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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북한 눈치 보기식 반쪽으로 축소된 한·미 연합훈련

중앙일보 2019.03.15 0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위기의 한미동맹
한·미동맹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갔지만,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정비하고 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핵과 화생무기 모두 폐기하는 ‘빅딜’로 협상조건을 대폭 높였다. 앞으로 북한 태도가 어떻게 돌변할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19-1 동맹’으로 이름이 바뀐 키리졸브(KR) 한·미 연합훈련을 지난 12일 종료했다. 연합사 임무의 핵심인 훈련 규모는 축소했고, 중요한 대목은 생략했다. 지난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취소에 이어서다. 연합사 출신 예비역 장교들은 하나같이 걱정이다.  
  
주한미군이 참가하는 훈련을 수정하면?
“훈련이 축소될 정도로 변경하면 전투력과 임무 수행에 위험부담이 생긴다.”
 
연합훈련 중단이 대비태세에 영향은?
“연합사의 전투력과 숙달에 영향 준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이 연합훈련을 더는 중단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앞으로 연합훈련은 한·미 양국 지도자가 결정하겠지만, 내가 아는 한 모든 훈련은 전과 같이 이뤄질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9월 로버트 에이브람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연합사령관 지명자가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연합훈련 중단은 궁극적으로 군대(연합군)의 준비태세를 해칠 것”이라며 “한국에 부임하면 (훈련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에이브람스 사령관은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에 모두 참전한 뼛속까지 전투형 군인이다. 연합사의 한 장성에 따르면 “에이브람스 사령관은 ‘했다 치고’ 식으로 대충 넘어가는 경우는 없다”며 “전투준비에 철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소·생략된 이번 ‘19-1 동맹연습’은 에이브람스의 예상을 빗나갔다.
 
에이브람스 사령관은 지난달 12일 상원 군사위에 다시 출석했다. 취임 석 달 만이다. 그는 “비무장지대(DMZ)에서 긴장은 완화됐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있고 동계훈련을 전면적(full spectrum)으로 실시했다”고 증언했다. 에이브람스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 겨울 1백만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으며, 과거 5년에 비해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의 훈련을 일절 설명하지 않았다. 도리어 한·미는 연합훈련을 축소했다. 그런데도 북한 선전매체는 이번 연합훈련에 대해 “대결과 전쟁의 불씨”라며 “축소가 아니라 완전히 중단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북한군 훈련은 괜찮고, 한·미군 훈련은 안 된다는 억지다.
 
이번 연합훈련을 좀 더 자세히 보자. 연합사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1·2부 가운데 1부 방어작전만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KR연습은 1부에선 북한의 전면 남침에 대한 방어작전과 미 증원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절차를 훈련했다.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생략된 2부 반격작전이다. 침공한 북한군을 퇴치한 뒤, 미 증원군과 함께 한·미군이 신속하게 반격해 북한 지역을 수복하고 안정시키는 과정이다. 과거 KR에선 대규모의 전차와 장갑차로 구성된 7기동군단 등을 투입한 반격으로 평양을 가상 포위·점령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훈련에서 경기도·강원도 일부가 북한군에 점령된 상태에서 게임을 끝낸 장교들 마음은 찜찜했을 것이다.
 
준비된 계획대로 방어하는 1부에 비해 2부는 변화무상한 전황에 맞춰 다양한 작전을 공세적으로 실시한다. 반격작전은 육·해·공군의 복잡한 협조에다 새로운 시나리오와 작전까지 적용한다. 그런 2부 훈련을 하지 않아 1000명 이상 군 간부가 전쟁상황을 공유하면서 경험할 기회를 잃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지는 작전 과정마다 지휘관들은 부대 상황과 정보를 판단해 지침을 정한다. 그래서 훈련은 실전적인 경험도 쌓고, 북한에 경고해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이와 함께 이번 훈련과 연동된 대규모 야전 실기동훈련인 독수리(FE)연습은 대대급 이하로 축소했다. 대대급 전술훈련은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FE연습은 사실상 폐지된 셈이다. 더구나 미 증원군의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도 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반도 작전을 지원하는 미 합참과 태평양사령부·전략사·수송사 등도 작전경험을 쌓지 못했다. 미군의 대규모 해외훈련은 한반도가 거의 유일하다.
 
올 8월 예정된 UFG연습도 내용이 대폭 바뀐다. 연합사 관계자는 “UFG연습에서 1부 훈련은 정부의 전시체제 전환연습과 북한 침공에 대한 방어작전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2부는 과거처럼 반격작전이 아니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의 작전능력(IOC: 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 평가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핵심인 반격작전은 빠진다. 그래서 UFG 역시 ‘소 없는 찐빵’이 될 신세다. 더구나 한국 합참의장이 미래연합사령관 역할을 하는 IOC 평가는 현재 북한 군사위협에 대비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평가하고 훈련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합참 고위직을 지낸 예비역 장성은 “주한미군은 7월에 대폭 교체된다”며 “UFG연습을 지난해에도 하지 않았는데 올 8월에도 축소·변경하면, 새로 부임한 연합사 장교들은 한반도 작전을 경험할 기회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합참 작전을 책임졌던 다른 예비역 장성은 “반격작전을 하지 않으면 반쪽 훈련이 된다”고 했다. 더구나 새로 적용되고 있는 ‘작전계획 5015’는 폐기된 ‘작계 5027’과 달리 반격 시기를 당겨 신속하게 시행하는 게 특징이다. 육군 중장 출신인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연합사의 주임무가 훈련인데 이런 식이면 연합사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습하지 않는 프로 선수가 퇴출당하는 것처럼 연합방위체제의 존재 가치마저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에이브람스 사령관은 그제 언론사 인터뷰에서 연합훈련 조정(축소)에 따른 연합방위태세 약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판단이 맞는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모든 장병이 달인의 경지(mastery level)에 도달해야 한다’는 그의 눈높이에 맞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에이브람스는 전쟁 달인이지만, 그와 함께 하는 대부분 부하는 훈련 축소로 한반도 경험이 미숙하다. 더구나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숙련도와 전쟁준비태세는 더욱 심각해질 게 자명하다.
 
연합훈련 축소엔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이 크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훈련 조정은 군비통제차원에서 남북 합의로 이뤄져야 한다. 북한 동계훈련은 그대로인데 우리만 줄이는 게 합당한가. 트럼프 대통령도 훈련에 “돈이 많이 든다”고 했지만, 해외작전이 위주인 미군은 전 세계 누군가와는 훈련해야 한다. 그래서 한·미 연합훈련은 한반도 방위 차원도 있지만, 미군 자체 훈련에도 큰 비중을 갖는다. 따라서 이제 북한 눈치 보기식이나 ‘동맹=돈’ 인식의 훈련 축소는 이쯤에서 그만둬야 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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