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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와 케빈 나, 17번 홀 개그 쇼

중앙일보 2019.03.18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17번 홀에서 타이거 우즈와 주먹을 마주치며 웃는 케빈 나(가운데). [AFP=연합뉴스]

17번 홀에서 타이거 우즈와 주먹을 마주치며 웃는 케빈 나(가운데). [AFP=연합뉴스]

해마다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린다. 총상금 1250만 달러(약 142억원)에 우승상금도 225만 달러(26억원)나 된다.
 

나, 버디 한 뒤 서둘러 공 집자
우즈, 동작 따라하다 파안대소

이 골프장의 17번 홀(파3·127야드)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다. 호수 속에 섬처럼 떠 있는 ‘아일랜드 홀’에선 해마다 환호와 탄성이 교차한다. 올해도 17번 홀에서 많은 선수가 공을 연못에 빠뜨렸다. 그런데 17일 열린 3라운드 경기 도중엔 이 홀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재미동포 케빈 나(36·한국이름 나상욱)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가 잇따라 익살스러운 행동으로 갤러리의 웃음을 자아냈다.
 
개그 쇼의 시작은 케빈 나(36)의 행동이었다. 슬로 플레이로 악명이 높았던 케빈 나는 이 홀에서 1.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시도하면서 공이 홀 속에 들어가기도 전에 서둘러 공을 주워드는 동작을 취했다.  
 
그의 행동을 보고 웃음을 터트린 우즈는 곧바로 70㎝ 거리의 버디 퍼트를 똑같이 성공시킨 뒤 케빈 나의 동작을 흉내 냈다. 퍼트하자마자 서둘러 공을 꺼내는 동작을 취한 뒤 우즈는 파안대소했다. 홀 주위에 있던 갤러리와 중계진도 따라 웃었다.
 
PGA 투어가 트위터에 올린 이 영상은 하루도 안 돼 조회 수 10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평소 공식 대회에서 냉정한 모습을 보여왔던 우즈에게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우즈는 “케빈 나는 퍼트하자마자 공을 잡으려는 것 같았다. (나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케빈 나는 우즈의 행동을 본 뒤 “움직임이 빠르지 않더라. 나중에 레슨을 해주겠다”는 농담을 건넸다.
 
우즈는 전날 2라운드 17번 홀에선 참사를 겪었다. 티샷한 공을 두 차례나 물에 빠뜨리는 바람에 쿼드러플 보기(기준타수보다 4타를 더 친 것)를 한 것이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18차례 출전한 그가 17번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기록한 건 이 날이 처음이었다.
 
2003년부터 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이 17번 홀에서 얼마나 많이 공을 빠뜨리는지 조사하고 있다. 2007년엔 나흘 동안 무려 93개의 공을 해저드에 빠뜨렸다. 한 해 평균 47.8개의 공이 17번 홀의 물속으로 사라졌다. 올해 대회에서도 1라운드에 18개, 2라운드 6개, 3라운드엔 8개의 공이 물에 빠졌다.  
 
반면 라이언 무어(미국)는 1라운드에서 대회 통산 9번째로 17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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