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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클럽, 포주MD 월수 1억 넘어…아이돌을 사업에 활용”

중앙일보 2019.03.18 00:04 종합 8면 지면보기
주원규 작가

주원규 작가

“클럽 MD(merchan diser·영업관리자)들 가운데서도 VIP를 유치하고 성관계할 여성을 연결해 주는 0.1% MD들이 있어요. 제가 확인한 수익만 한 달에 1억5000만원이었죠.”
 

잠입 취재 책 펴낸 주원규씨
카지노서 관계 튼 VIP에 ‘이벤트’
유명 연예인 유치 땐 거액 성과급
아지트 마련해 물뽕·성매매 알선
단속 경찰은 접대 받고 돌아가

강남 클럽의 실상을 폭로한 신작 『메이드 인 강남』을 펴낸 주원규(사진) 작가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목사이자 작가인 그가 강남 클럽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보호하는 가출청소년들 때문이었다. 자리를 잡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종착지가 강남의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됐고, 2016년 ‘콜카(콜걸들을 이동시켜주는 차량)’ 운전자나 주류 배달원으로 잠입해 6개월간 생활하며 이들의 실상을 낱낱이 지켜봤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 작가는 “클럽에서 만난 성인 남녀가 원나잇(모르는 남녀의 하룻밤 성관계)을 즐기는 것이야 비난할 수 없지만 VIP 손님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조직적 성매매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위 0.1%의 MD와 클럽 운영자들이 성매매 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들”이라고 주장했다.
 
강남 한 클럽의 모습. [사진 SNS 캡처]

강남 한 클럽의 모습. [사진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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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작가는 “클럽 내 남녀 고객을 연결해 주는 등 보통의 활동을 하는 MD들이 더 많다. 단골을 많이 유치하는 상위급 MD들은 한 달에 3000만~5000만원을 번다”며 “그러나 성매매에 손을 대면 수익이 배로 뛴다”고 말했다. 성매매에 뛰어드는 순간 이들은 포주(이하 ‘포주 MD’)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여성 포주 MD도 있느냐”는 질문에 “여성의 심리를 잘 아는 여성 포주 MD들이 성매매 여성들에게 더욱 잔혹하다”고 답했다.
 
주 작가는 강남 클럽 성매매의 가장 큰 연결고리로 클럽 운영자와 포주 MD를 꼽았다. 이들은 ‘캐스팅메이트’ 또는 ‘캐스팅디렉터’로 불리는 ‘조달책’으로부터 성매매 여성을 소개받는다. 또 유명연예인을 엮어 ‘간판’으로 내세운다. 주 작가는 “보통 MD들이 유명 연예인을 클럽에 데려오면 운영자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며 “또 이들 뒤에는 클럽의 뒤를 봐주는 신흥 조폭이 존재하고 그 뒤에는 암묵적으로 경찰과의 유착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포주 MD들은 VIP 손님과 여성들의 성관계를 연결해 주는 것을 ‘이벤트’라고 부른다. 이벤트의 3대 요소는 술·여자·마약이다. 주 작가는 “보통 VIP 손님을 상대로 5000만~2억원짜리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마약은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지더라”며 “최근 논란이 된 물뽕(GHB)은 어느 정도 네트워크를 가진 손님들은 거의 다 사용했고,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 심각한 수준의 마약을 사용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버닝썬에서 VIP 손님을 대상으로 판매한 1억원짜리 프리미엄 세트 메뉴인 만수르세트. 아르망디 샴페인 12L(원가 2812만원)+루이13세 코냑(원가 330만원)+아르망디 샴페인 750mL 10병(원가 604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 SNS 캡처]

버닝썬에서 VIP 손님을 대상으로 판매한 1억원짜리 프리미엄 세트 메뉴인 만수르세트. 아르망디 샴페인 12L(원가 2812만원)+루이13세 코냑(원가 330만원)+아르망디 샴페인 750mL 10병(원가 604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 SNS 캡처]

그는 VIP의 이벤트를 위한 ‘아지트’도 목격했다고 했다. 강남의 20~30평대 오피스텔을 단기로 월 120만~150만원에 임대한 뒤 방을 해체하고 홀처럼 만들어 제2의 클럽처럼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클럽에서 연결한 VIP 손님과 여성을 이 오피스텔로 가게 한 뒤 변태적 성관계를 맺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주 작가는 “3년 전 클럽 사업가들 사이에 ‘아이돌을 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클럽 투자를 위한 회사를 세우고, 탈세를 위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연예인을 연결하는 새로운 ‘클럽 카르텔’을 완성하려는 움직임이 3년 전부터 있었다는 것이다. 클럽 입장에서 아이돌스타는 한류 열풍에 휩싸인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하고 검은 이미지를 문화적으로 세탁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새로운 클럽 카르텔의 흐름은 아이돌스타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주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아이돌스타는 세무조사 및 ‘공인’ 스트레스가 컸다”며 “이들의 스트레스를 배설할 수 있는 지하 무대가 개설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돌스타 입장에서 클럽 사업의 지분 및 수입에 대해서는 연예계 수익처럼 투명하게 세무신고를 할 필요 없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남 클럽에 수억원을 쓰는 VIP 손님들은 어디서 왔을까? 주 작가는 “마카오나 필리핀, 혹은 국내의 카지노 도박장에서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MD들은 VIP 손님들과 성관계를 맺는 여성들에게 같이 마약을 하라고 시키기도 하고 일부러 미성년자를 연결하기도 한다”며 “이렇게 VIP의 약점을 잡고 서로 물리고 물리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작가는 클럽과 경찰의 유착을 의심할 수 있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했다. 그는 “일반 여성 고객이 VIP 손님과 연결된 뒤 ‘성폭행을 하려 한다’는 신고를 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문 앞에서 클럽 관계자와 이야기하고는 그냥 돌아갔다”고 전했다. 그는 클럽 직원들끼리 경찰을 ‘곰’이라 부른다고 귀띔했다. 경찰이 ‘단속’을 명목으로 클럽을 찾아 ‘접대’를 받는 상황도 종종 봤다고 했다.
 
주 작가가 강남 클럽에 잠입했던 2016년은 최근 성관계 불법 촬영 및 유포 의혹에 휩싸인 가수 출신 방송인 정준영(30)의 전 여자친구 몰래카메라 사건이 터졌던 시기다. 주 작가는 “당시 정준영이 무혐의가 되자 MD들이 ‘이제 사건이 터져도 (경찰) 초동수사 단계에서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며 “이로 인해 판이 커지고 그들의 행위가 더욱 음성화된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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