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왕별희', 창극으로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중앙일보 2019.03.12 17:23
영화 '패왕별희'. 4월부터 창극으로 국립극장에 오른다. [사진 중앙포토]

영화 '패왕별희'. 4월부터 창극으로 국립극장에 오른다. [사진 중앙포토]

중국의 대표적인 경극 레퍼토리 ‘패왕별희’가 창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다음달 4∼14일 서울 장중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공연하는 창극 ‘패왕별희’다. 대만의 경극 배우이자 연출가인 우싱궈가 연출을 맡았고, 판소리 ‘억척가’ ‘사천가’ 등을 만든 소리꾼 이자람이 음악감독과 작창으로 참여했다. 
 
1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두 사람은 ‘패왕별희’에 대해 “시각 중심인 경극과 청각 중심인 창극의 장점이 미학적으로 융합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배우의 손끝 하나로 온 세상을 표현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동작 하나하나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경극에서 외적인 요소를 차용해 창극 ‘패왕별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리는 판소리의 전통을 100% 따른다. 
 
창극 '패왕별희' 우싱궈 연출(오른쪽)과 이자람 음악감독. [사진 국립극장]

창극 '패왕별희' 우싱궈 연출(오른쪽)과 이자람 음악감독. [사진 국립극장]

이자람은 “ ‘적벽가’룰 중심으로  ‘수궁가’ ‘춘향가’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을 참고해 삼아 작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극의 소리가 경극의 동작과 결합하면서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탄생했다”면서 “그 경험을 몸으로 하는 배우들이 부럽다”고 덧붙였다.  
 
‘패왕별희’는 장국영 주연 영화로 잘 알려진 이야기다. 춘추전국시대 한나라와 초나라의 전쟁,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립, 초한전쟁에서 패하고 자결하는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패왕별희'의 한장면. [사진 중앙포토]

영화 '패왕별희'의 한장면. [사진 중앙포토]

2년 전 김성녀 당시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부터 창극 연출을 제안받고  ‘패왕별희’를 레퍼토리로 제안했던 우싱궈는 “항우의 영웅성에 대해 이 시대 젊은이들과 함께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쟁에서 패한 항우가 왜 역사 속 영웅으로 남게 됐는지를 되짚어보며 승리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자는 의도다.  
 
우싱궈는 50년 동안 경극을 수련하고 연기해온 배우이자 경극의 현대화를 모색해온 연출가다. 1986년 창단한 극단 대만당대전기극장을 통해 서양 고전을 중국 전통 공연양식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1991년 셰익스피어의 ‘멕베스’를 경극으로 옮긴 ‘욕망의 제국’, 2003년 자신의 1인 10역 연기가 돋보인 ‘리어왕’ 등으로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 한국 관객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지난 한 달 동안 국립창극단 단원들과 함께 작업한 그는 “판소리에 경극적인 요소를 흡수시키기 위해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있다. 경극과 창극을 융합함으로써 더 큰 감동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판소리를 깨뜨리거나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다. 판소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노력의 일환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선 캐스팅도 공개됐다. 항우는 정보권, 범증은 허종열, 장량은 유태평양이 맡았다. 경극에는 없지만 창극에 추가된 인물인 맹인노파는 국립창극단 중견 배우 김금미가 맡아 창극의 도창 역할을 한다. 여주인공 우희 역을 남성 배우 김준수가 맡은 것도 이색적이다. 또 영화 ‘와호장룡’으로 제73회 아카데미 미술상을 받았던 예진텐이 의상디자이너로 참여해 경극과는 다른 창극용 ‘패왕별희’ 의상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