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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유리인줄 모르고···'100억 황금박쥐' 노린 엉성한 도둑들

중앙일보 2019.03.15 17:58
이슈추적 
2005년 27억원…현재 시가 100억원 
전남 함평군이 2005년 제작 당시 공개한 황금박쥐 순금 조형물 조감도(좌)와 실제 황금박쥐 동상(우). [연합뉴스] [뉴시스]

전남 함평군이 2005년 제작 당시 공개한 황금박쥐 순금 조형물 조감도(좌)와 실제 황금박쥐 동상(우). [연합뉴스] [뉴시스]

'유리벽 재질이 방탄인 줄 모르고. 25분 만에야 간신히 셔터 제거하고…'
시가 100억 원대인 전남 함평군의 ‘황금박쥐’ 조형물을 노린 3인조 절도범들의 범행 당시 모습이다. 표면적으로 치밀한 범행과 거리가 먼 이들은 행동은 폐쇄회로TV(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범인들은 간신히 열어젖힌 외부 셔터가 올라가면서 경보음이 울리자 쇠망치까지 내동댕이친 채 황급히 달아났다. 경찰은 절도범들이 탄 차량이 동함평IC 방향으로 달아난 것을 확인하고 추적 중이다.

 
함평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전 1시35분쯤 함평군 함평읍 황금박쥐 생태전시관에 남성 3명이 침입을 시도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은 공구를 이용해 외부 셔터를 절단한 뒤 유리벽을 깨고 들어가 황금박쥐상을 훔칠 계획이었다.

 
절도범들의 범행은 초반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첫 번째 관문은 절단기를 이용해 외부 출입문에 설치된 철제 셔터를 여는 일이었다. 이들은 범행 장소 앞에서 25분이나 작업을 한 끝에 좌·우측에 설치된 자물쇠 걸쇠 2개를 간신히 제거했다.
함평군이 나비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순금 162kg짜리 황금박쥐 순금 조형물. 김상선 기자

함평군이 나비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순금 162kg짜리 황금박쥐 순금 조형물. 김상선 기자

 
쇠망치로 유리 깨자…시도도 못한 채 무산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여기까지였다. 시설 내부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외부 셔터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경보가 울린다는 사실 자체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범인들이 달아난 직후 사설보안업체 직원들과 경찰이 곧바로 현장에 도착했다.
 
괴한들이 달아난 현장에는 유리문을 깨는 데 사용하기 위한 망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셔터를 제거한 후 유리문을 망치로 깨고 들어가려던 계획이 시도조차 못한 채 실패한 것이다. 경찰은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더라도 이들이 유리문을 통과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출입문 자체가 방탄용 재질의 강화 유리문이어서 쇠망치 정도의 파괴력으로는 파손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 전 현장을 치밀하게 살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범인들을 쫓고 있다. 함평경찰서 관계자는 “경보음이 울리자 곧바로 달아난 것만 보면 내부구조를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설령 유리문을 깨고 들어갔더라도 내부에 또다시 방어벽이 있어 범행이 성공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박쥐, 귀한 몸값…24시간 철통 보안
함평의 황금박쥐상은 162㎏의 순금과 281㎏의 은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다. 가로 15㎝, 세로 70㎝, 높이 218㎝인 동상은 함평나비축제를 전국에 홍보하기 위해 제작됐다. 2005년 제작 당시 27억 원이던 조형물은 금값 인상 여파로 현재 시가가 100억 원대에 달한다.
앞서 함평군은 한반도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황금박쥐가 1999년 대동면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뒤 이 모형을 제작했다.
 
황금박쥐상은 비싼 몸값만큼이나 보안도 철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람 시간 외에는 건물 외부에 설치된 신호센서가 작동해 사람과 동물들의 미세한 접촉까지 감지해 경고음이 울린다.  
 
관람 시간에는 방탄 강화유리가 황금박쥐상을 보호한다. 강화유리에는 미세한 진동에도 반응하는 센서가 부착돼 있으며 외부 접촉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차단문이 내려진다. 황금박쥐생태관은 내·외부에 CCTV 10여대가 24시간 감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함평=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함평군이 나비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순금 162kg짜리 황금박쥐 순금 조형물. [뉴시스]

함평군이 나비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순금 162kg짜리 황금박쥐 순금 조형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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