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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발 0시50분은 있을까

중앙선데이 2019.03.16 00:21 627호 16면 지면보기
비행산수 시즌2 (19) 모든 길은 여기로 통한다, 대전
비행산수 대전

비행산수 대전

1 남희석·서경석·최양락·임하룡·서세원·이영자·홍기훈·이창명·김학도·전영미·오나미 …. 개그맨과 코미디언 중에 충청 출신이 유달리 많다. 표정 변화 없이 반 박자 늦게 툭툭 던지는, 풍자와 해학 넘치는 말투 영향도 있을테다. 유성구 노은에서 로컬푸드 직매장을 운영하는 김정씨가 충청인의 의뭉과 여유를 이야기하다가 불쑥 농을 던진다. “병원에 입원했는데 옆 침상에 할머니가 있었어요. 그분 동네 친구들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그러데요 …… 아~니~왜 여기 있디야”
 
2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조용필이 재취입해 국민애창곡이 된 ‘대전 부르스’다. 처음 부른 가수는 안정애다. 가사 속의 ‘무정하게 떠나가는 대전발 영시 오십분’이 입에 착착 감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철길은 조차장역에서 경부선과 호남선으로 갈라진다. 대전역은 경부선에 서대전역은 호남선에 있다. 대전역에서 출발하는 목포행 열차가 있을까. 김봉회 대전역장에게 물어봤다. “예전에는 서울서 오는 열차가 대전역에서 머리를 바꿔 달고 서대전으로 빠져 목포로 내려갔지요. 철로 개선사업이 이뤄지고 고속철로가 놓이며 두 역을 잇던 길은 폐선이 됐어요” 속도가 미덕인 시대, 이제 완행열차도 없고 대전발 0시 50분 열차도 없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3 갑하산 자락에 대전국립현충원이 있다. ‘평생 나라 사랑 군인의 곧은 길만을 고집한 당신을 사랑합니다’ 장군묘역에 묻힌 안현태의 묘비 글이다. 12.12쿠데타 당시 전두환 측에 선 뒤 대통령 경호실장까지 지냈다.
 
‘정의로운 군인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죽음을 무릅쓰고 임무를 완수한 참 군인 중의 군인 편안하게 영면하소서’ 그때 수도경비 사령관으로 “난 죽기로 결심한 놈”이라며 신군부에 맞선 장태완의 묘비 글이다. 장태완과 안현태의 묘는 몇 걸음 거리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지내고 탈출한 황장엽의 묘비에는 ‘미래를 염원하며 북한의 민주화와 조국 통일에 헌신한 위대한 애국자’라고 쓰여 있다. 김창룡도 여기에 묻혔다. 일본 강점기에 헌병으로 부역하고 해방 뒤 국군방첩대장으로 복무하며 김구 암살 배후로 의심받는 그다.  
 
애국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4  대전은 1905년 기차역이 생기며 풍선처럼 부풀었다. 도시는 역 주변 원도심에서 유등천 건너, 갑천 너머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고 있다. 그림 속 비행기 머리는 KTX 산천의 기관차 모습이다. 코레일 본사가 대전역에 붙어있다. 그림 위쪽 유성구를 넘어가면 세종시, 오른쪽 위가 신탄진이다.~
 
안충기 아트전문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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