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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보다 무서운 침묵…'北, 레드라인 넘지 말라'

중앙일보 2019.03.17 15:4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평양 기자회견이 있은지 약 12시간 뒤 국가안보회의(NSC)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펜타곤을 방문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평양 기자회견이 있은지 약 12시간 뒤 국가안보회의(NSC)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펜타곤을 방문했다.[EPA=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말을 아끼고 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비핵화 협상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재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한 뒤 나온 유일한 미국의 공식 입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언급뿐이다. 지난 15일 오전 9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5일 오후 10시) 열린 기자회견 때 북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북한과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행정부의 바람”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실험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란 모든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던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타곤을 방문해 국가안보회의(NSC) 비공개회의를 주재했지만 최선희 회견 이후 17일(현지시간)까지 언급을 피하며 사흘째 침묵했다. 사태 악화를 피하면서 자신이 설정한 ‘레드 라인’을 넘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란 분석이 나왔다.
 

소식통 "NSC 보고 받고도 침묵, 北 레드라인 경고"
WP "트럼프, 하노이서 '북 핵포기 의사 없다' 확신"
국무부 "북한,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수단 포기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동안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보고서 등에 대해 40여개 트윗을 올리면서도 북한엔 맞대응하지 않았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 NSC 회의에서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등에게 북한 세부 동향을 보고받았다"며 "그런데도 계속 침묵한 건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지 주시한다는 경고의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 1년간 북·미 비핵화 외교의 파탄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NSC와 국무부도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추가하지 않겠다며 최선희 부상의 회견에 대한 별도 논평을 거절했다.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 실험 재개는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라고 분명히 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선희 부상의 발언은 ‘작은 경고 사격’으로 일종의 슬로모션”이라며 “하노이에서 요구했던 것(제재 해제)을 주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듯한 나쁜 행동을 멈출 수 있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은 비난하지 않으려 신경을 쓰면서 대신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에게 비난을 쏟아부었다”며 “두 관리와는 어떤 진전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고 싶다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외교관 및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 부상은 "미국의 강도 같은 요구로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조만간 핵미사일 시험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외교관 및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 부상은 "미국의 강도 같은 요구로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조만간 핵미사일 시험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조차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회의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한 백악관 관리가 지난주 비공개 브리핑에서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지난달 김 위원장과 회담이 대통령에게 북한 정권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신시켰다’고 밝혔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도 단계적 제재 해제 요구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반복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15일 VOA에 “국제 사회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북한이 안보와 발전을 성취하는 유일한 길은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수단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북한이 그런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스티브 비건 대북 특별대표로서도 협상의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사라져 당장 돌파구를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하노이 회담 이후 손에 잡히는 외교적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 데다가 양국 모두 극단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사태가 좋아지기는 커녕 모든 것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부차관보는 “미국이 이런 전략을 수정하기 전까지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는 등 일정 기간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며 “향후 수개월 대화가 중단되고 올 하반기에나 외교를 재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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