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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로’ 세징야, 대구 돌풍

중앙일보 2019.03.18 00:03 경제 7면 지면보기
브라질 출신 대구 공격수 세징야(오른쪽)가 울산 수비수를 제치고 슛을 하고 있다. [뉴스1]

브라질 출신 대구 공격수 세징야(오른쪽)가 울산 수비수를 제치고 슛을 하고 있다. [뉴스1]

원정팀 울산 현대가 1-0으로 앞서가던 후반 34분. 홈팀 대구 FC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세징야(30)가 공간을 파고들며 일본인 팀 동료 츠바사(29)가 찔러준 패스를 받았다. 볼을 살짝 띄워 울산 현대 골키퍼 오승훈(31)을 제친 그는 텅 빈 골대를 향해 머리로 골을 넣었다. 코너 플래그 부근으로 달려간 세징야는 펄쩍 뛰어올라 공중에서 반 바퀴를 돌며 양팔을 휘둘렀다. 롤모델로 여기는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유벤투스)의 세리머니를 따라 한 것이다.
 
대구는 17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1 3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에 울산과 한 골씩 주고받은 끝에 1-1로 비겼다. 후반 20분 울산의 김보경(30)이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았지만, 대구는 세징야의 만회 골로 패배 위기에서 벗어났다.
 
대구는 지난 1일 K리그 개막전에서 ‘절대 1강’ 전북과 비긴(1-1) 데 이어 이날 또 하나의 우승 후보 울산과도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무패 행진도 이어갔다. 올 시즌 K리그에서 1승2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선 2연승 중이다.
 
홈팀 대구에겐 이긴 것만큼이나 짜릿한 무승부였다. 두 팀은 지난해 12월 FA컵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결승에서 만났다. 당시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울산의 우승이 점쳐졌지만, 예상을 깨고 대구가 1·2차전 합계 5-1로 완승을 거두며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창단 이후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대구발 돌풍의 중심에는 세징야가 있었다. 그는 지난해 8골·11도움을 기록하면서 K리그1 도움왕에 올랐다. FA컵에서도 득점왕(5골)과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겨우내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줄줄이 보강한 울산이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또 한 번 세징야에게 가로막혔다.
 
원래 검은 머리인 세징야는 요즘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그라운드에 오른다. “대구에서 우승하면 머리색을 바꾸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프시즌 동안 국내·외 여러 클럽으로부터 거액을 주겠다는 영입 러브콜을 받았지만 “대구와 함께할 도전이 남아 있다”며 모두 거절했다.
 
‘하늘색 군단 노랑머리’ 세징야는 올 시즌 K리그에서 대구를 상대하는 팀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그는 최근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행진을 이어가며 2골·5도움을 기록 중이다. 홈 팬들은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세징야의 공간 침투 능력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시티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31)를 닮았다며 ‘대구’와 ‘아구에로’의 이름을 합쳐 ‘대구에로’라 부른다.
 
대구는 새로 지은 ‘안방’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정규 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3경기 연속 만원사례를 기록했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1만2000여 명의 팬이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르며 만들어내는 ‘쿵!쿵!골!’ 응원은 유럽의 축구장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관중석 바닥은 팬들이 발을 구를 때 큰소리가 난다. 강한 진동까지 생겨 원정팀에겐 큰 위협이 될 만하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7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깝다. 팬들의 응원 열기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축구 팬들은 ‘4D 응원’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열광하고 있다. 이동준 대구 경영기획부장은 “울산전 티켓은 경기 하루 전 모두 팔렸다”면서 “최근 성적이 좋은 데다 경기 때마다 관중석이 꽉꽉 차니 피곤한 줄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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