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2019.03.12. dahora83@newsis.com
미국의 입장이 하노이 회담을 기점으로 급선회한 게 주요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기류 변화의 원인에 대해 문 특보는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의 영향이 생각보다 컸다"며 “영변 핵 시설 정도로 연락사무소ㆍ평화선언ㆍ제재 완화를 하는 것에 대해 워싱턴 내에서 걱정하는 기류가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 증언 등 국내 요소가 존 볼턴 보좌관에게 정치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한ㆍ미 간 이견이 생긴 점도 언급했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이 앞서 강조했던 대로,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완전히 폐기하면 북한 비핵화의 불가역적 단계가 되고, 이어 유엔 안보리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 정부가 본 굿 딜이었다”며 “미국은 (이를)스몰 딜로 보면서 합의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북·미 협상 결렬의 귀책사유를 설명하면서 “예측 가능하지 않은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미국이 판을 깬 것”이라고 했다가 “미국 측 귀책 사유가 크다기보다 쌍방에 귀책사유가 있다”며 발언을 정정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미국의 비핵화 정책이나 입장은 일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비핵화 방식이 점진적·단계적 비핵화에서 일괄타결식으로 바뀌었다"는 문 특보의 지적과는 다른 답변이다. 이 당국자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인 이행은 하노이 회담 전부터 있었고 이런 미국의 입장이 달라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시험대 재개 움직임 등이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문 특보는 "사소한 악수(惡手)가 상황을 재앙적으로 몰고 갈 수 있다. 김 위원장도 미국과 각을 세워 제재가 심화되고 선군정치로 돌아가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발언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이를(동창리 움직임) 협상 레베리지로 사용한다면 상당한 악수가 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문 특보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당장 얻어갈 것이 없는 만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재개 정도의 선물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대신 지난해 5월처럼 판문점에서 깜짝 정상회담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문 특보는 한·미 동맹 및 주한미군 이슈와 관련해 “한·미 동맹이 쉽사리 해체되거나 하향조정은 안 될 것이라 보지만, 남북 관계가 개선된 상황에서 미국의 지나친 방위비 인상 요구는 보수 쪽에서도 회의가 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