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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진실 혹은 거짓

“미세먼지 국경없다” 함께 잡는 유럽, 따로 노는 한·중·일

중앙선데이 2019.03.16 01:00 627호 8면 지면보기
지난해 10월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린피스 활동가와 시민들이 대기오염 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지난해 10월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린피스 활동가와 시민들이 대기오염 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지난해 12월 6일 벨기에 브뤼셀 환경국. 건물 1층에 수십 대의 공유 자전거가 주차돼 있었다. 근무를 마친 직원들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자전거를 타고 퇴근했다. 
 

미세먼지의 진실 혹은 거짓
⑪이웃나라 미세먼지는 따질 수 없다?
유럽, 가해국 설득해 대기오염 협약
국가별 미세먼지 저감 목표치 정해
한일은 리더십 경쟁·중국은 소극적

마라 카벨리에 브뤼셀시 환경국 대기질 담당은 “시내에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들은 직원들이 차 없이 출퇴근할 수 있도록 공유 자전거 또는 친환경 차를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한다”며 “도심의 교통량을 줄여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막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브뤼셀시 환경국 주차장에 직원들을 위한 공유 자전거가 비치돼 있다. 천권필 기자.

브뤼셀시 환경국 주차장에 직원들을 위한 공유 자전거가 비치돼 있다. 천권필 기자.

브뤼셀시는 최근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유로 2(2000년 이전 배출허용기준) 경유차의 운행을 금지했고, 시속 30㎞ 존을 도심 곳곳에 빠르게 늘여가고 있다.  
  
또 미세먼지 농도를 4단계(0~3)로 구분해 1단계가 되면 대중교통 이용이나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2단계에는 회사 난방을 20도 이하로 낮추도록 한다. 미세먼지(PM10) 농도가 ㎥당 2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을 넘는 3단계가 되면 일부 정해진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운행이 금지된다.
 
“미세먼지 대책 없으면 매일 1000유로 벌금”
벨기에 브뤼셀 시내에 30킬로존이 늘고 있다. 천권필 기자.

벨기에 브뤼셀 시내에 30킬로존이 늘고 있다. 천권필 기자.

브뤼셀 당국이 이렇게 강력한 미세먼지 정책을 펴는 건 유럽연합(EU)이 정한 대기환경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서다. 
 
유럽환경청에 따르면 EU 28개 회원국의 도시 거주 인구 중 74%가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연평균 10㎍/㎥)을 초과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돼 있다.

 
지난 12일 독일 마인츠 의대와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 국제연구팀은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연간 879만명이 초미세먼지나 오존 등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인구 10만 명 당 133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12일 독일 마인츠 의대와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 국제연구팀은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연간 879만명이 초미세먼지나 오존 등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인구 10만 명 당 133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에 EU는 2030년까지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를 현재의 5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초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 오염물질에 대한 대기환경 기준을 정하고 회원국들이 이를 지키도록 했다. 
 
또, 회원국별로 대기오염물질 배출 한도를 설정했다. 벨기에의 경우 2030년까지 초미세먼지를 2005년 대비 39%가량 줄여야 한다. 폴란드(58%), 체코(60%) 등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들은 감축 목표치가 더 높다.

 
인도 북부도시 러크나우에서 진행한 인공폐 실험 결과. 24시간 만에 폐가 시커멓게 변했다. [WHO 제공]

인도 북부도시 러크나우에서 진행한 인공폐 실험 결과. 24시간 만에 폐가 시커멓게 변했다. [WHO 제공]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도 높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재판이 진행됐다. 시민단체인 그린피스가 지난해 벨기에 플랜더스주의 대기오염 배출량이 EU 기준을 초과했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10월 주 정부에 1년 안에 EU 기준을 지키기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내놓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매일 1000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조에리 타이즈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유럽 기준을 초과한 공기질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진취적인 단기 계획이 필요한데도 주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며 “법정에 대기오염 문제를 제기하는 건 정부를 압박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대서양 넘어 미국과도 대기오염 협력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해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EPA]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해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EPA]

유럽이 이렇게 강력하게 미세먼지를 규제하는 건 그만큼 각 국가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이 유럽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U는 28개 회원국이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어 한 국가에서 발생한 대기오염 물질이 쉽게 이웃 국가로 넘어간다. 
 
유럽은 1979년부터 ‘장거리 월경성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CLRTAP)’을 맺고 국제 공조를 강화했다. 60~70년대 들어 유럽 내 산성비 문제가 심각해지자 개별 국가의 노력으로만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시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내린 산성비가 주요 영국과 서독에서 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지만, 해당 국가들은 연구 결과를 부인했다. 유럽은 경제협력개발(OECD) 주도의 연구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가해국을 끈질기게 설득해 CLRTAP 협약을 끌어냈다. 이 협약에는 EU 회원국 외에도 러시아와 대서양 건너 미국·캐나다까지 참여하고 있다.
  
2012년에는 미세먼지 기준이 새로 포함됐다. 회원국들은 국가별로 2005년에 대비해 2020년 이후에 미세먼지 등을 얼마나 감축할지 정하고 지켜야 한다. EU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한도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대기오염 조기사망자 절반 줄어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한 시민이 스모그가 가득한 시내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한 시민이 스모그가 가득한 시내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EU는 국가별로 감축 목표치를 지키지 않거나 대책이 소홀하다면 법적 제재 등 강력하게 대응한다. 
 
2017년에도 EU 집행위는 대기법령을 상습적으로 위반한 독일과 프랑스, 영국 정부 등에 시정조치를 취할 것을 명령했다. 불가리아와 폴란드는 유럽 법정에 제소된 상황이다. 
 
유럽은 이런 노력을 통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을 199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지난 12일 발표된 독일 마인츠 의대 등이 유럽심장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2015년 기준 조기 사망자가 여전히 79만명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엔리코 브리비오 EU 환경담당 대변인은 “유럽 내 초미세먼지 배출을 2020년까지 22%, 30년까지 49% 줄이는 게 목표”라며 “대기오염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회원국 모두가 약속을 지키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미세먼지, 무역 등과 포괄적으로 풀어야” 
지난 1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제3차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 및 제1차 한중 환경협력센터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뉴스1]

지난 1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제3차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 및 제1차 한중 환경협력센터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뉴스1]

유럽의 성과와는 달리 한·중·일 등 동북아시아에서는 월경성 대기오염의 영향이 큰데도 국가 간 협력은 여전히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사업(LTP)’, ‘동북아환경협력고위급회의(NEASPEC)’ 등이 도입됐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남상민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이사회(UNESCAP) 동북아사무소 부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리더십 경쟁을 하고, 중국은 참여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협력을 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며 “각국의 책임 범위,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 수준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다른 외교 사안과 함께 포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브리비오 EU 환경담당 대변인은 “한중 간에 월경성 오염물질 문제를 무역이나 운송 협정과 같이 논의하는 등 외교적으로 푸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콥베르크스만 EU 기후행동총국의 수석 고문은 "온실가스 감축이든, 대기오염 문제 해결이든 국제협력을 이루려면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누구에게 더 큰 오염 배출 책임이 있는지 분명히 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 손가락질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뤼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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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권필 천권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