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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부산 신혼부부 실종 사건 용의자 국내 송환 불가…영구 미제로 남나

중앙일보 2019.03.15 03:00
법무부는 노르웨이 법원이 최근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에 대한 인도 요청을 불승인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은지 기자

법무부는 노르웨이 법원이 최근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에 대한 인도 요청을 불승인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은지 기자

2016년 발생한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30대 여성이 노르웨이에서 검거됐지만, 국내 송환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이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을 위기에 놓였다. 
 
중앙일보 취재결과 노르웨이 법원은 최근 한국 정부(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에 불승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법무부 국제형사과 관계자는 “노르웨이 법원은 용의자를 피의자로 특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용의자가 신혼부부를 살해했다는 직접 증거나 새 단서를 찾지 않는 한 용의자를 국내로 송환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인터폴(국제사법경찰) 적색수배로 2017년 8월 노르웨이에서 검거한 용의자의 국내 송환 절차를 진행해왔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 사건은 2015년 11월 결혼한 동갑내기 신혼부부가 이듬해 6월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흔적없이 사라진 사건이다. 주변인 탐문 조사를 벌인 경찰은 실종된 남편의 첫사랑인 30대 여성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고, 사건 발생 1년 3개월 만에 노르웨이에서 검거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한 부산 남부경찰서는 범죄인 인도 청구가 거부당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노르웨이 법원 결정을 통보해주지 않아 모르고 있었다”며 “수사 종결을 하지 않았지만, 용의자가 국내 송환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수사가 어렵다. 새 증거를 찾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의 당사자인 아내 최씨(왼쪽)와 남편 전씨가 귀가하는 모습이 찍힌 CCTV 장면. 실종된 아내의 얼굴은 공개됐지만, 남편 얼굴은 가족의 요청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진 SBS]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의 당사자인 아내 최씨(왼쪽)와 남편 전씨가 귀가하는 모습이 찍힌 CCTV 장면. 실종된 아내의 얼굴은 공개됐지만, 남편 얼굴은 가족의 요청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진 SBS]

경찰은 용의자 A씨가 국내에 송환되는 즉시 체포해 심문을 벌일 예정이었다. 신혼부부 실종 전후 A씨의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자백을 끌어낸다는 전략을 세워둔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신혼부부의 남편 B씨의 첫사랑으로 B씨가 결혼하기 전부터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 받아왔다. B씨는 휴대전화 2대를 사용했고, 1대는 오로지 A씨와 통화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B씨가 C씨와 결혼하자 A씨는 두 사람을 지속해서 괴롭혔다고 경찰은 밝혔다. 
 
A씨는 신혼부부가 실종되기 보름 전인 2016년 5월 14일 노르웨이에서 한국으로 입국했다. 그해 5월 31일 신혼부부는 실종됐고, 일주일 뒤인 6월 7일 A씨는 노르웨이로 출국했다. 경찰이 수사를 벌이자 A씨는 그해 8월 노르웨이 현지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가 4개월 뒤 종적을 감췄다. 
 
경찰청이 2017년 3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자 그해 8월 A씨가 노르웨이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A씨 검거로 수사에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송환이 좌절되면서 더는 수사를 하기 어렵게 됐다.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2000장에 이르는 수사 기록을 재검했으나 추가로 수사해야 할 사항을 찾기 어려웠고, 새로운 증거 없이 주변인을 재소환해 조사하기도 어렵다”며 “시민 제보가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실종된 아내 얼굴은 공개했으나 실종된 남편의 가족 요청으로 남편 얼굴은 공개하지 않아 시민 제보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 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일각에서는 지방청 광역수사대로 사건을 이첩해 집중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부산 경찰청 한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는 발생사건을 처리하기 급급하다”며 “국민적 관심이 컸고, 실종된 아내의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는 점을 고려해 지방청에 전담팀을 구성해 집중 수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경찰청은 부산 신혼부부 실종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15일 회의를 열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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