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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만 남은 교사 생활…“학생들이 무서워요”
김지민(34·가명)씨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선생님’이 꿈이었다. 국어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었다. 초·중·고 12년간의 모범생 생활과 대학 진학, 그리고 임용고사까지 무사히 패스했지만 김씨는 지금 학교가 아닌 북카페에서 일한다. 한때는 교사였지만 2017년 휴직계를 낸 뒤 지금은 어머니가 퇴임 후 운영하는 카페의 ‘알바’가 됐다. 학교는 김씨에게 상처만 남겼고, 이제는 학생들과 마주하는 것조차 무섭다.

  
김씨는 교사 생활 6년 차에 접어들었던 2017년 7월 학교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고3 철진이(19·가명)의 언행이 계기가 됐다. 철진이는 소위 일진인데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했다. 무릎 수술과 재활 치료로 1년간 병원 생활을 하느라 같은 반 친구들보다 한 살이 많았다. 학생들 모두 선생님보다 철진이를 무서워하며 형처럼 따랐다. 
 

문제의 그 날, 철진이는 수업 시간임에도 친구들과 떠들었고 김씨가 나무라자 교실을 뛰쳐나갔다.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학생이 수업시간 도중에 나가는 것조차 제지하지 못하면 교사로서 뭘 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쳐 그냥 놔두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뒤따라 나가 복도에서 길을 막아섰다”고 회고했다.

 

철진이는 오히려 “짜증 나게 좀 하지 말라”며 김씨를 어깨로 밀쳤다. 김씨가 “네 인생 맘대로 사는 것은 네 자유지만 다른 학생들 방해는 하지 말라”고 큰 소리로 꾸짖자 성진이는 선생님인 김씨의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하던 김씨에게 성진이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한마디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됐다. “꼴에 선생이라고 까부는 거 진짜 못 봐주겠네.”
 
최근 4년간 교권침해 1만2000건 
교사들에겐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일상'처럼 자리잡았다. 폭행과 폭언은 물론 성희롱, 사생활 침해 등에 시달리며 일선 교육현장의 교사들이 병들고 있는 이유다. 최근 4년간 이같은 교권 침해 사례만 1만2300여건에 달한다. [중앙포토]

교사들에겐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일상'처럼 자리잡았다. 폭행과 폭언은 물론 성희롱, 사생활 침해 등에 시달리며 일선 교육현장의 교사들이 병들고 있는 이유다. 최근 4년간 이같은 교권 침해 사례만 1만2300여건에 달한다. [중앙포토]

일선 교육현장의 교사들이 ‘병들고’ 있다. 김씨의 사례처럼 학생들로부터 폭행당하는 것은 물론 폭언·성희롱까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면서다. 실제 17개 시·도 교육청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014~2017년 최근 4년간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는 1만2300여건 달한다. 특히 폭행의 경우 2014년 81건에서 2017년 111건으로 피해사례가 늘었다. 교사에 대한 성희롱 역시 같은 기간 80건에서 130건으로 증가했다.

 

교사의 입장에선 그러나 학생들을 타이르는 것을 말고는 별다른 제어 방법이 없다. 학생들의 일탈 행위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아도 아주 심각한 수준이 아닌 이상 특별교육이거나 출석정지 조치 정도가 최고 수위의 처벌이다.

 

2010년 체벌 금지가 제도화한 뒤부턴 고충이 더욱 심해졌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서울 한 고등학교의 국어 교사는 “주의를 주기 위해 학생 어깨에 손만 올려도 ‘어, 이거 체벌이죠? 체벌 금지인데?’라고 말하며 대들거나 ‘교육청이나 인권위에 진정을 넣겠다’고 협박 조로 이야기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훈육’과 ‘체벌’의 경계에 있는 학생 지도의 경우 법적 소송으로 비화하면 교사의 책임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NS 감시하는 학부모들…“남자친구 사진 내려라”
교육부는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매년 다양한 지원책을 확충하고 있다. 교원치유지원센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교권보호위원회나 교원치유지원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관행이 강해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지난해 강원도교육청 교원치유지원센터 내 상담실 개소식 현장. [연합뉴스]

교육부는 교권침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매년 다양한 지원책을 확충하고 있다. 교원치유지원센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교권보호위원회나 교원치유지원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기는 관행이 강해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지난해 강원도교육청 교원치유지원센터 내 상담실 개소식 현장. [연합뉴스]

교육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매년 법률적·제도적 지원을 늘리고 있다. 교권보호위원회와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교원치유지원센터가 대표적이다. 올해는 교원치유지원센터 예산을 12억원 가까이 늘렸고(총 31억원), 사고 시 손해배상금과 소송비용 등 교사들에 대한 법률적·금전적 지원도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선 교사들은 이 같은 지원책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교사들 사이에선 교권보호위원회 소집 자체를 치욕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데다, 결국 교사가 능력이 부족해 생긴 일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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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에 대한 일상적 사생활 침해도 문제다. 학생·학부모가 밤낮없이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다.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심야 시간, 휴일 등을 가리지 않고 연락해오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한 중학교 교사는 “나도 그렇고, 많은 교사가 번호를 두 개 쓰거나 아예 휴대전화를 하나 더 개통해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나눠 사용한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에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올렸더니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으니 당장 내리라고 학부모의 항의를 받은 동료도 있다”고 전했다.

 

탐사보도팀=유지혜·정진우·하준호 기자 wisepe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에서 [교실이데아 2019] 학부모 선호도 높은 초등학교, 서울대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를 인포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news.joins.com/article/2341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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