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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미세먼지, 컨트롤타워가 없다

중앙일보 2019.03.13 09:49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마스크와 우산을 쓴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마스크와 우산을 쓴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일주일 만에 서울 은정초등학교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미세먼지 있는 날도 체육 활동할 수 있게 하겠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은 공언이 됐다. "실외 운동장은 물론이고 교실에서도 숨쉬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전국 학교 공기청정기 보급률이 5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올림해도 전국 학교 교실 10곳 중 4곳엔 공기청정기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미세먼지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았다.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해 2년 전부터 전국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면 올해 연말 무렵이면 전국의 모든 교실에 공기청정기 한 대 정도는 설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세먼지 컨트롤타워 부재는 연관 산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제외하더라도 국내발 미세먼지 유발 요인을 이 잡듯 하나하나 점검했는지 의문이다. 바이오 중유가 대표적이다.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 농도를 30% 가까이 줄일 수 있는 바이오 중유는 이달 중순부터 전국 발전소에 보급되기 시작한다. 바이오 중유는 미세먼지 원인으로 꼽히는 황산화물을 배출하지 않지만, 그동안 정부 규제 등으로 화력발전소 5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음에도 규제나 법령에 막혀 당장 실행하지 못한 정책은 없는지 문 대통령이 직접 챙겨봤는지 묻고 싶다.
 
중국 정부에 중국발 미세먼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전략도 부재하다. 전략을 마련할 만한 컨트롤타워도 보이지 않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미세먼지 생성 원인은 매우 복잡하다. 전문가 분석을 뒷받침한 근거를 가지고 말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는 “미세먼지에 중국발 원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받아친 것이다.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시행된 지난 5일 세계 기상 정보를 시각화해 나타내는 비주얼 맵인 어스널스쿨로 확인한 오전 9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대기 상황.   중국과 한반도 부분은 초미세먼지로 붉게 표시됐지만 동해와 일본 쪽 대기는 깨끗하게 표시되고 있다. [사진 어스널스쿨]

닷새 연속 미세먼지 비상조치가 시행된 지난 5일 세계 기상 정보를 시각화해 나타내는 비주얼 맵인 어스널스쿨로 확인한 오전 9시 한반도의 초미세먼지 대기 상황. 중국과 한반도 부분은 초미세먼지로 붉게 표시됐지만 동해와 일본 쪽 대기는 깨끗하게 표시되고 있다. [사진 어스널스쿨]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복잡하다. 한국 정부가 근거로 세운 인공위성 사진 정도로는 중국 정부에 미세먼지 책임을 돌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논문 검색 사이트 구글 스칼라를 통해 초미세먼지(PM2.5)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백 건의 논문이 검색된다. 아이러니하지만 둘 중 하나는 중국 소재 대학이나 연구원에서 발표한 것들이다. 
 
조금 더 들어가면 인공위성을 활용한 미세먼지 농도 측정 및 예측과 관련된 중국발 논문은 2013년 이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논문마다 차이가 있지만, 인공위성을 통한 미세먼지 예측값과 실제 지상 측정값이 2배 가까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인공위성 사진이 과학적 증거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미세먼지 연구 결과를 충실히 쌓아가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미세먼지 측정 항공기를 지난해 연말 도입했다. 관련 연구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발 미세먼지를 중국산 마스크로 막는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미세먼지와 건강에 대한 논문도 쏟아내고 있어서다.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니 강 장관의 발언이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국내용 멘트'란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에 미세먼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공법은 단 한 가지다. 외교적인 노력과 동시에 미세먼지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관련 데이터를 충실히 모으는 것이다. 서해 상공 미세먼지 하늘길을 찾아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를 만들어 해외 전문가를 우선 설득하는 것이다.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발생원을 부인하는 중국 정부의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장관의 말 한마디가 아니라 과학적 연구 결과에 기반을 둔 데이터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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