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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만원 펀딩 성공해 저소득층 학생 생리대 기부한 고등학생들

중앙일보 2019.03.12 07:16
저소득층 여자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직접 디자인한 배지와 키링을 판매해 1800만원 펀딩에 성공한 선유고등학교 페르보르 동아리 학생들. 최정동 기자

저소득층 여자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직접 디자인한 배지와 키링을 판매해 1800만원 펀딩에 성공한 선유고등학교 페르보르 동아리 학생들. 최정동 기자

3년 전 깔창 생리대가 이슈가 됐던 당시 중3이던 정윤아(18)양은 충격을 받았다. 정양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친구들을 돕기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정양은 그때부터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혼자 힘으로는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 후 동아리 친구들과 뜻을 함께했다.
 
111회 여성의날을 맞은 지난 8일 서울 선유고등학교에서 ‘페르보르’ 동아리 학생 중 3명을 만났다. 이제 막 고3이 된 이들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800만원을 모으고 비용을 제한 모든 금액을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과 결식아동 돕기에 기부했다.
 
페르보르는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다. 교육관련 토론도 하고 교사의 자질을 키우기 위해서 교육봉사도 한다. 동아리 부장을 맡은 정양은 “중학생때 거식증으로 영향불균형이 생긴 적이 있는데 당시 결식 아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죄책감을 느꼈다”라며 “이런 개인적 경험을 동아리원에게 솔직하게 공유하며 생리대 지원과 결식아동 돕기를 함께 할 수 있게 뜻을 모았다”라고 말했다.
 
동아리는 22명 모두 여학생이지만 선유고는 공학이다. 학생들은 생리대 지원 프로젝트를 하는 것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변혜영(18)양은 “옷이나 음식이 우리에게 생필품인 것 처럼 생리대도 생필품이다”라며 “생필품을 기부하는데 창피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임진희(18)양도 “소식을 들은 남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라며 “열심히 한다며 응원도 해주고 의견도 내며 도와줬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직접 생리대 흡수율 테스트를 진행한 모습. 101명 체험단을 모집해 직접 사용하고 평가하기도 했다. 크라우드펀딩사이트 캡처

학생들이 직접 생리대 흡수율 테스트를 진행한 모습. 101명 체험단을 모집해 직접 사용하고 평가하기도 했다. 크라우드펀딩사이트 캡처

학생들은 지원하고자 하는 생리대를 직접 엄선했다. 여러 업체 생리대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 촉감·흡수력 등을 꼼꼼히 비교했다. 학생 101명을 체험단으로 선정해 직접 써보고 의견을 받기도 했다.
 
두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 한 곳에 이메일을 보냈다. 정양은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하며 생리대 기부를 요청했다”라며 “하루 만에 업체로부터 답장을 받았고 1200개 생리대 후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소셜 펀딩 사이트 메인에 올라가며 큰 성공을 거뒀다. 하루 동안 500만원 어치를 판매하기도 하며 총 1800만원을 모금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캡처

이 프로젝트는 소셜 펀딩 사이트 메인에 올라가며 큰 성공을 거뒀다. 하루 동안 500만원 어치를 판매하기도 하며 총 1800만원을 모금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캡처

 
학생들은 크라우드펀딩으로 기금도 모았다. 여성가족부는 올해부터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생리대 바우처 제도를 도입했다. 지원 금액은 월 1만5000원이다. 하지만 유기농 생리대나 다양한 사이즈를 구매하기에는 금액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의 이 같은 기부의 손길은 여전히 소중하다.
 
펀딩은 동아리가 직접 제작한 배지와 키링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부모 가정이자 저소득층 가정인 지연(가명)이와 함께 직접 디자인했다. 월경을 상징하는 달과 여성의 나팔관을 뜻하는 나팔꽃 모양 배지의 가격은 하나에 6000원이다. 키링의 가격은 하나에 4000원이다. 배지를 사면 생리대를, 키링을 사면 결식아동에게 기부할 수 있다.
선유고등학교 페르보르 동아리 학생들이 펀딩을 통해 저소득층 여자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한 열쇠고리와 배지. 최정동 기자

선유고등학교 페르보르 동아리 학생들이 펀딩을 통해 저소득층 여자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한 열쇠고리와 배지. 최정동 기자

 
이 프로젝트는 펀딩 사이트 메인에 올라가며 큰 성공을 거뒀다. 하루 동안 500만원 어치를 판매하기도 하며 총 1800만원을 모금했다. 장기간에 걸친 페르보르의 프로젝트는 지난달 모든 펀딩 참여자들에게 키링과 배지 배송을 완료하며 막을 내렸다.
 
학생들은 펀딩 금액 중 제작비와 배송비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굿네이버스에 기부했다. 기부처도 학생들이 직접 선택했다. 한국 아이들을 돕기 위한 것이니 토종 NGO가 적합하단 판단이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생리대는 굿네이버스 협력시설 37개소에 기부되고 결식아동 지원금은 방학 중 위기가정 아동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여자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기 위해 펀딩을 통해 열쇠고리와 배지 등을 직접 디자인한 선유고등학교 페르보르 동아리 학생들. 최정동 기자

저소득층 여자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기 위해 펀딩을 통해 열쇠고리와 배지 등을 직접 디자인한 선유고등학교 페르보르 동아리 학생들. 최정동 기자

 
정양은 “1280명의 인터넷 후원자와 1100여명의 학생, 일본에 있는 교민까지도 함께 했다”라며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임양은 “우리가 기부한 생리대를 쓰는 친구들이 기분 나빠한다거나 너무 고마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을 다 같이 누리고자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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