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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유권자만 9억, 40일간 투표…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 인도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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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유권자만 9억, 40일간 투표…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 인도 총선

중앙일보 2019.03.20 06:00 종합 20면 지면보기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의 막이 올랐다. 하원의원 545명을 뽑는 인도 총선이 4월 11일부터 5월 19일까지 선거구별로 7개 일자로 나눠 실시된다고 지난 10일 인도선거관리위원회(ECI)가 발표했다. 개표 결과는 5월 23일 동시에 발표된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로 불린다. 인도통계청 추정 현재 인구가 13억4477만 명으로 13억9488만 명의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인도가 의회민주주의의 모범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1947년 독립 이후 다당제를 바탕으로 보통·비밀·직접 투표를 시행해왔다.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수시로 해왔으며 쿠데타나 헌정 중단 사태도 없었다. 

인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지지자들이 3월 12일 서부 구자라트주 아달라지에서 대중 집회를 열고 있다. 국기 한가운데에 INC를 상징하는 손바닥을 그려넣고 아래에 인도국민회의라고 적은 깃발이 보인다. 중도좌파 성향의 INC는 4~5월 열리는 제17대 총선에서 재집권을 꿈꾼다. [AP=연합뉴스]

인도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지지자들이 3월 12일 서부 구자라트주 아달라지에서 대중 집회를 열고 있다. 국기 한가운데에 INC를 상징하는 손바닥을 그려넣고 아래에 인도국민회의라고 적은 깃발이 보인다. 중도좌파 성향의 INC는 4~5월 열리는 제17대 총선에서 재집권을 꿈꾼다. [AP=연합뉴스]

 
언어 652개의 다언어·다종족·다종교  
인도는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문제를 극복해왔다. 복잡한 다언어·다종족·다종교 사회이기 때문이다. 사용 언어가 무려 652개나 된다. 3억~4억이 쓰는 힌디어는 물론 사용자가 1000만이 넘는 언어가 13개, 100만 이상이 29개, 1만 이상이 122개나 각각 있다. 이 때문에 독립 뒤에도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하지만 영어는 교육받은 사람만 쓸 수 있으며, 모국어 하나만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도의 중도좌파 정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깃발. 인도 국기에 손바닥을 그려넣었다. [중앙포토]

인도의 중도좌파 정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깃발. 인도 국기에 손바닥을 그려넣었다. [중앙포토]

 
더욱 문제는 문자 해득률이 2011년 기준 74%라는 점이다. 이처럼 글을 모르는 국민의 투표 권리도 보장하기 위해 인도 정당은 상징기호를 하나씩 내세워 선거운동에 활용하며 투표용지에도 표시한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소속한 집권 BJP는 연꽃,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는 손바닥을, 대중사회당은 코끼리가 각각 상징이다. 

3월 15일 인도 동부 대도시 콜카타의 시장에 집권당인 BJP의 당명과 상징인 연꽃, 그리고 당 대표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모습이 인쇄된 깃발이 걸려 있다. BJP는 힌두민족주의를 내세운 정당으로 경제성장 정책으로 인기를 모아왔다. [AP=연합뉴스]

3월 15일 인도 동부 대도시 콜카타의 시장에 집권당인 BJP의 당명과 상징인 연꽃, 그리고 당 대표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모습이 인쇄된 깃발이 걸려 있다. BJP는 힌두민족주의를 내세운 정당으로 경제성장 정책으로 인기를 모아왔다. [AP=연합뉴스]

국민 지지 못 받는 정당 선거 직후 '도태' 
지난 2014년 등록 정당이 전국정당 6개와 지역정당 47개, 군소정당 1563개다. 2014년 총선에선 464개 정당에서 8251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하지만 의석과 득표율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 정당은 선거 직후 해산한다. 전국 정당으로 인정받으려면 득표율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지역 정당으로 분류돼 중앙정부 지원이 끊긴다. 인도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민주주의를 정착한 비결은 설립은 쉽게 하면서 국민 지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과감하게 도태시키는 정당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인도 집권당 BJP를 상징하는 연꽃 로고.[중앙포토]

인도 집권당 BJP를 상징하는 연꽃 로고.[중앙포토]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두 마리 토끼'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제16대 총선 당시 인도 인구는 12억3639만 명에 유권자가 8억1450만에 이르렀다. 그해 4월 7일부터 5월 12일까지 9단계로 치러진 총선에서 유권자의 66.38%인 5억4000만 명 이상이 투표해 세계 최대 규모의 민주주의 선거로 기록됐다. 올해 선거에선 유권자가 9억 명에 이르러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는 아무리 인구가 많고 문맹자 비율이 높으며 국토가 넓은 데다 절차가 복잡해도 의지와 신념만 있으면 민주주의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는 민주주의를 하면서 상당한 경제성장도 이뤘다. 발전을 위해 민주주의를 포기하거나 보류한다는 것은 장기집권을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2014년 집권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올해 4~5월 열리는 총선에서 연임을 노린다. [AP=연합뉴스]

2014년 집권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올해 4~5월 열리는 총선에서 연임을 노린다. [AP=연합뉴스]

경제성장 주도 BJP의 모디 총리, 연임 노려  
현재 모디 총리가 소속한 집권 BJP는 힌두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서구 일각에선 극우정당으로 여기기도 한다. 80년 설립돼 98~2004년 보수·중도 정당 연합인 국민민주동맹(NDA)의 연정을 주도하면서 집권했다. 친기업 정책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했으나 무슬림 세력과는 사이가 좋지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실업률과 농촌 피폐, 부패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디는 복잡한 인도의 종교지형에서 다수파인 힌두교도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인도의 종교는 힌두교(80.46%)가 다수지만 이슬람(13.43%)도 상당한 숫자다. 1억6000만~1억7000만 명에 이르는 무슬림(이슬람교도) 인구는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그 외에 기독교(2.34%), 시크교(1.87%), 불교(0.77%), 자이나교(0.41%) 등 주요 종교와 함께 정령숭배(0.72%)를 비롯한 수많은 소수종교가 존재한다. 이 거대한 나라의 통일을 유지하고 통합과 번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과 정치적인 실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인도 제1야당인 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대표가 3월 12일 구자라트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4년 총선에서 참패한 라훌 간디는 이번 선거에서 집권을 노린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제1야당인 국민회의(INC)의 라훌 간디 대표가 3월 12일 구자라트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4년 총선에서 참패한 라훌 간디는 이번 선거에서 집권을 노린다. [로이터=연합뉴스]

독립운동 이끌었던 국민의회, 현재는 야당 
제1야당인 INC는 식민지 시대인 1885년 설립돼 스와라지(자치요구)·스와데시(국산품 장려) 운동을 벌이며 독립투쟁을 이끌었다. 마하트마 간디도 20년대에 대표를 지냈다. 독립 이후 16차례 치러진 총선에서 6차례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4차례 연정을 구성해 모두 49년간 집권했다. 초대 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와 외동딸 인디라 간디, 외손자 라지브 간디가 총리로서 모두 36년을 집권했다. 이런 네루·간디 가문을 이어받은 라훌 간디가 2014년 총선에서 대패해 44석의 소수정당으로 축소됐는데 이번에 설욕을 노린다. 
인도공산당에서 분리한 정당인 '인도공산당 마르크스주의자(CPI-M)'의 당원들이 16일 동부 대도시 콜카타의 벽에 출마 후보의 이름을 쓰고 당의 상징을 그려넣고 있다. 인도에선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한 정당이 공존한다 [AP=연합뉴스]

인도공산당에서 분리한 정당인 '인도공산당 마르크스주의자(CPI-M)'의 당원들이 16일 동부 대도시 콜카타의 벽에 출마 후보의 이름을 쓰고 당의 상징을 그려넣고 있다. 인도에선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한 정당이 공존한다 [AP=연합뉴스]

이처럼 인도는 과거 업적이 현재의 집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현재의 실적과 공약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언제든 야당으로 와신상담해야 하는 게 민주주의임을 잘 보여준다. 영국에 타협과 협조도 하고 투쟁도 벌이다 결국 독립을 이룬 선각자들이 세우려던 나라는 이처럼 과거 기득권이 아니라 국민 선택으로 운영되는 민주주의 국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 콜카타의 도매시장에서 총선에 참가하는 각 정당의 깃발이 진열돼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콜카타의 도매시장에서 총선에 참가하는 각 정당의 깃발이 진열돼 있다. [AP=연합뉴스]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한 성향의 정당 공존
인도 정당은 극좌에서 극우까지 다양하다. BJP와 INC 외에도 1999년 INC에서 분리한 국민회의당(NCP), 카스트 제도 철폐를 주장하는 중도좌파 대중사회당(BSP), 1925년 창당된 인도공산당(CPI), 1964년 CPI에서 이탈한 급진파들이 결성한 '인도공산당 마르크스주의자(CPI-M)'도 전국정당이다. 인도는 민족주의 정당에서 공산당까지 다양한 결사체가 공존하는 다원화 민주주의 국가다. 물론 정치적으로 여러 문제는 없을 수 없지만, 자유와 다양성,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기본 틀이 있기에 체제 안에서 해결해올 수 있었다. 
 
 
인도 국기에 풀잎을 그려놓은 인도풀뿌리의회당의 깃발. [중앙포토]

인도 국기에 풀잎을 그려놓은 인도풀뿌리의회당의 깃발. [중앙포토]

 
중국, 전인대 대표 2980명 '간접 선출' 
세계 최대 인구의 중국은 어떨까.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제2차 회의를 지난 5일 개막해 20일 폐막한 중국의 입법기관 전인대는 2980명의 대표를 성·자치구·직할시·특별행정구·군대에서 ‘간접 선거’로 선출한다. 북한은 3월 10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687명을 전체 선거자의 99.99% 투표와 100% 찬성투표로 선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보통·비밀·직접 투표로 국민이 직접 대표를 선출하고, 후보자끼리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민주주의 제도와는 거리가 멀다. 아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려면 13억의 나라 인도를 바라봐야 한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13억 인도의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
2019년 제17대 하원(로크 사브하) 총선
 
※3월 10일 인도 선거위원회 발표

투표: 4월 11일~5월 19일 선거구별 7개 일정으로 나눠 실시

개표: 5월 23일 결과 동시 발표

의원: 545석(제1당이 연정 등으로 과반 확보 시 집권)

     543석은 29개 주와 7개 연방 직할지 지역구에서 선출

     2석은 대통령이 영국계 인도인 대표로 지명  

성격: 다당제와 보통·비밀·직접 투표를 바탕으로 하는 의회민주주의 선거  

선거방식: 소선거구제(1선거구당 최다 득표 1인 선출)

유권자  : 18세 이상 모든 인도 국민(약 9억 예상)

투표소  : 약 100만

선거인력: 약 1000만  

 
숫자로 본 지난 2014년 16대 총선
 
유권자 수: 8억3000만 이상
464 : 참가 정당  
8251 : 입후보자

282 : 집권 BJP의 의석(연정 구성해 336석 확보)

      지난 30년 내 인도에서 단일 정당이 차지한 최다 의석

44 :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의 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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