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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침대서 무너진 자신감…돈 잘 벌고 자녀 잘 커도 보상 못 받죠

중앙일보 2019.03.18 00:02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남성, 性적표를 올리자 ①말할 수 없는 고통, 성 기능 장애 남성에게 성(性) 기능은 자신감의 상징이다. 발기부전 등 성 기능 장애를 ‘고개 숙인 남성’ ‘말 못 할 고통’이라 부르는 배경이다. 자신의 경험은 부풀려 자랑하면서 정작 관리가 필요한 성 기능 장애는 감추기 일쑤다. 질환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무관심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남성에게 되돌아온다. 남모르는 상실감과 우울, 불안으로 고통받고 검증된 치료 대신 민간요법에 의지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앙일보와 프라우드비뇨기과의원은 남성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과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총 3회에 걸쳐 ‘남성, 성(性)적표를 올리자’ 시리즈를 진행한다. 첫 번째로 남성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성 기능 장애의 심각성을 조명한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발기부전을 경험한다. 우리나라 30대 이상 기혼 남성 827명을 대상으로 성 기능 점수(국제발기능력기준)를 측정한 결과 절반가량(43.3%)은 발기부전으로 조사됐다. 발기부전 유병률은 30대 23.3%, 40대 33.5%, 50대 64.4%, 60대 이상 85.8%로 나이가 들수록 급증했다(대한가정의학회지, 2009). 프라우드비뇨기과의원 황인성 원장은 “발기부전은 노화로 인한 남성호르몬 감소와 혈관·신경 손상, 스트레스·약물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결과”라며 “발기가 잘 안 되는 것은 물론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발기부전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기능 장애=질환 사회적 공감대 필요
 
하지만 남성에게 발기부전은 감추고 싶은 부분이다. 설령 발기부전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 일시적인 증상이나 나이 탓으로 여겨 방치하거나, 주변 시선을 의식해 병원 방문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선 연구에서도 발기부전 남성 중 실제 진료를 받은 비율은 5명 중 1명(18.2%)에 그쳤다.
 
문제는 발기부전이 단순히 신체 변화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반복되는 실패 경험과 이로 인한 상실감은 정신건강은 물론 대인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박성훈(가명·67)씨가 그런 사례다. 그는 50대 중반부터 발기부전이 나타났지만 병원을 찾는 대신 인터넷에서 발기부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운동을 검색해 실천했다고 한다. 주말마다 조기 축구에 나갔고, 매일 헬스장에서 1시간30분간 유산소·근력 운동을 했지만 추락하는 성 기능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씨는 “발기부전을 반복해 겪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고 결국 성생활을 포기하게 됐다”며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해져 몇 년 전부터는 각방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에게 성 기능은 그 자체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이화여대 간호대학의 연구(성인간호학회지, 2003)에 따르면 배우자와의 성생활에 만족하는 남성의 삶의 질 점수는 14.7점 만점에 평균 11.69점으로 월수입 400만원 이상(11.37점), 자녀의 성장에 만족하는 경우(10.88점)보다 높았다.
 
반면 우울 점수(점수가 높을수록 우울)는 성생활에 만족하지 않는 남성이 10.76점으로 만족하는 남성(6.45점)이나 평균(8.98점)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황인성 원장은 “성 기능 장애가 치료·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동맥경화·당뇨 등 만성질환 조기 경보
 
발기부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발기부전이 만성질환, 심장 질환 등을 조기에 알리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발기부전 환자 중 동맥경화나 당뇨병을 앓는 비율은 각각 40% 이상으로 보고된다. 프라우드비뇨기과의원 이지용 원장은 “발기를 위해서는 음경 내 해면체에 혈액이 몰려야 하는데 혈관 질환을 앓으면 혈액순환에 방해를 받아 발기부전이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며 “숨은 질환의 초기 증상으로 발기부전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젊을 때 발기부전이 나타나거나 치료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진용(가명·46)씨는 3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발기부전이 시작됐다. 당시 그는 키 1m70㎝, 체중 100㎏으로 고도비만이었다. 남성호르몬 수치는 정상이었지만 동반된 당뇨병·고지혈증으로 혈관이 망가져 약을 먹어도 발기부전이 낫지 않았다. 혈관 손상이 누적되면서 최근에는 발기가 아예 되지 않는 발기불능으로 악화한 상태다. 이지용 원장은 “발기부전의 첫 번째 치료는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휴식 등 생활습관 관리”라며 “꾸준히 실천하면서 발기부전을 관리하면 전신 건강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의 발기부전 치료는 단계별로 진행된다. 초기에는 약을 먹거나 음경에 직접 놓는 주사를 통해 증상 개선을 유도한다. 만약 이런 치료에도 효과가 없거나 심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는 음경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을 고려한다. 최근에는 간단한 조작으로 발기를 조절할 수 있고, 피부 감각 등이 유지되는 팽창형 보형물이 등장해 환자들의 환영을 받는다. 올해 초 음경 보형물 삽입술(팽창형)을 받은 정민수(가명·72)씨는 “아내와 남은 평생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 수술을 결정했다”며 “잃어버린 성 기능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고 몇 년은 더 젊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구진모 프라우드비뇨기과의원 원장 
“고개 숙인 남성, 약물·주사·보형물로 완치 가능”

 
발기부전 등 성 기능 장애는 적극적인 치료로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하지만 성 기능 장애에 대한 무관심과 사회적인 편견으로 치료에 나서는 남성은 드문 편이다. 프라우드비뇨기과의원 구진모(사진) 원장에게 성 기능 장애의 치료 효과와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들었다.
 
 
-초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발기부전은 나이 들수록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남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퇴행성 변화에 발기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더해져 발기 능력이 가파르게 줄어든다. 발기부전을 방치하면 음경의 굵기·길이가 줄고 사정을 하지 않아 정액도 마른다. 성 기능 장애가 우울·불안 등의 원인이 되는 만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남성은 성 기능 장애를 숨기는 경우가 많은데.
 
 “남성은 대부분 성 기능 장애를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 질환에 대한 왜곡된 인식 탓에 치료를 미루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국은 부부가 함께 발기부전 치료에 대해 논의하는 경우가 많다. 초고도비만일 때는 음경 보형물을 직접 작동하기 어려운데 부인이 교육을 받아 대신 발기를 유도해주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성 기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 질환에 대한 개방적인 인식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치료 만족도는 높은가.
 
 “발기부전의 치료 목표는 완치다. 약물·주사·보형물 등을 활용해 누구든 발기 능력을 100% 회복할 수 있다. 발기부전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상실된 성 기능을 되살리는 것은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음경 보형물 수술은 안전한가.
 
 “음경 보형물 수술은 40년 넘게 적용되며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받은 치료법이다. 굴곡형과 팽창형 두 종류가 있는데, 모두 음낭 부위를 3㎝ 정도만 절개해 수술한다. 단 고령층은 수술 중 사소한 상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병원을 선택할 때 의료진의 경험, 감염 관리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정렬 기자
 
 
 
박정렬 기자 park.jung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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