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분석]'세계 첫 5G상용화' 타이틀 목매다 부실한 시작 우려

중앙일보 2019.03.18 18:25
정부가 추진중인 '5G(세대) 세계 최초 상용화'란 타이틀이 위태롭게 됐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로 예정됐던 국내 5G 상용화 개시 날짜가 다음달 초, 빨라야 다음달 10일쯤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이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다음달 11일부터 5G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의욕만 넘친 정부가 준비는 소홀히 한 채 통신 업계와 소통 부족으로 엇박자를 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독도에 설치되는 KT 5G 기지국                            [독도=연합뉴스]

독도에 설치되는 KT 5G 기지국 [독도=연합뉴스]

 
5G폰·망 필드테스트에 최소 두 달 필요 
현재 정부와 통신업계가 5G서비스 개시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는 건 크게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먼저 5G스마트폰을 5G망과 연동 테스트해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18일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최소 2개월 가량 망과의 연동 테스트를 진행한다"며 "그런데 정부 일정에 맞추려다 보니 5G 품질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5G는 지난 2월20일 공개됐다. 이로부터 두달은 다음달 20일이다.   
 
정부가 5G 서비스 개시는 다그치면서 요금제를 확정하지 않는 것도 통신 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초 SK텔레콤이 신청한 5G요금제에 대해 "대용량·고가요금제만 있다"며 반려했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데이터 150GB에 7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신청했고,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이유로 "3만원대 요금제를 추가하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의견 무시한 채 "올 3월" 밀어 붙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언한 건 지난해 6월이다. 과기정통부는 당시 5G용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세계 최초 5G 개통국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통신 업계는 "무리"라고 했지만,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를 이뤄내야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일축했다.
 

5G시대가 본격화하려면 정부의 주파수 할당에 이어 이통 사업자의 네트워크(망) 구축과 서비스, 5G용 스마트폰 등 크게 세 가지가 맞물려 준비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준비 상황은 주파수 할당을 제외한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스페인 MWC19 속 갤럭시 S10 5G'   (서울=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 2019'에서 삼성전자 모델들이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 5G'를 소개하고 있다.

'스페인 MWC19 속 갤럭시 S10 5G' (서울=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 2019'에서 삼성전자 모델들이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 5G'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5G폰 품질 안정화 작업 한창  
가장 큰 게 5G 휴대전화의 품질 안정화 작업이다. 이통 3사는 현재 삼성전자의 5G폰(갤럭시 S10 5G)을 갖고 5G 망에서 통화 음질은 물론 다운로드나 업로드 속도, 배터리 소모량 등을 실험중이다. 통신업계에서 흔히 '필드 테스트'로 불리는 이 과정은 연구실이 아닌 고객의 실제 이용 환경에서 진행된다.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5G폰이 일부 기지국에서 5G에 걸맞는 속도가 나오지 않고, A기지국에서 B기지국으로 옮겨갈 때 배터리가 평소보다 빨리 소모되는 등의 오류를 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와 망과의 연동화 작업도 만만치 않다. 이통 3사는 각 사별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5G 기지국을 구축했다. 이통 3사는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각 사별로 전국망 기준 10% 남짓 즉, 1만5000~2만개 정도의 5G 기지국을 설치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도 지역별로 어느 곳은 5G망이 다른 곳은 4G(LTE)망이 깔려 있고, 5G망도 어떤 곳은 삼성전자나 에릭슨 장비가, 다른 곳은 화웨이 장비가 설치돼 있다"며 "5G폰과 망과의 연동화 작업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갤럭시S10 5G 4월10일 전 출시 
 
특히 5G는 기존 4G와는 통신의 세대가 완전히 바뀐다. 그만큼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세계 첫 상용화 일정에 맞추다보니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게 이통 업계의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일단 "5G 단말기는 망과의 최적화 작업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초, 늦어도 10일 전까지는 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5G모델(SM-G977N)은 이날 국내 전파인증을 통과했다. 전파인증이 완료됨에 따라 국내 정식 출시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5G 요금제 3만원대 중저가 추가하라"
5G 요금제를 두고도 이통업계는 7만원대부터, 정부는 3만원대부터로 맞서고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LTE 가입자보다 5G 가입자는 대용량 데이터를 많이 쓸 것"이라며 "정부가 3만원대 요금제를 내놓으라는 건 대용량 데이터를 많이 쓰는 5G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주 안에 요금제 가안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고, KT와 LG유플러스도 정부와 협의에 들어갔다. 
 
이과 관련, 정부 관계자는 "5G 요금제 관련 금액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바 없다"면서도 "5G 시대가 열릴 때 모든 이용자가 접근 가능한 서비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사가 공공 재산인 주파수를 빌려 통신망을 꾸린 만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요금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토Z 3

모토Z 3

 
"버라이즌 진정한 '5G'서비스 아냐"  
한편, 미국 버라이즌의 5G서비스가 제대로 된 5G서비스가 아닌 만큼 정부나 통신 업계가 이를 의식해 일정을 당기지 말고,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라이즌은 중국 레노보가 인수한 모토로라의 LTE용 스마트폰 ‘모토 Z3’에 5G 모뎀을 탑재한 ‘5G 모토 모드’를 결합해 5G망을 이용하게 하는 5G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 교수는 "모토 Z3가 진정한 의미의 5G폰도 아니고 속도도 떨어져 지금보다 20배 이상 빠른 5G속도가 제대로 구현될 지 의문"이라며 "세계 최초 타이틀 욕심을 버리고 우린 진정한 5G폰(갤럭시 S105G)을 갖고 제대로 5G를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중국은 5G를 기존 제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미래 산업의 인프라로 접근한다"며 "우리 정부가 단순히 5G폰을 개통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아쉽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