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사우디 실세 왕세자의 추락? "빈살만 권력 일부 박탈당해"

중앙일보 2019.03.19 15:06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34·MBS)의 기세가 예전같지 않다는 관측이 속속 나오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가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과 불화 끝에 정부 재정 권력 일부를 박탈당하고 대외 행보조차 자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그가 쥐고 있던 재정·경제 관할 권력 일부를 박탈당했다. 지난 주 수석 경제·재정수석 회의는 이례적으로 왕세자 없이 진행됐다. 왕세자는 사우디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와의 회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회담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된 게 최근 2주새 공식 활동의 전부다.
지난 2월2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환담 중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실세 왕세자로 불리던 그의 공개 행보가 최근 부쩍 줄어 '권력 일부 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2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환담 중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실세 왕세자로 불리던 그의 공개 행보가 최근 부쩍 줄어 '권력 일부 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말 개각 때 임명된 무사드 알 아이반 국가안보보좌관이 비공식적으로 왕을 위한 투자 결정을 관장하게 됐다”면서 이 같은 변화가 이른바 ‘카슈끄지 사태’ 이후 사우디의 국제 사회 신인도가 추락하고 있는 것과 관련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터키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왕세자가 지목되면서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사우디와 맺은 투자계획을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일이 잦았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할리우드의 대형 에이전시 윌리암모리스엔데버(WME)가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로부터 유치한 4억 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투자액을 반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엔데버 측은 익명을 전제로 계약 파기가 “카슈끄지 사태에서 참담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에 관련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하지만 NYT는 지난 17일 미 정보당국 기밀 보고서를 인용해 빈살만 왕세자가 연루된 사우디 신속개입팀(the Saudi Rapid Intervention Group)의 존재를 깊숙이 보도했다. 왕세자의 측근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이 팀은 2017년부터 반체제 인사의 감시·납치·구금·고문 등의 비밀공작에 개입해 왔으며 이들이 수행한 최소 십수건의 공작 중에 지난해 10월 카슈끄지 살해도 포함된다는 내용이다. 2017년은 왕세자가 왕위 계승 작업 과정에서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반대파를 극심하게 탄압하던 시기다.  
 
카슈끄지 사태 초기만 해도 살만 국왕은 왕세자를 감싸는 쪽이었지만 올초부터 심심치 않게 국왕과 왕세자의 불화설이 불거져 나왔다. 특히 지난 2월 말 국왕이 이집트를 국빈 방문하던 중 느닷없이 수행 경호팀 전원을 전격 교체한 것이 이상신호의 시작이었다. 당시 보좌진이 "경호팀 일부가 빈살만 왕세자에게 충성한다"며 보안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2월 24일 이집트를 방문해 유럽연합(EU)-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EPA=연합뉴스]

지난 2월 24일 이집트를 방문해 유럽연합(EU)-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EPA=연합뉴스]

국왕의 이집트 방문 기간 왕세자가 ‘국왕 대행’이라는 명목으로 주미 대사와 국방부 차관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당시 왕세자는 리마 빈트반다르(44) 공주를 새 주미 대사에, 이전 주미 대사였던 칼리드 빈살만(31) 왕자를 국방부 차관에 임명했는데 국왕이 이 임명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전언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국왕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날 환영행사에도 이례적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 같은 보도를 종합해보면 카슈끄지 사태와 인사 문제 등에서 지나치게 실권을 과시한 왕세자에 대해 살만 국왕이 “고삐를 죄고자 하는 것”(가디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요 중동전문가들은 왕세자가 왕좌를 이어받는 것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그가 당분간 공개 행사에서 사우디를 대표하는 일을 자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