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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마음은 갈대…세일즈란 '흔들리는 갈대' 잡는 것

중앙일보 2019.03.12 13:00
[더,오래] 이경랑의 4050 세일즈법(10)
김대리는 오늘 뿌듯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하자 만난 옆자리 동료가 말을 걸었다. “어제 아내랑 이야기 나누다가…. 아무래도 보험을 하나 정도 더 가입해야겠는데, 혹시 지난번에 사무실에 다녀갔던 그 설계사분은 어때요. 추천해주실 만한 분이면 소개 좀 해주실래요?”
 
담당 보험 설계사로부터 평소 도움을 많이 받았고, 실력도 있다고 생각해 기회가 되면 주변 사람들을 소개해 주고 싶었지만, 괜히 서로에게 민폐는 아닐까 싶어 주저하고 있었기에 얼른 그 설계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험 가입을 하겠다는 사람이 잘 없어서이겠지만 설계사도 무척 기뻐하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고객의 마음은 갈대 같아서 상품을 필요로 하다가도 마음이 바뀌곤 한다. 정성 들여 몇 차례 준비한 제안서가 허사가 되는 경우도 생긴다. [사진 pakutas]

고객의 마음은 갈대 같아서 상품을 필요로 하다가도 마음이 바뀌곤 한다. 정성 들여 몇 차례 준비한 제안서가 허사가 되는 경우도 생긴다. [사진 pakutas]

 
일주일 정도 지나 김대리는 옆자리 동료에게 보험 가입을 했는지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 동료는 “상담을 잘 받았지만 생각해보니 담보대출도 너무 많이 남았고, 보험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어서 우선은 다음 기회로 미뤘어요. 소개해 주셨는데 그리되었네요.”라고 말했다. 분명 설계사가 제안서를 가지고 몇 차례 다녀가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타이밍이 안 맞았다는 생각이 드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보험설계 경력이 10년 가까이 되는 이팀장은 아침 일찍 고객인 김대리에게 전화를 받았다. 옆자리 동료가 보험에 가입하려 한다고 소개를 해주었다.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이니 보험료에 대한 부담도 없을 것이고 여러 가지 제안을 해달라고 하니 느낌이 좋았다. 급하게 미팅을 하자고 해 빠르게 제안서를 만들고 두어 차례 상담을 진행했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꼼꼼히 검토하는 성향의 고객이어서 최선을 다해 설계하고, 상담에 임했으니 좋은 소식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뜻밖에 결정을 미루겠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고객의 마음은 갈대 같다. 애쓴 일주일의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맥이 풀린다. 보험 영업은 역시 쉽지 않다.
 
흔히 있는 일이다. 나도 영업 현장에 있을 때 직·간접으로 경험해 본 일이기도 하다. 물론 갈대 같이 흔들리는 고객 마음도 많이 경험하면서 살고 있다. 보험 상품만 그럴까. 자동차도 그렇고, 전자제품도 마찬가지다. 법인 간 거래 관계에서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의사결정 대상의 규모가 크거나, 순간적인 판단으로 지출을 감행하기 어려운 상품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무엇 때문일까. 미성숙한 고객 탓일까. 아니면 세일즈맨의 고객 이해가 부족한 것일까.
 
고객의 본질적 니즈를 이해해야
마케팅, 세일즈에서는 ‘고객 니즈’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함을 뜻한다. 그러나 고객 니즈는 누가 결정하고, 누가 파악해 내는가의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고객이 ‘필요하다’고 표현하는 니즈는 스스로 판단한 것이기에 고객이 생각하는 수준에서 머무른다. 그렇기에 다양한 장애물이 발생하면 그 니즈의 크기는 줄어들게 된다.
 
고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니즈 이외에도, 숨겨진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사진 pakutas]

고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니즈 이외에도, 숨겨진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사진 pakutas]

 
반면에 고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건, 그렇지 않건 제품과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고객 니즈를 중심에 두게 되면 달라진다. 고객의 본질적인 니즈는 그 제품과 서비스가 왜 필요한지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세일즈 프로세스의 진전을 가져온다. 위 사례에서 보험 설계사 이팀장은 어떤 관점에서 고객 니즈를 이해했을까. 바로 고객이 스스로가 인지한 니즈에 머물렀을 것이다. 고객이 결정하는 니즈라는 의미이다.
 
고객 자신이 분명 니즈가 있다고 느꼈고 – 경우에 따라 매우 강력하게 – 표현했지만 프로세스가 진행되면서 한계를 드러낸다. 고객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고, 본질적 니즈의 규모를 잘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팀장은 첫 미팅에서 고객이 표현하는 니즈를 ‘당연시’ 하고 상담을 진행했다면 고객의 니즈가 강화될 기회를 놓친 셈이다.
 
곧장 제안, 혹은 상품 설명이라는 솔루션으로 상담이 진행된다면 고객이 스스로 만든 약한 지반 위에 혼자 성을 쌓아보고, 무너뜨려 보고를 반복하면서 검토하고 고민하게 된다. 여기에 몇 가지 장애물까지 출현하게 된다면 어떨까. 의사결정에 따르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떠올리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니즈는 축소되고 리스크나 장애물이 오히려 더 커지지 않을까. 소비자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모든 의사결정이 처음 계획한 대로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아니, 처음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이 결정을 독려하는 파트너, 즉 세일즈맨이 함께하게 된다면 실천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결정을 독려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 – 왜, 나는 이 상품을 사야 하는가- 에 관한 대화가 꾸준히 지속해서 전개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프로 세일즈맨이라면 ‘니즈의 발견’이라는 단어보다 ‘니즈의 개발’ ‘니즈의 강화’라는 단어를 더 자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이 말하는 ‘필요’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필요하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이라고 말하는 고객은 세일즈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세일즈 현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공부에 흥미가 없던 자녀가 학원을 다니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 학원에 등록하는 것보다도 아이의 생각을 물으며 '니즈'를 심도 있게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만약 공부에 흥미가 없던 자녀가 학원을 다니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 학원에 등록하는 것보다도 아이의 생각을 물으며 '니즈'를 심도 있게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공부에 도통 관심이 없던 자녀가 어느 날 갑자기 학원에 다녀야겠다며 좋은 학원을 알아봐 달라고 한다면? 공부하겠다니 환영할 일이니 주변에 좋다는 학원을 알아보는 절차를 재빨리, 딸의 마음 변하기 전에 진행하고 할 것이다. 딸의 결정이 꾸준한 실행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아이에게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공부하는 과정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학원을 다니는 것이 왜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등 충분히 ‘니즈’에 대한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니즈에 대한 대화를 나눌 찬스가 왔으니 잘 사용해야 한다. 학원을 알아보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도 공부를 하면서 어려움에 부딪칠 수 있지만 해낼 수 있다는 격려를 잊지 말고, 고민과 방황이 찾아올 때 언제든 부모에게 상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녀가 공부를 지속해서 실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같은 듯 다른 세일즈와 판매
세일즈맨이 ‘니즈 개발과 강화’ 절차를 생략하게 되면 고객이 거절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고, 설득할 것인가의 ‘기술’에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고객의 니즈는 세일즈라는 과정을 통해 개발되고 강화되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세일즈가 단순한 판매와 구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일즈맨은 기업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니즈를 개발한다는 것이 곧 시장을 넓히고, 니즈를 강화한다는 것은 고객의 만족도를 더 높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설득이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면 해결자의 관점을 넘어 상대방의 욕구와 필요를 자극해 그가 스스로 느끼도록 하는 니즈 개발과 강화의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직장 내 동료나 상사,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에 앞서,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극과 공감대가 중요함이 바로 ‘니즈의 개발과 강화’이기 때문이다.
 
이경랑 SP&S 컨설팅 공동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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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랑 이경랑 SP&S 컨설팅 공동대표 필진

[이경랑의 4050 세일즈법]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의 재취업과 창업을 위해서는 세일즈 역량이 필수다. 이제까지 세일즈가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4050 세대의 세일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해야 세일즈 적 마인드와 기술을 가질 수 있을지 몇 가지 핵심적인 방향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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