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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삼권분립’ 강조에 애매해진 민주당의 ‘김경수 재판’ 뒤집기

중앙일보 2019.03.18 05:00
“민주당 대 사법부의 대결 구도에서 청와대가 사법부 손을 들어준 꼴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 의원의 말이다.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법정구속형을 선고한 판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삼권분립에 따라 관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은 데 대한 반응이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경수 판결 뒤집기’ 여론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섞여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밤 6박7일에 걸친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밤 6박7일에 걸친 브루나이?말레이시아?캄보디아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지난 15일 ‘김 지사 1심 재판부 사퇴’ 청원에 “사법권은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 분리된 독립적 국가권력”이라며 “삼권분립에 따라 현직 법관의 인사와 징계에 관련된 문제는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으며 관여해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김 지사 판결을 보복성으로 규정, 전면전을 선포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이같이 답변한 것이어서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의원들은 “일반적 수준의 답변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말아 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 친문계 의원은 “청와대 입장에선 재판에 불만이 있다고 한들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입장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청와대의 형식적 답변일 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새 100년 위원회 출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새 100년 위원회 출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중앙포토]

 
민주당 입장이 애매해졌다는 반응도 많았다. 변호사 출신의 한 비주류 의원은 “청와대가 법원에 대해 관여해선 안 된다며 그 이유로 삼권분립을 들었다면 이는 민주당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삼권분립이란 권력을 한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하지 않게 입법(국회), 사법(법원), 행정(정부·청와대)으로 나눈 것을 말한다. 이 의원은 또 “항소심 등 절차를 통해 풀어야 한다. ‘김경수 구하기’가 자칫 사법부 전체와 대립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재판부 규탄이 야권에 ‘사법부 부정’이란 공격의 빌미를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ㆍ18 폄훼 발언’ 논란으로 반등 기미를 보이던 당 지지율이 재판 불복 프레임에 덮여버렸다”며 “특정 판사에 대한 비판이 극성 친문 지지자들에게만 좋지, 당과 청와대 지지율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는 김경수 지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재판부가 김 지사에게 감형하거나 풀어주면 압박의 결과라고 하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에게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뉴스1]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에게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뉴스1]

 
야당에선 민주당과 청와대의 행보를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재 한국당 대변인은 17일 “청와대는 삼권분립 운운하며 재판부를 공격하면 안 된다고 하고 민주당은 하루가 멀다고 김경수 재판부를 비판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삼권분립을 위배해도 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범여권 인사로 불리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6일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팟캐스트에서 김 지사 1심 재판부를 거듭 비판했다. 이 자리엔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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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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