경찰서 제공]

외국인 A가 명동 한복판에서 체포되는 모습. A는 이날 피해자를 명동에서 만나 6000달러를 현금으로 받기도 약속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특정한 키 180cm에 몸무게 100kg정도의 흑인을 지난 7일 오후 10시 명동 먹자골목에서 찾아 체포했다. [방배경찰서 제공]

 
복권에 당첨됐다는 허위 e메일을 보내고 그린머니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외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미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을 사칭하고 피해자에 3억6000만원을 편취한 라이베리아 국적의 외국인 A(41)를 검거해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A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에 피해자 B씨(39)에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복권에 당첨됐다”라며 “배송비와 오염된 달러 세척비용을 지급하면 1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e메일을 수회 걸쳐 발송했다. A는 자신을 피터 브라운이라는 이름의 외교관이라고 사칭했다. 또한 미국 뉴욕에 위치한 복권 센터를 사칭하고 메일을 보내는 등 총 45회에 걸쳐 피해자와 다양한 e메일을 주고받는 치밀함을 보였다.
 
외국인 A가 친구와 함께 명동 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 A는 명동 한복판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봉지 안에는 캔 콜라가 들어있었다. 경찰은 함께 있던 외국인도 공모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하고 있다. [방배경찰서 제공]

외국인 A가 친구와 함께 명동 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 A는 명동 한복판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당시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봉지 안에는 캔 콜라가 들어있었다. 경찰은 함께 있던 외국인도 공모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하고 있다. [방배경찰서 제공]

 
e메일과 통화 등을 통해 복권에 당첨됐다고 믿은 B씨는 A와 대면 전부터 여러 차례 돈을 송금했다. A는 자신이 투숙하던 호텔로 B씨를 불러 그린머니가 가득 담긴 금고를 보여줬다. A씨는 그린머니 5장이 약품처리를 통해 100달러로 바뀌는 장면을 직접 보여준 후 배송료 및 약품처리 명목으로 돈을 직접 건네받기도 했다. A는 총 12회에 걸쳐 3억6000만원을 편취했다.
 
그린머니란 비자금 등 불법자금 은폐를 위해 조작된 것으로 정상 지폐에 화학약품을 칠해 녹색으로 만든 뒤 다시 약품처리 후 정상 지폐로 사용이 가능한 화폐다. ‘블랙머니’로 알려진 검은돈과 같은 원리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머니가 사기 수법으로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색을 바꿔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A가 B씨에게 보여준 그린머니는 5장만 진짜였으며 나머지는 녹색 종이였다. A가 “하얀색 가루가 묻어 그린머니가 오염됐다”고 주장한 가루의 정체는 베이비 파우더로 드러났다. A는 지난 2월7일 을지로 롯데백화점 노상에서 “당첨을 축하한다”라며 가짜 그린머니가 가득 담긴 금고와 캐리어를 B씨에게 건넸다.
 
A가 피해자에게 건낸 금고에 담긴 가짜 그린머니. 그린머니에 묻은 하얀 가루는 베이비 파우더로 드러났다. 오른쪽 사진은 그린머니와 피해자 B씨에게 편취한 돈으로 구매한 고가의 명품들. 박해리 기자

A가 피해자에게 건낸 금고에 담긴 가짜 그린머니. 그린머니에 묻은 하얀 가루는 베이비 파우더로 드러났다. 오른쪽 사진은 그린머니와 피해자 B씨에게 편취한 돈으로 구매한 고가의 명품들. 박해리 기자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고학력자 대기업 직원으로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며 응모 등을 많이 한 사람이었다”라며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영어에 능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A는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e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그린머니를 받은 후에도 지속해서 돈을 요구하자 B씨는 돈을 구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돈을 빌리고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가족들은 경찰 신고를 권했고, 지난 3월3일 B씨는 가짜 그린머니가 가득 든 금고를 가져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도움으로 지난 5일 A를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라이베리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450달러 정도의 최빈민국이다”라며 “A는 B씨에게 돈을 받은 다음 날 렉서스 2대와 스타렉스 3대를 구매했으며 거주지에 중고차 수출 증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중고차와 화장품 등 수출사업을 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A는 “난 인권을 갖고 있다”라며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일체 묵비권을 행사 중이라고 한다.
 
A는 지난해 10월에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했다. 라이베리아 국적의 외국인은 한국을 방문할 때 비자가 필요하지 않다. 지난 2017년 2월에도 라이베리아 국적 남성 2명이 외교관을 사칭한 ‘블랙머니’ 사기로 한국인 3명에게 1억1700만원을 편취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e메일이나 SNS를 통해 외교관을 사칭하며 그린머니 또는 블랙머니로 복권당첨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전형적 사기범죄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A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A와 공모관계가 있는 외국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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