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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승리 스캔들’의 피해자들

중앙일보 2019.03.18 00:19 종합 29면 지면보기
주정완 금융팀장

주정완 금융팀장

식당은 손님이 드물어 썰렁한 분위기였다. 의자는 거의 비어 있었고 직원들은 자기들끼리 뭔가를 속닥였다. ‘승리 라멘집’으로 알려진 일본식 라면 체인점의 지난 주말 저녁 풍경이었다. 기자가 찾아간 곳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중심 상권에 위치한 식당이었다. 한참 손님이 넘쳐나야 할 시간에 식당 안은 적막한 느낌마저 들었다. 종업원은 체념한 듯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변 다른 식당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였다.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의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승리에게 잘못한 점이 있다면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엄중한 추궁과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 와중에 애꿎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승리를 믿고 라면집을 시작한 가맹점주와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이다.
 
승리가 속했던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지난 15일 증시에서 3만5700원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가장 높았던 지난 1월 4일(4만8900원)과 비교하면 27% 떨어졌다. 발행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으로는 8892억원에서 6492억원으로 줄었다. 누군가의 증권 계좌에서 주식가치 2400억원이 허공에 날아갔다는 의미다. 이중 소액주주들(2017년 말 기준 지분율 48.8%)의 손해는 1170억원에 이른다.
 
증권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전혀 남의 얘기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 자산인 국민연금이 투자한 금액도 상당해서다. 국민연금은 YG엔터테인먼트의 주식 118만5000주(지분율 6.06%)를 갖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423억원어치다. 지난 1월 4일부터 계산한 국민연금의 평가손실은 145억원에 이른다.
 
승리 라면집의 가맹점주들은 빈 식탁과 의자를 보며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일 것이다. 비싼 인테리어 비용과 가맹비, 중심 상권의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 재산을 투자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개정된 가맹사업법에는 본사나 임원의 잘못으로 가맹 사업의 명성이나 신용이 훼손되면 가맹점주의 손해를 물어줘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 조항은 올해부터 새로 계약을 맺거나 갱신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가맹 본사(아오리에프앤비)의 법인 등기부를 보면 승리는 지난 1월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떠나간 손님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언제쯤 돌아올 것인지 기약도 없다. 한 유명 연예인의 일탈은 수많은 사람에게 여전히 진행 중인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주정완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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