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북제재 뚫은 김정은 벤츠…밀수출 루트 거꾸로 들여갔다”

중앙일보 2019.03.15 00:12 종합 6면 지면보기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제재 위반 물품(사치품)으로 지목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차량들. 사진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탄 번호판 없는 벤츠 리무진. [중앙포토]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제재 위반 물품(사치품)으로 지목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차량들. 사진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탄 번호판 없는 벤츠 리무진. [중앙포토]

북한은 국제사회의 촘촘한 대북 제재망을 뚫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벤츠 등 고급 승용차들을 어떻게 반입했을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연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나온 의문점이다.
 

유엔 보고서, 중국 불만에 늦춰져
한국 개성연락사무소 석유 반입
사실상 대북제재 위반 적시

보고서가 북한이 몰래 들여왔다고 밝힌 차량은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과 롤스로이스 팬텀, 렉서스 LX570 등이다. 이들 차량은 대북제재결의에 따라 사치품으로 분류돼 북한 수출이 금지됐다.
 
전세계에서 구동중인 렉서스 LX570(도요타)은 2012년 1월~2015년 7월, 롤스로이스 팬텀(롤스로이스)은 2012년 8월~2017년 2월 기간 내 생산됐다. 북한이 해당 차량을 도입한 시기는 모두 대북제재 결의안 제1718호(2006년), 제2094호(2013년)가 발효된 시점 이후다. 제재위는 “명백한 제재 위반”이라면서도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 경위를 설명하지 못했다.
 
평양 백화원 앞 김 위원장 뒤쪽에서 포착된 롤스로이스 팬텀. [중앙포토]

평양 백화원 앞 김 위원장 뒤쪽에서 포착된 롤스로이스 팬텀. [중앙포토]

관련기사
북한이 도입한 시기가 관건이다. 김 위원장의 벤츠는 S600 풀만 가드 리무진으로 2012년식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추가로 들여왔다는 설이 나온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해당 차종은 전량 주문 제작되고 있어 육안으로는 정확한 제조 시기를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담배 등 북한의 ‘밀수출’ 노선이 벤츠 등 사치품 도입에 활용됐다고 분석한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부족한 외화를 벌기 위해 유럽과 동남아 국가에 마약·위조담배·위조약품·위조화폐 등 불법 상품을 팔고, 중동 및 아프리카 등엔 무기를 수출했다. 제재위 보고서에도 불법무기 거래가 언급됐다. 북한이 콩고민주공화국과 알제리, 시리아, 이란 등 27개국에 무기를 수출했다는 의혹이다. 북한은 2009년엔 화물 수송기에 무기 35t을 실어 나르다 방콕 공항에서 발각됐다. 지대지 로켓, 휴대용 대전차 로켓(RPG) 등이 압수됐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장 업체를 통해 중국으로 1차 수입해 뒀다가 육로 등으로 밀반입 했을 수 있다”며 “HS 코드 허위 기재 등 위장 수법으로 제재 빈틈을 노리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HS 코드는 무역거래 상품 품목 분류 코드인데, 사치품을 수입하면서 일반 상품으로 허위 기재하는 방식이다. 또는 6자리 코드 중 일부만 기재해 세부 내용을 모르게 하는 수법도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화물을 다 열어보는 전량 검색은 어렵다는 점을 노린다.  
 
북한이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중국 등 제3국의 ‘비공식’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이용한 벤츠 리무진. [유엔 대북제재위 자료 캡처]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서 이용한 벤츠 리무진. [유엔 대북제재위 자료 캡처]

외교 소식통은 “이번 보고서를 놓고 중국이 불만을 제기해 발간이 미뤄졌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을 통한 유입’ 등 경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발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보리 보고서는 또 지난해 8월 한국 정부의 석유제품 북한 반출은 사실상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적시했다. 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당시 정부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위해 개성공단에 석유제품을 이전했다는 보도를 접한 뒤 사실 여부를 묻는 서한을 보냈다. 정부는 “남측 인력이 사업 이행을 위해 석유제품을 독점 사용했고, 북한에 어떤 경제적 가치 이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전문가 패널은 “회원국은 정제 석유 제품의 모든 북한 이전을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며 “이것은 소유가 아닌 영토 기준이며, 임시 또는 영구 이전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전 후 누구의 통제하에 있다는 것을 구분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쓴 게 아니다’는 정부의 해명에도 제재 위반이라는 뜻이다.
 
이는 ‘제재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정부의 기존 해명과도 배치된다. 미국이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더는 나아가지 않은 상황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의 개인·기관 제재)을 고려할 경우 한국이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