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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운전에 설교까지…택시 VS 카풀·타다 싸움에 새우등 터진 승객

중앙일보 2019.03.17 09:00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24시간 운행중단을 하며 파업을 실시한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서울(서부)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24시간 운행중단을 하며 파업을 실시한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서울(서부)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장진영 기자

택시 업계와 타다·풀러스 앱 등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 간 갈등이 커지며 승객만 피해를 본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업무를 마친 회사원 최원일(31)씨는 서울 이촌동에 있는 집으로 퇴근하려고 이동 서비스 '타다'를 불렀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택시 한 대가 최씨가 탄 타다 차량 앞으로 차로 변경을 한 뒤 속도를 확 줄였기 때문이다. 최씨는 “몸이 앞으로 확 쏠릴 만큼 휘청했다. 위협운전이라고 느꼈지만 쫓아가서 따질 수도 없고 그냥 당했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친절한 택시기사도 많겠지만 이런 일부 때문에 다 피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기사 제공 렌터카 서비스로 지난해 10월 초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출시 초반에는 타다에 대한 택시 기사의 견제가 심하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서비스 시작 5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40만 명을 돌파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요금 차이가 줄어든 것도 견제가 심해진 이유 중 하나다. 기존 타다의 요금은 택시보다 20% 정도 높았지만 최근 서울 택시가 요금을 올리며 격차가 줄었다. 
 
본지가 직접 타다 측에 확인해보니 위협운전 민원 건수는 한 달에 한 건 수준에 불과했다. 타다 관계자는 “지난 10월 서비스 출시 후 넉 달 정도 동안 위협운전 관련 민원이 4건 접수됐다. 아직 관련 민원 수가 많지 않아 대책을 따로 마련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기사 제공 렌터카 서비스로 지난해 10월 초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5개월 뒤 가입자가 40만명으로 증가하며 택시 업계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기사 제공 렌터카 서비스로 지난해 10월 초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5개월 뒤 가입자가 40만명으로 증가하며 택시 업계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이동 내내 다른 산업을 비난하는 택시 기사의 행동도 시민을 불편하게 했다. 지난달 겨울 휴가를 다녀온 이민영(30)씨는 인천공항에서 서울까지 택시로 이동하는 1시간 30분 내내 카풀과 타다 서비스를 이용하면 안 된다는 설교를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기사님이 ‘타다 타봤냐’고 물은 뒤 ‘절대 타면 안 된다, 기사 신원 확인도 안 돼서 범죄에 당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가뜩이나 휴가 후 복귀 생각에 지쳐 있는데 너무 피곤했다”고 말했다.
 
일부 택시기사의 행동을 일반화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관련 민원은 2015년 2만5104건에서 2016년 2만4008건, 2017년 2만2420건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임승운 전국택시노조 정책본부장은 “일부 택시기사의 우발적인 행동으로 보이는데 이런 일이 심해진다면 자제 요청 등 조치를 취하겠다”며 “몇몇 택시기사의 행동 때문에 시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11년간 택시 기사로 일한 유모(68)씨는 “승차거부 단속 등 제도도 생기고 기사들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택시 기사 폭행 사고 보도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사람도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택시-플랫폼 사회적대타협기구 기자회견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위원장이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택시-플랫폼 사회적대타협기구 기자회견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위원장이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지난 7일 정부와 민주당, 택시, 카풀업계가 참여한 대타협 기구는 회의를 통해 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에는 승용차 카풀 서비스 가능 시간을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총 4시간 동안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등은 영업일에서 빠졌다.

 
하지만 반쪽짜리 합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합의에 택시 업계는 전국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대표 단체가 모두 참여했지만 IT 업계에서는 참여한 곳은 카카오모빌리티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타다, 풀러스 앱 등 다른 카풀·승차공유 업체는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정부, 민주당, 택시, 카풀업계 등이 참여한 대타협 기구의 합의안에 대해 비판헀다 [온라인 캡처]

이재웅 쏘카 대표가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정부, 민주당, 택시, 카풀업계 등이 참여한 대타협 기구의 합의안에 대해 비판헀다 [온라인 캡처]

포털 다음 창업자이자 차량 공유 플랫폼 쏘카의 대표인 이재웅씨는 합의문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통령은 법에서 금지하지 않는 한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법에서 허용된 방식을 제한하고 금지하는 식으로 타협하는 것이 나쁜 선례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유상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던 곳은 이미 다 사업을 접거나 철수했고, 그나마 명맥이 남아있던 풀러스 앱은 유상카풀은 포기하고 이번 대타협과는 상관없는 무상카풀로 전환했다”며 “(여기에) 카카오는 유상카풀 시범서비스를 중단하고 앞으로의 서비스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 합의가 카풀·택시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합의라고 불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서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도 합의안에 강한 반대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카풀 일부 허용 합의는 그동안 카풀 자가용 영업행위가 근절되는 날까지 투쟁해달라며 분신하신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짓밟는 행위”라며 “전국의 모든 택시 단체가 이번 합의에 이의를 달지 않아 홀로 외로운 투쟁이 계속된다고 하더라도 서울 개인택시 5만 조합원은 합의안을 전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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