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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영변 원자로 여전히 가동 중”

중앙일보 2019.03.14 00:05 종합 1면 지면보기
북한 영변의 5㎿ 원자로가 여전히 가동 중이라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연례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안보리 15개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 공개된 이 보고서는 전문가 패널이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북한 안팎을 예의주시하며 작성했다.
 

“핵연료봉 인출, 우라늄 채광 정황”
서훈 “가동 중단” 국회 보고와 배치

대북제재위의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지난해 말부터 영변 원자로는 가동을 중단했다”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국회 정보위 간담회 보고 내용과 달라 파장이 예상된다. 66쪽 분량의 보고서는 “영변 원자로는 지난해 2월과 3월·4월에 며칠간, 그리고 9월과 10월 사이에 부분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을 뿐 영변 핵 단지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remained active)”고 평가했다. 반면에 서 원장은 지난 5일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북한의 영변 5㎿ 원자로는 지난해 말부터 중단돼 재처리 시설은 현재 가동 징후가 없지만 우라늄 농축 시설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대북제재위의 보고서 내용이 사실에 더 가까운 것으로 밝혀진다면 국내 대북 정보망에 커다란 허점을 드러내는 결과다.
 
대북제재위는 위성사진 판독 결과 지난해 9~10월 원자로 가동 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이 기간 사용후 핵연료봉의 인출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영변 핵시설 내 실험용 경수로(ELWR) 서쪽에 새로운 건물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거점 시설을 분산시켰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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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농축시설 가능성이 있는 ‘강선’에 대해서는 대형 트럭의 주기적인 움직임 외에 중대한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남포항이 석유 불법수입 허브 … 수중 송유관 확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12일 공개한 작년 6~8월 사이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북한 남포항 주변에 불법 환적 선적들이 몰려있다(위 사진). 위 사진의 오른쪽 원유저장시설 인근 위성사진을 확대한 결과 선박 측면에 수중 송유관 연결장치가 설치돼 있다, 대북제재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48차례에 걸쳐 해상에서 불법 환적을 통해 정제유를 밀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12일 공개한 작년 6~8월 사이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북한 남포항 주변에 불법 환적 선적들이 몰려있다(위 사진). 위 사진의 오른쪽 원유저장시설 인근 위성사진을 확대한 결과 선박 측면에 수중 송유관 연결장치가 설치돼 있다, 대북제재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48차례에 걸쳐 해상에서 불법 환적을 통해 정제유를 밀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

우라늄 광산이 있는 평산에서는 지난해 토사더미를 치우는 장면이 목격돼 우라늄 채광이 진행 중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재위는 특히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위해 은밀하게 원심분리기를 구매한 아시아의 기업 또는 개인들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선 해상에서의 금수품 밀거래 또한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재위는 “북한의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이 교묘해지고 그 범위와 규모도 확대됐다”면서 “석유제품의 불법 환적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평안남도 남포항이 불법 석유제품 수입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불법 환적된 유류제품을 지상터미널로 옮길 수 있는 수중 송유관도 확인됐다.
 
제재위는 “대략 23척의 유조선이 석유제품의 해상 환적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됐고, 그 가운데 6척이 절반가량의 물량을 담당했다”면서 안산1·천마산·삼정2·유손·금은산·새별(청림2) 등 6척을 지목했다.
 
대북제재위는 또한 북한이 사이버 해킹을 통해 외화벌이에 나선 정황도 포착했다. 북한 정찰총국의 지시를 받는 해커들이 지난해 5월 칠레 은행을 해킹해 1000만 달러(약 113억원)를 빼돌리고, 같은 해 8월에는 인도의 코스모스 은행에서 1350만 달러를 빼내 홍콩의 북한 관련 회사 계좌로 이체한 사실이 밝혀졌다.
 
보고서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에 걸쳐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암호화폐 거래업자에 대해 최소 다섯 번의 공격을 성공시켜 합계 5억7100만 달러(약 649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콩고민주공화국과 알제리, 시리아, 이란 등 27개국에 무기를 수출한 의혹 또한 제기됐다. 가장 수익성이 좋은 국가로는 이란이 꼽혔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최고급 전용차 또한 제재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과 롤스로이스 팬텀, 렉서스 LX 570 등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사치품으로 분류돼 북한에 대한 수출이 금지돼 있다. 이 중 벤츠 리무진은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카퍼레이드를 할 때도 쓰였다. 제재위는 “명백한 제재 위반”이라고 밝혔지만 북측으로 흘러들어간 정확한 경위는 알아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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