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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엔 재미를, 4050엔 추억을…소비자 재출시 요구 반영하는 '펀슈머 마케팅' 뜬다

중앙일보 2019.03.17 09:00
 
오리온 공식 홈페이지에 한 소비자가 올린 썬 재출시 요청 글. [오리온 제공]

오리온 공식 홈페이지에 한 소비자가 올린 썬 재출시 요청 글. [오리온 제공]

 
 ‘태양의 맛 썬’, ‘치킨팝’,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감자탕면’, ‘별난바 톡톡’.
 
낯익은 이름의 이 제품엔 공통분모가 있다. 단종이란 아픔을 겪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소비자의 적극적인 재출시 요청으로 다시 세상의 빛을 봤다는 점이다. 재출시된 제품은 젊은 층에는 새로움을, 중장년층에는 옛 추억을 전달한다.  
 
 지난해 4월 재출시된 ‘태양의 맛 썬’은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매출액 23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다. 앞서 오리온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썬’ 관련 문의가 100여 건 넘게 올라오자 재출시를 결정했다. 
 
또 ‘태양이 다시 돌아왔다’는 메시지로 제작된 바이럴 영상은 실제 10대 소비자가 참여하면서 한 달 만에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기도 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며 ‘손꼽아 기다린 맛’ ‘기다렸다가 먹으니 더 맛있네’와 같은 댓글 수 천개가 달렸다. 
 
지난해 4월 소비자 요청으로 재출시된 ‘태양의 맛 썬’은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매출액 230억원을 돌파했다. [사진 오리온]

지난해 4월 소비자 요청으로 재출시된 ‘태양의 맛 썬’은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매출액 230억원을 돌파했다. [사진 오리온]

 
지난달 ‘치킨팝’이 재출시된 것도 소비자의 출시 요청이 결정적이었다. 오리온 홈페이지엔 “길 가다가 생각나요. ㅠㅠ” “하루에 두 개씩사 먹을게요” “시간이 걸려도 괜찮으니 재검토해주세요” 등의 재출시 요청이 줄을 이었다.
 
1999년 출시됐다가 2011년 단종된 ‘보글보글 찌개면’. [사진 농심]

1999년 출시됐다가 2011년 단종된 ‘보글보글 찌개면’. [사진 농심]

 
1999년 출시됐다가 2011년 단종된 ‘보글보글 부대찌개면’도 소비자의 힘으로 재출시된 제품이다. 농심 관계자는 “판매가 중단된 지 5년이나 지난 시점에도 회사로 수십 건의 연락이 왔고 일부 소비자는 일본에 수출된 제품을 사 올만큼 두꺼운 마니아층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요청으로 2016년 재출시된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사진 농심]

소비자 요청으로 2016년 재출시된 '보글보글 부대찌개면'. [사진 농심]

 
2006년 출시됐던 ‘감자탕면’도 소고기 맛이 주종을 이뤘던 국내 라면시장에 돼지고기 육수로 이목을 끌었지만, 국물맛에 호불호가 갈리면서 3년 만에 국내에서 단종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다 일본이나 중국 등 돼지고기 국물에 익숙한 해외에서 제품이 팔렸고 해외에서 감자탕면을 접한 소비자의 재출시 요청으로 다시 시장에 등장했다. 
2006년 출시 당시 감자탕면. [사진 농심]

2006년 출시 당시 감자탕면. [사진 농심]

 
한 해 2000만개가량 판매됐던 롯데푸드의 ‘별난바 톡톡’도 원가 부담과 제조 효율 하락으로 2011년 생산이 중단됐다. 그러다 롯데푸드 고객상담실로 접수되는 민원의 10%가 별난바 재출시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채워지자 최근 재출시됐다. 
 
최근 소비자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부활에 성공한 감자탕면. [사진 농심]

최근 소비자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부활에 성공한 감자탕면. [사진 농심]

 
이처럼 식품업계엔 뉴트로(New+Retro) 열풍과 더불어 ‘펀슈머(Funsumer) 마케팅’ 바람이 거세다. 펀슈머는 ‘재미(Fun)’와 ‘소비자(Consumer)’를 합친 용어로, 재미와 즐거움을 공유하고 소비하는 고객을 뜻한다. 
 
이 신조어를 만든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펀슈머가 식품업계의 중요한 소비자층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들의 행동은 새로운 마케팅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펀슈머는 식품을 소비하는데 머물지 않고 다양한 식음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재미를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펀슈머를 겨냥해 출시된 상품은 SNS의 공유가 활발해 짧은 기간 내에 입소문이 난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식품이 펀슈머에 의해 부활하고, 그들을 통해 바이럴 되면서 업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오는 상황이다. 기업도 펀슈머에 집중한다. SNS 인증 문화에 익숙한 젊은 펀슈머가 수많은 콘텐트 생성을 통해 유행을 선도하기 때문에 이들과 브랜드의 소통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펀슈머의 말에 귀 기울이며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식품의 경우 어릴 때 먹던 입맛이 중장년까지 지속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도 젊은 펀슈머 공략의 이유다.  
 
펀슈머는 기존 식품을 재해석해 새로운 식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빙그레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메로나’는 메로나 보틀ㆍ튜브ㆍ음료와 같은 세 가지 제품으로 새롭게 출시됐다. ‘바밤바’를 변형한 바밤바라떼나 ‘누가바’가 변신한 ‘누가바라떼’도 펀슈머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비비빅 동지팥죽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레시피가 제품으로 만들어진 사례다.  
 
단국대 경영학부 정연승 교수는 “소비자들은 맛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소비하고 공유한다”며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펀슈머 마케팅은 제품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이어져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는 추세”라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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