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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각광받던 조립식 주택, 요즘 잠잠한 이유 뭘까

중앙일보 2019.03.19 09:00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22)
모듈러 건축 방식은 레고 블록 형태의 유닛 구조체에 창호와 외벽체, 전기배선 및 욕실 등을 포함해 70% 이상의 주택 구성부품을 공장에서 생산 및 선조립한 뒤 현장에서 최종 조립, 설치하는 공법이다. 사진은 모듈러 방식으로 지은 가양동 행복주택 '라이품'. [연합뉴스]

모듈러 건축 방식은 레고 블록 형태의 유닛 구조체에 창호와 외벽체, 전기배선 및 욕실 등을 포함해 70% 이상의 주택 구성부품을 공장에서 생산 및 선조립한 뒤 현장에서 최종 조립, 설치하는 공법이다. 사진은 모듈러 방식으로 지은 가양동 행복주택 '라이품'. [연합뉴스]

 
내가 건축사 시험을 볼 때 주관식 시험문제 중의 하나가 ‘건축의 공업화와 모듈화’에 대한 문제였다. 1989년의 일이니 벌써 30년이 지났다. 당시만 해도 공장에서 생산한 외벽 모듈판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이 유행했다. 공장에서 생산한 일정 규격의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으로 공사를 완료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고층 아파트나 오피스 등을 그런 공법으로 많이 시공했다.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공사비도 적게 먹혀 건축시공의 대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표준화, 공업화는 시대의 흐름이니 건축에서의 이러한 공업화 개념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지지부진한 주거분야의 모듈화
돌이켜보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건축의 공업화는 아주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다. 특히 주거 분야의 모듈화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외국의 모듈 주택 디자인이 수입되기도 했고 자체적으로 개발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반짝 사라졌다. 일 년에 몇 차례씩 열리는 건축 전시회 때마다 다양한 모듈하우스 디자인이 등장한다. 그러나 대부분 다음 전시회에선 볼 수 없다. 수요가 적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우리나라에선 주택의 경우 '조립식'이나 '공업화'라는 단어 자체를 친숙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도 모듈하우스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요즘 공사현장에서 공사 숙련자를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건설공사는 언제부턴가 3D 업종에 속해 젊은 사람이 기피한다. 임금이 많이 올랐지만, 숙련공을 찾기가 힘들다.
 
우리나라 건축 박람회에서는 모듈하우스 디자인이 등장했다가도 다음 전시회에서는 사라지곤 한다. 사진은 관람객이 건축 박람회에서 이동식 목조주택을 살펴보는 모습(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우리나라 건축 박람회에서는 모듈하우스 디자인이 등장했다가도 다음 전시회에서는 사라지곤 한다. 사진은 관람객이 건축 박람회에서 이동식 목조주택을 살펴보는 모습(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연합뉴스]

 
노동이 많이 필요한 힘든 일은 거의 외국인들의 차지가 됐다. 각 공정 책임자는 이 숙련공들을 모셔오고 모셔가야 할 판이라고 투덜댄다. 일용직도 구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실제 공사 책임자가 새벽에 일꾼을 집집이 태우러 다니고 공사 끝나면 집까지 태워다 주기도 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공정과 최소한의 사람이 필요한 건축의 공업화가 당연한 대세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에서 공사의 품질을 거론하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숙련공은 대규모 공사나 조건이 좋은 현장에서 모셔가니 일반 소규모 주택 공사현장은 숙련공 구인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모듈화한 공장 생산품은 품질이 일정한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공업화가 가속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다.
 
또 하나는 공사 기간이다.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공기 지연 사유가 발생한다. 그중에 날씨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은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다. 실제 눈이나 비로 인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공사 중에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많으면 마음이 급한 건축주에게는 심한 스트레스가 된다.
 
소형 주택공사라도 공사 기간이 짧게는 3개월에서 수개월이 소요된다. 공사 기간에 날씨가 좋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공기 연장이 발생한다. 그에 비해 모듈 하우스는 열흘에서 2주 정도면 현장 설치가 가능하다고 하니 요즘처럼 스피디(speedy)한 시대에 딱 맞는 공법이다. 이런 이유로도 공업화의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다.
 
공업화와 모듈화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숙련공의 수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사비가 비교적 적게 든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진 중앙포토, 연합뉴스]

공업화와 모듈화는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숙련공의 수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보완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사비가 비교적 적게 든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진 중앙포토, 연합뉴스]

 
공업화의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표준 공사비다. 백화점 상품처럼 모듈하우스는 모델마다 가격이 정해져 있다. 공사현장에서는 공사비로 인한 시비가 많이 발생한다. 모듈하우스는 가격이 정해져 있으므로 예산이 초과하거나 공사 진행 중에 공법이 변경돼 공사비가 추가될 염려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건축 공업화는 필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장점이 많은 모듈하우스가 도입된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택 분야에서 수요가 적은 이유는 뭘까. 우선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융통성이 적다는 점이다. 작은 주택은 규모와 관계없이 수요자마다 특별하게 요구하는 공간이 있다. 부분적으로 변형이 자유롭지 못한 모듈하우스가 대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또 하나는 공장제작 제품에 대한 수요자의 불신이다. 주택을 공장에서 제품처럼 대량으로 찍어낸다는 데 대해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완성도 낮은 디자인이 가장 큰 이유
나는 모듈하우스가 정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완성도 낮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듈하우스를 보면 내부공간의 효율성, 외부 형태, 마감재료나 색상의 선택 등 여러 면에서 디자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주택은 특별한 상품이다. 적당한 공간의 크기와 기능이 해결되는 것으로 그 상품이 완성되지 않는다. 작기 때문에 더 보석처럼 다듬어야 한다. 전통적인 공사 방식과 비교해보면 모듈하우스가 가진 장점이 많다. 이 장점을 극대화하고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디자인에 투자해야 한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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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수필가 필진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집, 투자와 과시의 대상으로의 집에서 벗어나 집은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필자를 통해 집의 본질에 대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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