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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요금 미국 10만~13만원, 한국은?

중앙일보 2019.03.18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가입자 1억870만명을 거느린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지난 15일 5세대(5G) 요금제를 내놨다. 이동통신이 상용화하려면 망구축(네트워크), 단말기(5G폰), 서비스(요금제) 세 가지가 모두 준비돼야 하는데, 요금제에 관한 한 미국이 한국보다 한발 앞섰다. 한국에서는 SK텔레콤이 이달 초 과기정통부에 요금제 인가 신청을 냈으나 정부는 사실상 ‘비싸다’는 취지로 반려했다.
 
버라이즌의 요금제가 공개되자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적정 5G 요금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버라이즌 요금이 반려당한 SKT 요금보다 비싸게 설계돼서다.
 
버라이즌의 5G 요즘은 한 달 10만6000원, 11만9000원, 13만1000원의 세 가지 상품으로 구성됐다. 현재 LTE 요금제 3종류에 각각 10달러(1만2000원)씩을 추가했다. 이렇게 값이 올랐지만 쓸 수 있는 데이터양은 LTE 요금제와 동일하다. 요금 인상분이 ‘새로 깐 5G 망을 쓰는 값’일 뿐이라는 얘기다.
 
버라이즌 요금제를 접한 국내 이통사들은 부글 끓고 있다. SKT가 설계한 요금제는 7만원대, 9만원대, 11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값이 싼 7만원대 상품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양이 150GB로, 버라이즌의 13만원대 요금제(75GB)의 두배다.
 
SKT 측은 5G 요금이 LTE에 비해서도 30% 가량 인하됐다고 주장한다. LTE의 6만9000원 상품은 월 100GB를 제공한다. 환산하면 GB당 요금은 690원이다. 반려된 5G요금제는 GB당 500원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4G보다 데이터당 요금도 내려갔고, 미국 보다는 가격 자체도 낮고 데이터 제공은 두배에 달하는 데 폭리를 취하려는 것처럼 비춰져 곤혹스럽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 5G 요금제의 공통점도 있다. 주어진 기본 데이터를 다 쓰고 나도, 추가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 물론 속도는 다소 느려진다. 그런데 여기서도 서비스 품질에 차이가 난다. 버라이즌 13만원대 요금은 75GB를 다 쓰고 나면 문자나 메신저, 고화질(HD) 영상 정도만 볼 수 있다. 초고화질(풀HD) 영상을 보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SKT 7만원대 요금제는 150GB를 다 써도 풀HD는 물론 이보다 네 배 선명한 UHD,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콘텐트도 별도 비용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미국도 데이터 ‘헤비 유저’를 겨냥해 고가 위주로 5G 요금제를 내놨지만, 뜯어 보면 실제 소비자 혜택은 반려당한 국내 요금제보다 훨씬 뒤처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선 5G의 핵심 콘텐트가 될 UHD, AR, VR을 마음껏 볼 수 있도록 해 관련 산업이 활성화할 기반도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요금이 미국에 비해 크게 싸지는 않다는 반박도 내놓는다. 일부 대도시에 인구 대부분이 모여사는 한국 거주 특성상 미국보다 기지국 구축 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5G는 기계와 기계(Machine to machine)간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B2B 영역이 더 큰 수입원이 될 것”이라며 “B2C에서는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고, 요금 선택의 폭을 넓혀 가능한 많은 사람이 5G 속도를 체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요금제가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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