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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방치 리조트 적막만…해외자본 제주도 개발 줄줄이 난항

중앙일보 2019.03.18 05:00
지난 14일 찾은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최충일 기자

지난 14일 찾은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최충일 기자

지난 14일 낮 12시 제주도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가 일대. 140여 개의 주택형 건물이 일부는 지어진 채, 또 일부는 미완의 상태로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업 부지에는 공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는 펜스가 쳐져 있고 곳곳에는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실제 공사장 출입문도 굳게 잠겨 있는 상태다.  2~3층 상가주택의 모양새의 각 건물은 여기저기 녹이 슬고 전선이 돌출돼 있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14일 찾은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부지 입구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4일 찾은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부지 입구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4일 찾은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부지 입구가 굳게 잠겨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4일 찾은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부지 입구가 굳게 잠겨 있다. 최충일 기자

 
2조5000억원 규모의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사업이 진행되다 멈춘 지 4년째다. 이 단지는 말레이시아 화교기업인 버자야 그룹이 투자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2013년 첫 삽을 뜬 예래단지는 2015년 3월 대법원의 사업 무효 판결로 사업 추진이 중단됐고 그 이후 5개월 뒤인 같은 해 8월 공사가 중지됐다. 공정률은 전체 계획의 65%다.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북쪽으로 한라산이 보인다. 최충일 기자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북쪽으로 한라산이 보인다. 최충일 기자

이 지역은 북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는 곳이다. 올레 8코스가 지나 트래킹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여름이면 이 지역 해안의 논짓물에 많은 이들이 모여 물놀이를 즐기는 곳이다. 논짓물은 한라산으로 스며든 지하수가 해안변인 이곳 지상에서 솟아 민물과 바닷물 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소다. 현장에서 만난 김모(38·서귀포시)씨는 “처음부터 건물을 안 짓는 것이 가장 온전한 제주를 볼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이왕 지어진 건물을 이렇게 흉물이 되게 방치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인근의 올레길 8코스를 올레꾼들이 걷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인근의 올레길 8코스를 올레꾼들이 걷고 있다. 최충일 기자

공사가 미뤄진 이유는 각종 소송전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예래휴양형주거단지 토지주 8명이 제주도 등을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강제수용된 토지를 토지주에게 돌려주라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예래단지는 관광수익 창출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설로 공공적 성격이 요구되는 도시계획시설인 유원지로 인가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인근의 논짓물. 민물과 바닷물이 한대 모이는 물놀이터다. 최충일 기자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인근의 논짓물. 민물과 바닷물이 한대 모이는 물놀이터다. 최충일 기자

이에 토지주들은 토지수용뿐만 아니라 예래주거단 사업 인허가 등 관련된 모든 행정처분도 무효라며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9월 1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에는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하다 JDC와 화해한 토지주들이 재차 토지확보에 나서 첫 재심(광주고법) 승소판결까지 이끌어 낸 상황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예래단지 관련 토지 소송만 18건에 203명에 이른다. 소송 대상은 전체 사업부지 74만1192㎡ 중 65%인 48만여㎡ 상당이다. 
 
사업자측도 소송전에 가세했다.  말레이시아 버자야측은 JDC가 토지수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투자 유치에 나섰다며 2015년 11월 3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3월에는 제주도에 2억1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지가 중단된채 방치된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건물들. 최충일 기자

공사지가 중단된채 방치된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건물들. 최충일 기자

건설이 중단된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건물 상판에 비닐류가 달려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건설이 중단된 제주 예래휴양형주거단지 건물 상판에 비닐류가 달려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충일 기자

해외자본이 제주에서 좌초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제주도가 조건부 허가를 내준 뒤 사업 허가 취소 수순을 밟고 있는 ‘녹지국제병원’이 포함된 헬스케어타운도 공사가 멈춘지 2년째다. 1조 5674억원이 투자되는 헬스케어타운은 녹지그룹이 토평동과 동홍동 일원 153만9013㎡에 녹지병원을 비롯해 휴양콘도와 리조트, 호텔 등을 짓는 사업이다. 2012년 10월 착공해 2018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사드 사태 이후 자금줄이 끊겨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공정률은 53%다. 
 
최근 취소절차에 돌입한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최근 취소절차에 돌입한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녹지는 국내 금융기관 파이낸싱(PF) 대출 또는 해외 계열사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중국 자본 개발사업인 신화역사공원사업 역시 지난해 최대 주주인 양즈후이 회장이 체포된 후 매출이 급감, 경영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런 여파로 최근 부지 내 주요 호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공사가 중단된 제주 헬스케어타운 전경. 최충일 기자

공사가 중단된 제주 헬스케어타운 전경. 최충일 기자

중국자본 사업 말썽 잇따르자 검증 관련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환경영향평가 준비서 심의로 시작된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도 3년 넘게 인허가 절차 중이다. 제주도 차원의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자본검증위원회는 사업자인 JCC(주)에 6월 말까지 총 사업비 5조2180억원 가운데 분양수입 1조844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3조3730억원)의 10%인 3373억원을 선입금할 것을 요청한 상황이다.  
  
위원회는 JCC(주)의 모기업인 중국 화룽그룹에 대한 검증이 어려워 이 같은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인허가 절차가 언제 마무리될지 모른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투자 규제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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