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청을 우리 동네에" 대구는 지금 시청사 유치 전쟁 중

중앙일보 2019.03.18 14:00
대구시청 건물. 2019년 3월 모습. [사진 대구시]

대구시청 건물. 2019년 3월 모습. [사진 대구시]

지난 1월 31일 대구시청 1층 로비. 대구 중구의회 의원 7명이 성난 표정으로 모였다. 이들은 '결의문'을 권영진 시장에게 전하겠다며 2층 시장실로 올라가려 했다. 그러자 직원들이 막아섰고, 고성이 오갔다. 의원들은 결의문을 로비에서 읽었다. "대구시청은 시장이나 공무원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시청의 현재 위치(중구 동인동)는 100년 넘게 이어온 대구시의 산 역사이기 때문에 현 위치에 건립하는 게 당연하다.” 
 

대구시 새로 시청사 건립키로
4개 지자체 유치전 나서 접전

대구 기초 지자체들이 '시청 품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구시가 시청사를 새로 짓는다고 하자, “현재 그 자리에 그대로 지어라” “우리 동네에 와서 지어라”는 유치전이 한창이다. 대구 7개 구(區)와 1개 군(郡) 가운데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는 4곳이다. 
 
가장 속이 타는 건 시청을 그대로 지키려는 중구다. 중구는 시청 인근 주차장이나 인근 상가 부지를 활용해 청사를 짓거나, 현 청사를 재건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중구는 100년 넘게 있던 시청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면 대구 시내로 불리는 '동성로' 등 중구의 전반적인 상권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인구가 57만명이 넘는 달서구는 지난 14일 '시청사 유치 범구민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지난 1월엔 시청이 달서구에 오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지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달서구는 돈이 들지 않는 땅이 있다는 게 가장 큰 무기다. 지난 10년간 방치된 시유지인 두류정수장(15만8000㎡) 부지다. 대구시가 세금을 들여 다시 청사를 지을 땅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앞세운다.  
지난달 대구 달서구 두류동 옛 두류정수장 앞에서 열린 대구시 신청사 달서구 유치 촉구 결의대회에서 신청사 유치를 염원하는 달서구 지역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대구 달서구 두류동 옛 두류정수장 앞에서 열린 대구시 신청사 달서구 유치 촉구 결의대회에서 신청사 유치를 염원하는 달서구 지역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대구 유일의 군인 달성군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화원읍 설화리 LH 분양 홍보관 터(15만5000㎡)를 시청 터로 내세웠다. 달성군 측은 “테크노폴리스(일반산업단지)와 고속도로가 바로 붙은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땅이 설화리 터다. 시청사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구가 아닌 달성군에 지어지는 게 맞다”고 했다. 
 
시청사 이전의 1번지로 꼽히는 곳은 북구다. 경북 안동으로 이사한 경북도청 터와 건물이 그대로 있어서다. 광역 단위의 행정기관이 있던 곳이라는 점이 유력지로 꼽히는 배경이다. 이미 옛 경북도청 일부 시설을 대구시청이 별관으로도 사용 중이다. 그래서 북구는 "시청이 새로 들어올 최적의 위치는 북구, 옛 경북도청 자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옛 경북도청 모습. 지금도 건물과 도청 부지는 그대로 있다. 이 자리에 대구시청 별관이 있다. [중앙포토]

옛 경북도청 모습. 지금도 건물과 도청 부지는 그대로 있다. 이 자리에 대구시청 별관이 있다. [중앙포토]

 

유치전이 정치권의 기싸움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일부 지역 정치인들이 유치 희망 지역에 현수막을 내걸어 힘을 주고 있어서다. 2004년부터 대구시는 청사 건립을 추진했지만,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표밭으로 시청을 데려가려는 기싸움을 벌여 실패한 전력이 있다고 대구시 관계자는 전했다. 
 
이렇게 지자체들이 시청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①시청이 있는 지자체가 대구 중심이라는 이미지 ②시청 주변 상권 활성화 ③지하철역 등 도심 개발 기대 효과 등이다. 익명의 한 지자체 간부는 "지자체들 입장에선 당장 기관 주소를 쓸 때 시청과 같은 동네 주소를 쓸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유력 정치인이나 중앙기관 간부들도 지역에 오면 시청은 거쳐 가지 않느냐"며 "시청 이전에 따른 경제적 유발 효과는 용역 결과가 아직 없어 수치화할 수 없지만, 지자체에 쏠리는 눈길, 외부에서 바라보는 지자체의 이미지가 올라가는 점은 시청을 품는 것만으로 지자체가 얻는 효과다"고 했다. 
 
대구시 연말까지 시청 이전지를 확정한다. 2022년 청사 건립 공사에 들어간다. 부지 매입비를 제외한 청사 건립비는 3000억원 정도다. 대구시청과 대구시의회 건물은 각각 1993년,1956년에 지어졌다. 시청 건물은 지어진 지 30년이 안됐지만, 건물이 좁아 증축하거나 새로 지어야 한다는게 시의 주장이다. 시청엔 75개과, 1749명의 직원이 있다. 그러나 청사는 주차장·식당·회의실 등을 다 포함한 연면적은 1만9102㎡. 공간이 부족해 42개과 957명은 별관(옛 경북도청 건물)에서 근무 중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