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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 "영변 원자로 계속 가동"…국정원 보고와 대치

중앙일보 2019.03.13 06:19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는 북한 영변의 5㎿ 원자로가 여전히 가동중이라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안보리 15개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 공개된 연례 보고서를 통해서다. 전문가 패널이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북한 안팎을 예의주시하며 작성했다.  
 
그러나 대북제재위의 이같은 조사결과는 “지난해 말부터 영변 원자로는 가동을 중단했다”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국회 정보위 간담회 보고내용과 달라 파장이 예상된다.
 
대북제재위는 “영변 원자로는 지난해 2월과 3월 4월에 며칠간, 그리고 9월과 10월 사이에 부분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을 뿐, 영변 핵 단지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remained active)”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 원장은 지난 5일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북한의 영변 5㎿ 원자로는 작년 말부터 중단돼 재처리시설은 현재 가동 징후가 없지만, 우라늄 농축 시설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대북제재위의 보고서 내용이 사실에 더 가까운 것으로 밝혀진다면 국내 대북 정보망에 커다란 허점을 드러내는 결과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지난해 11월전까지의 영변 핵시설 활동을 근거로 한 유엔 제재위 보고서와 '작년말부터 가동이 중단됐다'는 국정원의 보고는 시점에 차이가 있으며, 이 부분에 있어 한미 간에 긴밀한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고 정보판단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지난해 8월 공개한 위성영상. 북한 영변 핵단지 재처리시설 화력발전소에서 옅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지난해 8월 공개한 위성영상. 북한 영변 핵단지 재처리시설 화력발전소에서 옅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대북제재위는 위성사진 판독 결과 지난해 9~10월 원자로 가동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이 기간 사용후 핵연료봉의 인출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제재위는 영변 핵시설내 실험용 경수로(ELWR) 서쪽에 새로운 건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거점 시설을 분산시켰다는 설명이다.
 
제재위는 또 우라늄 농축 시설 가능성이 있는 ‘강선’에 대해서는 대형 트럭의 주기적인 움직임 외에 중대한 변화는 없다고 전했다. 우라늄 광산이 있는 평산에서는 지난해 토사 더미를 치우는 장면이 목격돼 우라늄 채광이 진행 중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재위는 특히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위해 은밀하게 원심분리기를 구매한 아시아의 기업 또는 개인들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도 밝혔다.
 
보고서는 해상에서의 금수품 밀거래 또한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제재위는 “북한의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이 정교해지고 그 범위와 규모도 확대됐다”면서 “석유제품의 불법 환적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불법 해상환적 유류 수입의 '허브' 남포항의 위성사진. [연합뉴스]

불법 해상환적 유류 수입의 '허브' 남포항의 위성사진. [연합뉴스]

평안남도 남포항이 불법 석유제품 수입의 허브 역할을 맡았다. 불법 환적된 유류제품을 지상 터미널로 옮길 수 있는 수중송유관도 확인됐다.
 
제재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해상 환적 수법은 더욱 교묘해졌고 복잡해졌다.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헤드인 휴 그리피스는 NBC와 인터뷰에서 “이들이 사용하는 몇 가지 기술들은 제가 15년동안 해양밀매, 밀수 등을 조사해왔지만 본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10월 28일 북한 육퉁호의 불법 해상환적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8일 북한 육퉁호의 불법 해상환적 모습. [연합뉴스]

 
해상 환적의 통신수단으로는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중국 텐센트의 위챗이 사용됐고, 이를 통해 서로의 신원을 확인했다.
 
제재위는 “대략 23척의 유조선이 석유제품의 해상 환적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됐고, 그 가운데 6척이 절반가량의 물량을 담당했다”면서 안산1ㆍ천마산ㆍ삼정2ㆍ유손ㆍ금은산ㆍ새별(청림2) 등 6척을 지목했다.
 
지난해 6~8월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 모습. 점점 교묘해지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8월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 모습. 점점 교묘해지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콩고와 알제리, 시리아, 이란 등 27개국에 무기를 수출한 의혹 또한 이번 보고서에서 빠지지 않았다. 가장 수익성이 좋은 국가로는 이란이 꼽혔다.
 
대북제재위는 또한 북한이 사이버 해킹을 통해 외화벌이에 나선 정황도 포착했다. 북한 정찰총국의 지시를 받는 해커들이 지난해 5월 칠레 은행을 해킹해 1000만 달러(약 113억원)를 빼돌리고, 같은 해 8월에는 인도의 코스모스 은행에서 1350만 달러를 빼내 홍콩의 북한 관련 회사 계좌로 이체한 사실이 밝혀졌다.
 
보고서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9월에 걸쳐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암호화폐 거래업자에 대해 최소 5번의 공격을 성공시켜, 합계 5억7100만 달러(약 649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된 북한 국적의 ‘김광일’이라는 인물이 지난해 10월 17만9900달러(약 2억원)에 달하는 현금 뭉치를 소지하고 있다가 러시아 세관 당국에 체포됐다고도 밝혔다.
 
롤스로이스와 벤츠 등 지난해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등장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급 전용차가 제재 위반으로 판정받았다. [연합뉴스]

롤스로이스와 벤츠 등 지난해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등장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급 전용차가 제재 위반으로 판정받았다. [연합뉴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타고다닌 최고급 전용차 또한 제재위반이라고 판정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과 롤스로이스 팬텀, 렉서스 LX 570 등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사치품으로 분류돼 북한에 대한 수출이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제재위는 “명백한 제재위반”이라고 밝혔지만, 북측으로 흘러 들어간 정확한 경위는 알아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필사적으로 회피하는 동시에 미국에 대북 제재 완화 압박을 가하는 이중 플레이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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