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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인싸] 국회 안이한 성인식···'몰카 유포자 처벌' 두달 주저했다

중앙일보 2019.03.14 05:00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12일 여야가 맞붙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만큼 국회 기자들의 이목을 빼앗은 건 몰카 사건으로 귀국한 가수 정준영 씨였습니다. 유명 연예인이 여성들 십수 명의 몰카를 찍고 공유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성범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뜨겁습니니다. 그런데 성차별을 앞장서 뿌리뽑아야 할 국회의원들의 ‘성 인식’이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 것 같습니다.
 
['몰카 논란' 정준영, 초췌한 모습으로 귀?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 논란에 휩싸인 가수 정준영(30)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19.3.12/뉴스1

['몰카 논란' 정준영, 초췌한 모습으로 귀?불법 영상 촬영 및 유포 논란에 휩싸인 가수 정준영(30)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19.3.12/뉴스1

 
최근 ‘워마드(급진적 페미니즘 사이트)’에 대항하는 전사를 자처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하 의원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간한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을 비판하면서, “‘탈코르셋’은 여자들 브래지어 입지 말자고 해서 크게 논란됐던 운동”이라며 “해당 자료집이 ‘여성들을 위해 참 잘하는 운동’이라고 탈코르셋을 미화하고 있다. 성 평등이 아니라 성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탈코르셋’,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획일화된 여성의 미적 기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벗어나자는 취지로 화장·노출이 심한 옷 등을 거부하는 운동으로 최근 화제가 됐습니다. ‘탈코르셋’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하 의원의 발언에 대해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남자들도 안 하는 화장 안 하고, 몸을 과하게 압박하거나 드러내는 옷 안 입겠다는 건데 그게 왜 성 갈등 조장이냐”는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하 의원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약자는 청년 남성이다. 여성우대 법안을 모조리 조사해 효력시한을 두겠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에대해 한 동료 의원은 “하 의원의 발언이 일부 성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뉴스1]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8일 열린 세계 여성의날 기념행사 축사로 구설에 올랐습니다. 문 의장은 “요즘 서러운 게 남자다. 쉰 넘은 남자들에게 제일 필요한 게 뭔 줄 아느냐. 첫째 마누라, 둘째 아내, 셋째 와이프, 넷째 집사람, 다섯째가 애들 엄마”라는 농담을 했습니다. 이어 “요즘은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 아들 둘이면 동메달이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주변에선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최근 여성 커뮤니티에선 ‘리벤지포르노’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을 심사했던 지난해 9월 법사위 제1소위 회의록이 성토 대상이 됐습니다. 비동의 촬영물 유포죄를 검토하면서 당시 김창보 법원행정처차장이 “2차·3차 유포자는 단순 음란물을 유포하는 것에 불과한데 굳이 여기에 넣는 것은 균형이 안 맞다”고 하자 일부 의원들이 공감을 표했습니다.
 
당시 법사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양예원 사건’ 때문에 지금 (법 개정을)하는 건가. 뭐 하나 일 나기만 하면…”이라며 “과연 기본적으로 이게 맞는 자세냐에 대한 의문이 든다. 현행 법정형이 과연 그렇게 낮은가”라고 유보 의견을 밝혔습니다. 당시 회의참석자들이 공감하면서 해당 법안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뤄졌습니다. 결국 2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 27일 네 번째 회의에 참석한 금태섭(민주당)·이은재(한국당)·오신환(바른미래당) 의원 등이 강하게 개정 의지를 밝히면서 ‘몰카’의 2차·3차 유포자에 대한 처벌이 뒤늦게 강화됐습니다. 현재 ‘승리·정준영 사건’ 관계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성특법’이 이때 개정된 내용입니다.
 
송기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송기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물론 국회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직장, 임금에서 차별받는 여성이 없도록 국회가 노력하겠다”며 의지를 밝힐 만큼 정치권의 성 인지 감수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준영 사건’에 대해 “정준영이라는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몰카 범죄에 무감각해져서 성폭력을 묵인해 강간 문화를 재생산한 우리 사회의 문제”라며 “국가와 정치권은 지금껏 무엇을 해왔냐”고 말했습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일부 의원처럼 오히려 청년들에게 왜곡된 성 갈등을 유발해 표를 얻는 정치행위에 대해선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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