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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같은 60%의 위력, 패스트트랙…문재인 정부 ‘전가의 보도’ 되나

중앙일보 2019.03.14 05:00
패스트트랙이 문재인 정부 개혁 입법의 ‘전가의 보도’가 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이 야 3당(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 원내대표에게 신속 처리(패스트트랙) 안건을 지난 12일 전달하면서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임현동 기자

장병완 민주평화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과 함께 검ㆍ경수사권조정 관련 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개혁 법안을 선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포석을 깔았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당의 공조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위한 개혁 입법을 자유한국당 때문에 더 미룰 수 없다. 4당 공조를 통해 국민과 입법 성과를 내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 도입된 패스트트랙은 국회법(85조의 2)이 정한 ‘안건의 신속 처리’를 말한다. 신속 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되면 일정 기간과 절차를 거쳐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는 정족수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다.
 
2009년 한나라당 의원들 ( 좌 ) 과 민주당 의원들이 1일 밤 국회 로텐더홀에서 쟁점법안에 대한 의견차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직권상정 촉구 농성장을 항의 방문했다. [중앙포토]

2009년 한나라당 의원들 ( 좌 ) 과 민주당 의원들이 1일 밤 국회 로텐더홀에서 쟁점법안에 대한 의견차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직권상정 촉구 농성장을 항의 방문했다. [중앙포토]

 
선거제도의 소관위인 정치개혁특위(위원 18명)는 한국당을 제외한 4당 위원(12명)이 67%이고, 공수처법의 소관위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위원 18명)는 11명(61%)이다. 13일 현재 재적의원(298명)의 구성도 4당 및 무소속 의원으로 60% 이상(179명)의 정족수가 가능하다.

 
민주당(128), 바른미래(29), 민주평화(14), 정의당(5) 소속 의원이 176명이고, 민중당 1명과 범여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 4명(문희상, 손혜원, 손금주, 이용호)을 합치면 181명이 된다. 이런 구도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패스트트랙에 올리면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만 바른미래당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인 ‘유승민 그룹’ 8~9명이 이탈하면 5분의 3이 깨질 수 있다는게 변수다.
 
지난 9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알릴레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 9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알릴레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청와대도 패스트트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법개혁 입법에 앞장서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9일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나와 “개혁 법안에 대한 지지가 80%가 넘는 여론과 국회 간에 괴리가 있다”면서 “330일의 경과 기간이 있지만 조금 앞당기면 올해 연말까지 법 개정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은 20대 국회에서 두 차례 시도됐다. 2016년 12월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법)을 처음으로 지정했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문제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컸지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상태였던 한국당은 재논의를 요구했다. 16명의 환노위원 중 10명의 찬성(62.5%)로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됐다. 이 법은 330일이 지난 지난해 11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27일엔 교육위원회에서 비리 유치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교육위 전체 14명 중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 9명(64.3%)이 표결에 참석했다. 한국당은 표결 전에 퇴장했다.
 
한국외대 이재묵 교수(정치외교학)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거대 양당 사이에서 소수 정당의 입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게임의 룰인 선거제도를 정하는 데 있어서 한 정당을 배제하게 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아주대 강신구 교수(정치외교학)는 “국회 선진화법을 만들 때 5분의 3이라는 숫자를 정한 것은 최대한 협의를 진행해 보라는 의미다. 정족수를 채웠다고 밀어붙이면 오히려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더 강렬한 반대에 정당성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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