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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총경, 경찰청에 재직…승리 등 연예인 비호 의혹

중앙선데이 2019.03.16 00:46 627호 7면 지면보기
승리(左), 정준영(右)

승리(左), 정준영(右)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본청 소속 A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A 총경은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 가수 정준영(30), FT아일랜드 최종훈(30) 등 유명 연예인과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34) 씨 등의 단톡방(단체카톡방)에 등장해 이들을 비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단톡방에선 승리의 성접대 지시 의혹, 정준영의 몰래카메라 동영상 공유 논란이 빚어졌다.
 

강남서에서 유흥업소 담당 후 승진
현 정부 청와대 민정실서도 근무
승리 클럽 개업 때 신고 무마 의혹

아레나 실소유주 추정 강 회장
100억원대 비자금 관리책도 추적
“업소 인수 때 17억 현찰로 전달”

경찰이 확보한 단톡방 자료에 따르면 승리의 사업을 돕던 지인 김모 씨는 2016년 7월 단톡방에서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가 “다른 가게에서 (몽키뮤지엄) 내부 사진을 찍고 신고를 했는데, ‘총장’이 다른 업소에서 시샘해서 찌른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 해결해준다”고 밝혔다. 당시 승리는 서울 강남에 ‘몽키뮤지엄’이라는 클럽을 개업했고, 개업식 당일 타업소 관계자가 클럽 실내에 불법구조물이 설치됐다고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실제로 출동했으나 유 대표가 이를 무마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14일 유 대표를 소환해 단톡방 대화 속 ‘총장’이 누구인지 물었다. “검찰총장은 있는데 경찰총장이란 건 없다. 실제 경찰관을 거론한 얘기가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유씨는 “경찰인 건 맞다”고 답하자 경찰은 강남경찰서에서 클럽과 관련 있는 부서 근무자를 거론하며 대상자를 좁혀갔다. 이번에 소환된 A 총경은 강남경찰서에서 클럽·주점·음식점 유관부서에서 일하다 2016년 총경으로 승진했다. 2017년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하다 현재 경찰청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업가인 유씨 입장에선 경찰 직급 체계를 잘 몰랐기 때문에 승리 등에게 그렇게 얘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라운지 바인 몽키뮤지엄은 일반음식점으로 사업 허가를 낸 뒤 실제로는 특수조명과 스테이지(무대)를 설치해 클럽 형태로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유흥업계 인사는 “몽키뮤지엄은 개업식 날 4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며 “이날 승리의 외국인 지인이 억대의 술을 팔아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몽키뮤지엄은 2016년 말 주변 업소의 민원제기로 조사를 받고 한 달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 납부신청을 해 실제로는 영업정지를 피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몽키뮤지엄은 영업활동을 계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SUNDAY는 2017년 당시 몽키뮤지엄 내부를 찍은 30초 분량의 동영상도 확보했다. 이 동영상에는 현란한 조명 아래에서 음악에 맞춰 손님들이 춤을 추고 있다. 경찰과 국세청은 승리가 운영한 몽키뮤지엄이 탈세를 한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이 부분도 조사 중이다.
 
이날 경찰에서 밤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승리는 “오늘 병무청에 정식으로 입영 연기신청을 할 예정”이라며 “(병무청이) 허락만 해 주신다면 입영 날짜를 연기하고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조사받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정씨도 조사를 끝내고 나온 뒤 “성실하고 솔직하게 진술했고, 이른바 ‘황금폰’도 있는 그대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황금폰’은 성관계 불법 촬영 영상이 들어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정씨의 휴대전화를 뜻한다.
 
경찰은 정준영의 소위 ‘황금폰’ 등 3대와, 승리, 유인석 유리홀딩스 대표, 강남 유명클럽 아레나의 전 직원에게서 각각 휴대전화 한 대씩을 제출받아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클럽 아레나의 수 백억원 대 탈세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강남 유흥업계의 큰 손으로 알려진 강모(46) 회장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국세청이 고발한 아레나의 전·현직 대표 6명 중 L씨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경찰은 강 회장의 지시를 받은 L씨가 비자금 관리와 집행에 깊숙히 관여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회장은 여전히 아레나 등 강남 일대 유흥업소 실소유주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L씨가 강 회장 관련 여러 의혹을 입증할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관가를 상대로 한 로비는 A 고문이 담당하고, 강 회장 사업과 관련된 자금 집행은 L씨가 맡았다는 것이다.
 
L씨는 과거 강남 모 호텔의 나이트클럽 웨이터 출신이었으나 강 회장의 눈에 들어 그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강남의 한 유흥업소 운영을 맡는 등 측근으로 일해 온 인물이다. 강 회장을 잘 아는 한 유흥업계 인사는 “3년 전쯤 강 회장이 강남의 한 유흥업소를 인수할 당시 L씨가 5만원권 현금을 가방에 담아 매도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매수 자금으로 전달한 현금만 17억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자신의 존재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사업 확장 과정에서 L씨에게 역할을 맡겼다고 한다. 또 자금 추적을 당하지 않기 위해 항상 거액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가 이를 L씨를 통해 집행해 왔다는 것이 강 회장 주변 인사들의 증언이다. 경찰 안팎에선 강 회장의 비자금 규모가 10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L씨는 이 비자금을 모처에 비밀리에 보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성표·최선욱·권유진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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