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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컬스데이’

중앙일보 2019.03.18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지난달 겨울체전에서 우승한 ‘컬스데이’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 왼쪽부터 스킵 김은지와 엄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메달을 꿈꾸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달 겨울체전에서 우승한 ‘컬스데이’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 왼쪽부터 스킵 김은지와 엄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메달을 꿈꾸고 있다. [변선구 기자]

 
“우리 팀 컬러요? 예쁜 미소죠.”
 
돌아온 ‘컬스데이(컬링+걸스데이)’가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지난 14일 경기 의정부 컬링장에서 만난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 선수들은 첫인상부터 쾌활하고 발랄했다. 스킵(주장) 김은지(29)는 “우리 동생들 정말 예쁘지 않나요?”라고 했다.
 
경기도청은 지난달 1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 겨울 체육대회 결승전에서 경북체육회를 7-6으로 꺾고 우승했다. 경기도청은 김은지·김수지(26·세컨)·엄민지(28·서드)·설예은(23·리드)·설예지(23·후보) 등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다. 상대는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영미~”란 유행어를 만들어내면서 은메달을 땄던 강팀이었다.
여자컬링 경기도청의 설예은(왼쪽)과 설예지. 두사람은 1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다. 변선구 기자

여자컬링 경기도청의 설예은(왼쪽)과 설예지. 두사람은 1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다. 변선구 기자

 
경기도청 선수들은 모두 긴 머리를 높게 묶는 포니테일 스타일을 하고 경기를 한다. 특히 ‘쌍둥이 자매’ 설예은·예지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2015년 4월 당시 경기도청 선수들. 왼쪽부터 김은지 염윤정 김지선 이슬비 엄민지 설예은. 김상선 기자

2015년 4월 당시 경기도청 선수들. 왼쪽부터 김은지 염윤정 김지선 이슬비 엄민지 설예은. 김상선 기자

 
경기도청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선 8위에 머물렀다. 당시만 해도 선수들이 브룸을 들고 다니면 유리창 청소부로 오해를 받을 만큼, 한국은 컬링 불모지였다. 그러나 실수한 뒤 서로를 격려하는 “언니 괜찮아요”란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컬링은 친숙한 스포츠가 됐다. 컬링과 걸그룹 이름 걸스데이를 합친 ‘컬스데이’란 신조어도 탄생했다.
 
하지만 경기도청 컬링팀은 소치올림픽이 끝난 뒤 내홍을 겪으면서 흔들렸다. 이듬해인 2015년,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았지만 김지선과 이슬비가 각각 결혼하면서 팀에서 이탈했다. 결국 3시즌 연속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 왼쪽부터 스킵 김은지와 엄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 뒤에는 신동호 코치. [변선구 기자]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 왼쪽부터 스킵 김은지와 엄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 뒤에는 신동호 코치. [변선구 기자]

이제 소치올림픽 멤버 중 남은 건 김은지와 엄민지뿐이다. 스킵은 맏언니 김은지가 맡고 있다. 젊은 피 설예은·예지가 합류했고, 춘천시청 소속이던 김수지가 가세하면서 지난해 6월 지금의 팀이 결성됐다. 엄민지는 “선수교체 후 첫 우승이라 뜻깊다”고 했다. 
 
김은지는 스피드스케이팅을 하다가 고등학교 때 컬링으로 전향한 경우다. 엄민지는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컬링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처음에는 투포환 같은 종목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빙판으로 가자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만큼 컬링은 생소한 종목이었다”고 말했다. 김수지는 힘이 약해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컬링을 시작했다.
의정부 컬링장에서 연습중인 경기도청팀. 변선구 기자

의정부 컬링장에서 연습중인 경기도청팀. 변선구 기자

 
경기도청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캐나다에서 열린 월드 컬링투어에 참가했다. 두 달간 격주로 각종 컬링 대회에 출전했다. 
 
김은지는 “식비를 아껴서 전지훈련을 3주 연장했다”며 “강행군 속에 이기고 지는 걸 반복하면서 경험도 늘고, 심리적으로 강해졌다. 위기에 몰리거나 승부처에서도 ‘그냥 훈련 때처럼 샷을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엄민지는 “2017년 캘거리 전지훈련 당시엔 지하방에서 살면서 훈련했다. 주장 은지 언니가 해준 닭볶음탕을 먹으면서 한 팀이 됐다”고 했다.
여자컬링 경기도청 쌍둥이 자매 설예은(왼쪽)과 설예지. 두사람은 친언니가 달리기가 빠르다면서 컬링을 권유해 시작했다. 변선구 기자

여자컬링 경기도청 쌍둥이 자매 설예은(왼쪽)과 설예지. 두사람은 친언니가 달리기가 빠르다면서 컬링을 권유해 시작했다. 변선구 기자

 
1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자매인 막내 설예은·예지는 팀의 활력소다. 귀여운 외모 덕분에 팬들도 많다. 엄민지는“둘이 티격태격하는 경우도 있지만, 쌍둥이 자매라 말을 안 해도 통한다. 둘은 아플 때도 동시에 아프다”고 전했다. 설예지는 “요즘 소셜미디어 팔로워가 늘어나서 힘이 난다. 하지만 외모보다는 실력으로 주목받고 싶다”고 밝혔다.
 
평창 올림픽을 강릉의 관중석에서 지켜봤다는 엄민지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비인기 종목이었던 컬링이 알려져 다행이다. 은메달을 딴 팀 킴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고, 독기도 생겼다”고 했다. 신동호(42) 코치는 “우리 팀 선수들은 꼭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고 전했다.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 왼쪽부터 스킵 김은지와 엄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 뒤에는 신동호 코치. [변선구 기자]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 왼쪽부터 스킵 김은지와 엄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 뒤에는 신동호 코치. [변선구 기자]

 
2019~2020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은 오는 7월 열린다. 지난해 평창 올림픽 이후 한국 여자컬링은 현재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컬스데이’ 경기도청, ‘팀 킴’ 경북체육회, ‘리틀 팀킴’ 춘천시청이 팽팽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국가대표인 춘천시청은 지난달 컬링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우승했다.
 
김은지는 “세 팀은 세계 어느 대회에 나가도 상위권에 오른다. 어느 한 팀이 독주하는 게 아니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건 서로에게 윈-윈”이라면서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우리가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의정부=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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