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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무시무시한 번식력···대검찰청 토끼는 괜찮을까

중앙일보 2019.03.12 13:47
’뉴스 A/S’는 중앙일보가 보도한 기사 가운데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에 대해 다시 추적해보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 댓글 등으로 의견이나 궁금증 많이 남겨주세요. 책임지고 ‘A/S(애프터 서비스)’ 하겠습니다.
대검찰청에 자리 잡은 토끼. 부르면 다가올 정도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 김기정 기자

대검찰청에 자리 잡은 토끼. 부르면 다가올 정도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 김기정 기자

"대검찰청에 토끼가 산다"는 중앙일보 보도 이후 우려를 전달해 온 독자들이 있었습니다. 토끼의 강한 번식력 때문에 인근 지역 녹지가 황폐해지는 것 아니냐는 건데요.
 
한 독자는 "겉으로만 귀엽지 다섯 마리 보이면 50마리 있다고 생각하라. 토끼굴 미친 듯이 파대서 지하의 전선부터 목재 건물 기둥까지 깡그리 파먹는다"라고 걱정했고요. 또 다른 독자는 "호주 꼴 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는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호주는 19세기에 영국에서 야생 토끼 24마리를 들여왔다가 개체 수가 급증해 지금까지도 자연 황폐화로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하얀 토끼가 대검찰청 잔디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기정 기자

하얀 토끼가 대검찰청 잔디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기정 기자

하지만 일단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보도 이후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서 토끼들을 돌보고 있는 자원봉사자 한 분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보도 사진에 실린 하얀 토끼는 이미 지난해 중성화 수술을 마친 '성토 35번 수컷'이라는 겁니다.
 
대검에서 발견된 흰색 토끼와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성토 35번 수컷' 토끼.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는 표시로 왼쪽 귀 일부가 'V'자로 잘려있다. [몽마르트 공원 토끼 돌보미 제공]

대검에서 발견된 흰색 토끼와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성토 35번 수컷' 토끼.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는 표시로 왼쪽 귀 일부가 'V'자로 잘려있다. [몽마르트 공원 토끼 돌보미 제공]

'성토 35번' 토끼 사진을 전달받아 비교해봤는데요. 생김새는 물론이고 왼쪽 귀 위에 'V'자로 잘린 부분이 일치합니다. 이 표시는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는 표시라고 합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중성화 수술은 두 군데 동물병원으로 나뉘어 진행했는데 한 곳에선 'V', 다른 한곳에선 'ㅡ(일자)'로 귀에 표시를 새겼다고 합니다. 비교적 확인이 쉬운 'V' 표시 대신 '일자' 표시는 자세히 봐야 식별이 가능합니다. 중성화 수술 당시 토끼 미간에 봉숭아 물을 들였지만 지금은 물이 다 빠져 귀에 있는 표시를 통해 수술 여부를 판단합니다.
 
토끼 한마리가 대검찰청 잔디밭에서 토끼굴을 파고 있다. 김기정 기자

토끼 한마리가 대검찰청 잔디밭에서 토끼굴을 파고 있다. 김기정 기자

검찰에서는 대검과 대법원 사이에 '성토 35번' 토끼 외에도 네 마리 정도의 어른 토끼가 더 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나머지 토끼들도 중성화 수술을 마친 토끼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아직 인근에서 새끼토끼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토끼 돌보미 봉사자들은 몽마르트 공원과 대검 사이 울타리에서 구멍을 발견했습니다. 이 구멍을 통해 중성화 수술을 마친 토끼가 대검으로 이주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토끼 돌보미 봉사자들이 대검을 찾아 중성화 여부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몽마르트 공원과 대검 일대에 있는 토끼는 모두 몇 마리나 될까요. 몽마르트 공원을 관리하는 서울 서초구청 공원녹지과에 물어봤습니다. 구청에선 "성체 43마리를 중성화했다"며 "현재는 입양 또는 폐사한 개체 11마리를 제외한 32마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원봉사자들과 구청의 노력으로 이후 추가로 유기되거나 새로 태어난 토끼는 없다고 합니다.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 설치된 '토끼 보호' 표지판. 김기정 기자

서울 서초구 몽마르트 공원에 설치된 '토끼 보호' 표지판. 김기정 기자

 '몽마르트 공원 토끼 돌보미' 소속 자원봉사자 15명은 번갈아가며 개인 돈으로 급식소에 먹이를 채워주는 등의 활동을 하며 토끼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새로 유기하는 토끼가 없는지 살피는 것도 주요 임무입니다. 마지막으로 토끼 돌보미가 당부하는 말 한 가지만 전달할게요. "동물을 입양할 때는 가족을 한명 더 들인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유기되는 동물이 조금이라도 줄지 않을까요."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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