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시간 줄 서던 고궁 훠궈식당 열흘만에 문 닫았다

중앙일보 2019.03.16 15:30
 2월 22일에 문을 열었던 고궁(故宫 자금성) 훠궈식당이 3월 4일 저녁부터 잠시 영업을 중단한다.    
 
지난달 22일 베이징 고궁의 북쪽 문인 신무문 인근에 위치했던 ‘고궁각루식당(故宫角楼餐厅)’ 안에 훠궈식당이 문을 열었다.  이 식당이 있던 자리는 약 250년 전 청나라 시절 자금성을 호위하던 군대가 머물던 숙소가 있던 곳으로, 고궁 IP를 활용한 음료, 디저트와 인테리어로 고궁 방문객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고궁각루카페(故宫角楼咖啡)’근처다.
자금성 신무문, 고궁각루카페와 훠궈식당이 있는 고궁각루식당의 위치 ⓒ바이두지도 캡쳐, 제작 차이나랩

자금성 신무문, 고궁각루카페와 훠궈식당이 있는 고궁각루식당의 위치 ⓒ바이두지도 캡쳐, 제작 차이나랩

 

고궁훠궈식당, 일반훠궈식당과 무엇이 다른가?

 
훠궈식당의 내부는 고궁카페와 마찬가지로 ‘황실풍’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식당의 벽면은 역대 황제와 황후의 초상화, 그리고 청대 건륭제 시기 궁중화가였던 요문한(姚文翰 18세기 출생, 생몰연대 미상)의 작품이자 현재 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자광각사연도(紫光阁赐宴图)로 장식 되어 있다. 소품도 독특하다. 소소하게는 황제 인형으로 메뉴판이 고정되어 있고, 메뉴판은 황제가 내리는 ‘성지(圣旨 황제의 뜻을 담은 문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황실 분위기를 가득 풍긴다. 또한 실제로 서태후가 개발하여 즐기던 국화훠궈(菊花火锅)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일반 훠궈식당과 고궁훠궈식당이 차별화되는 점이었다.

 고궁훠궈집 내부 인테리어와 성지 메뉴판 ⓒ다중뎬핑

고궁훠궈집 내부 인테리어와 성지 메뉴판 ⓒ다중뎬핑

 고궁훠궈식당에서 훠궈를 즐기는 사람들과 벽면에 장식된 청나라 황제의 초상화 ⓒ중국망

고궁훠궈식당에서 훠궈를 즐기는 사람들과 벽면에 장식된 청나라 황제의 초상화 ⓒ중국망

 

고궁과 훠궈, 어떤 인연이 있길래?

 
훠궈는 고기나 야채 등을 냄비에 담긴 물이나 육수에 익혀 먹는 요리를 말한다. 중국에서 훠궈는 최소 1700년 전, 길게는 1900년 전에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훠궈에 관련된 가장 이른 기록은 북위의 역사를 서술한 사서인 위서(魏书)에 나타나는데, 삼국시대 위문제(魏文帝 조비) 시기에 있었던 동정(铜鼎)을 훠궈의 전신으로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훠궈는 황실과 민간에 널리 퍼졌고 청나라 때 이르러서 훠궈는 공식적인 ‘궁중요리(宫廷菜)’가 됐다.
 
 훠궈를 먹는 서태후 광고 일러스트 ⓒ소후닷컴

훠궈를 먹는 서태후 광고 일러스트 ⓒ소후닷컴

훠궈를 즐겨 먹었던 황실의 일원들도 있었다. 특히 훠궈를 좋아했던 황제는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가장 긴 기간동안 재위한 황제로 꼽히는 강희제(康熙帝 1654-1722)로 전해진다. 그는 훠궈를 좋아하여 궁중에서 뿐만 아니라, 강남 일대를 순방할 때에도 식사로 훠궈를 준비하게 했다. 365일 중 200일 넘게 훠궈를 먹었던 해도 있다고 한다.
 
그 밖에 훠궈를 즐겼던 황제와 황후로는 청나라 7대 황제 가경제(嘉庆帝 1760 - 1820)와 청말 실질적인 황제의 권력을 구가했던 서태후(西太后 1835 - 1908)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자희태후(慈禧太后)가 있다. 가경제는 즉위한 해 음력 1월 궁중에서 ‘천수연(千叟宴)’, 노인들을 위한 잔치를 벌였는데 5천여 명을 초대하여 1550여개의 훠궈 냄비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훠궈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서태후도 훠궈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국화꽃을 넣어 국물을 낸 ‘국화훠궈’를 만들어낸 훠궈요리 발명가이기도 하다. 고궁훠궈식당은 문을 열자마자 3월 말까지 이미 예약이 다 찼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그런데 이렇게 핫하던 식당이 왜 갑자기 영업을 중단하게 되었을까?

 
현지 매체인 중국 신문망(中国新闻网)의 보도에 따르면 고궁훠궈식당이 문을 닫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언급했다. 고객들이 현장에서 너무 장시간 줄을 서야 한다는 것,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짐에 따라 전체적인 식재료의 변경과 정비가 이루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궁훠궈식당의 영업시간은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다. 실제로 고궁훠궈식당을 이용한 한 네티즌의 체험기에 따르면, 4시 41분부터 줄을 선 후 5시 30분 영업시간 시작에 맞추어 번호표를 받았고 약 3시간 후인 7시 36분이 되어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대기시간이 긴 이유는 고궁에서 황제가 된 기분으로 훠궈를 즐길 수 있다는 색다른 체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훠궈 냄비의 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식당 내에서 한번에 사용할 수 있는 훠궈 냄비의 양은 채 20개가 되지 않는다. 고궁의 지리적 위치와 화재 위험성 때문에 가스레인지가 아닌 인덕션을 사용하는데, 한번에 16개 이상을 사용하면 전기 수급에 차질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궁훠궈식당에 앞에 줄 선 사람들. 대기 번호표는 30번까지만 나온다고 한다 ⓒ왕이스핀

고궁훠궈식당에 앞에 줄 선 사람들. 대기 번호표는 30번까지만 나온다고 한다 ⓒ왕이스핀

 
고궁훠궈식당의 가격대가 다소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바로 ‘궈디(锅底)’ 가격이다. 궈디는 훠궈 재료들을 담가 익혀 먹는 국물을 뜻하는데, 고궁훠궈식당의 궈디 가격은 128위안(한화 2만1천 원)이다. 일반적인 훠궈식당의 궈디 가격이 여러가지 맛을 선택하더라도 100위안 선인 것을 감안한다면 비싼 가격임은 분명하다. 중국의 맛집 검색 플랫폼인 다종뎬핑(大众点评)에 따르면 고궁훠궈집의 1인 평균 식사비용은 198위안(한화 3만3천 원)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에서 고급 훠궈식당으로 여겨지는 하이디라오(海底捞)의 경우 베이징에 있는 체인점 중 1인당 평균 식사비용이 가장 높은 곳도 145위안(한화 2만4천 원) 수준이다.  
 
 
야심차게 열었던 고궁훠궈식당의 영업이 2주도 채 되지 않아 중단된 것에 대해 고궁박물관 원장 단지샹(单霁翔)은 3월 5일,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훠궈는 일종의 겨울 시즌성 메뉴였다는 것이다. 훠궈 판매는 중단됐지만 고궁에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외식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포장이 가능한 음료와 간편 음식의 종류를 늘림으로써 대기 시간을 단축시키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들을 통해 고궁문화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늘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고궁서점, 고궁 기념품샵과 온라인 매장, 그리고 카페와 훠궈식당까지. 고궁 IP를 활용해 출시되는 상품마다 열렬한 인기와 지나친 상업성 논란이 교차한다. 비싸지만 매력적인 고궁 IP의 활용이 어떻게,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진다.
 
차이나랩 조채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