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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인싸]징계도,의원 수도 '셀프'…늘 제머리 깎는 의원들

중앙일보 2019.03.18 06:00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개혁안에 큰 틀의 합의를 이뤘지만,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폐지한다는 독자적인 법안을 15일 발의했다. [연합뉴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개혁안에 큰 틀의 합의를 이뤘지만,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폐지한다는 독자적인 법안을 15일 발의했다. [연합뉴스]

요즘 국회에서 가장 ‘핫’하게 여야가 맞선 이슈 두 개를 꼽으라면 하나는 선거 제도 개편, 다른 하나는 ‘막말’ 국회의원의 징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선을 1년 여 앞둔 지금, 국회 상황을 좌우하는 두 개의 중심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참 중요한 문제인데도 진전이 없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여야의 입장 차가 크고, 이해 관계가 첨예한 것도 이유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함정이 있습니다.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 스스로 논의를 이끌고 있다는 겁니다. 매번 논란이 되는 셀프 연봉인상, 셀프 해외출장 심사도 모자라 ‘셀프 징계’, ‘셀프 의원수 개편’까지 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는 옛말이 무색하게도 국회의원들은 왜 자꾸 제머리를 깎고 있는 걸까요.
 
먼저 국회의원 징계 문제부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여당 의원 9명, 야당 의원 9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20대 국회 들어 제출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37건, 이 중 5건은 철회됐고 32건이 여전히 계류중입니다. ‘5ㆍ18 폄훼’ 논란으로 제소된 한국당 김진태ㆍ김순례ㆍ이종명 의원, 재판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 목포 구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이해충돌 의혹을 받는 손혜원 의원 등입니다. 세간이 떠들썩 했던 것에 비하면 국회 윤리위는 느리고 조용하기만 합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왼쪽 사진)과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 전희경 대변인(오른쪽 사진)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왼쪽 사진)과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 전희경 대변인(오른쪽 사진)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최근에는 여야 원내대표까지 제소를 당했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기사를 인용해 표현하자 민주당이 이를 문제삼았고, 한국당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나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을 방해했다며 맞제소를 한 겁니다. “이러다 국회의원 300명(현재 재적의원은 298명)이 다 윤리위에 회부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옵니다.
 
문제는 윤리위의 실효성입니다. 국회에 윤리특위가 구성된 1991년 이후 2016년 19대 국회까지 제출된 의원 징계요구안은 232건, 이 중 146건(63%)은 심의조차 하지 않았고 국회 회기가 끝남과 동시에 자동 폐기됐습니다. 2010년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국회윤리심사 자문위를 만들었지만 효력이 미미합니다. 국회 윤리특위에서 자문위로 징계안을 넘기면, 자문위는 최장 2개월 안에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자문위 의견서가 국회에 제출된 날로부터 몇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 없습니다. 안건만 쌓일 뿐 진전이 없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국회 윤리특위에서 실제로 징계가 이뤄진 건 4건에 불과합니다. 18대 국회 당시 ‘아나운서 성희롱 논란’을 일으킨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 19대 국회에서는 성폭행 혐의로 수사받던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의 제명안이 가결된 정도입니다. 이 마저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통과해야 효력이 생기는데, 강용석 전 의원의 경우 제명안이 부결됐습니다. 의원직 제명을 하려면 헌법상 국회 재적의원(298명)의 3분의 2(199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무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당을 떠나 개인적 인연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사실상 ‘셀프 심사’를 하는 것이어서 윤리위 제소 자체가 정치적인 ‘쇼’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각 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잠정합의한 선거제 개편안과 관련해 최종 논의를 위해 한자리에 앉았다. 오종택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각 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잠정합의한 선거제 개편안과 관련해 최종 논의를 위해 한자리에 앉았다. 오종택 기자

국회의원 수가 걸린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징계 문제보다 훨씬 더 갈등이 첨예합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없애자고 주장합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 15일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에 합의하고 다만 현 300석을 초과하지 않는 방식의 연동형 비례제를 고안하고 있습니다. 여야 4당은 한국당을 사실상 ‘왕따’시키고 선거법 개정안을 도출해서 ‘패스트트랙’으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인 셈입니다. 
 
하지만 내부 사정이 여전히 복잡합니다. 지역구를 28석(253→225)이나 줄이는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존재하지만, 기본적인 선거 룰은 다 현직 의원들이 정합니다. 국회의원을 몇 명으로 할지, 그 중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은 어떻게 할지,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배분률(연동형비례대표제)을 어떤 식으로 할지 등 핵심사안을 다 국회의원 스스로 정한다는 얘깁니다. 획정위가 할 수 있는 건 “법정시한을 지킬 수 있도록 빨리 룰을 정해달라”고 국회의원들을 독촉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선거구획정의 법정시한은 지난 15일이었습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총선 50일 전에야 여야가 선거법에 합의했는데, 이번에는 언제쯤 룰이 만들어질지 아득합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어기는 일이 반복되는데, 그저 ‘불가피한 일’로 치부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내년 선거도 치러질 텐데요, 현재의 과정을 지켜 본 유권자들이 의원들의 잘잘못을 표로 심판하는 것만이 유일한 정의 구현의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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