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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 나오는 ‘탄’ 사용…1시간 400만원 챙긴 사기도박

중앙일보 2019.03.12 06:00
사기도박 이미지. [중앙포토]

사기도박 이미지. [중앙포토]

 
영화 ‘타짜’에서 나오는 속임수 카드 수법인 ‘탄’을 사용해 사기도박을 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 정선경찰서는 11일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폐장시간 무렵에 입장권을 발매하기 위해 대기 중이던 50대 남성에게 접근한 뒤 사기도박으로 400만원을 가로챈 A씨(59·서울)와 B씨(54·서울)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50대 여성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줄 서는 고객 대상 범행
"아침 같이 먹자"며 도박판으로 끌어들여

 
이들이 이 남성을 사기 도박장으로 유인한 수법은 영화 타짜를 보는 듯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기도박단의 ‘설계 과정’은 이렇다. 지난 5일 오전 4시쯤 강원랜드 카지노 매표소. 입장권을 사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서 있던 C씨(50) 옆으로 A씨가 다가가 말을 건넸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은 통성명하고 난 뒤 “같이 아침 식사를 하자”는 A씨의 제안에 인근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한 A씨는 대기하고 있던 B씨 등 일당 3명과 우연한 만남을 가장해 합석한다.
사기도박 이미지. [중앙포토]

사기도박 이미지. [중앙포토]

 
식사하면서 “카지노가 개장할 때까지 고스톱이나 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이들은 미리 잡아놓은 펜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을 보면 설계자, 바람잡이 등이 ‘호구’를 도박판으로 끌어들이는 영화 타짜와 비슷하다. 펜션에 도착한 이들은 세븐 포커 도박을 시작했고 1시간 남짓한 시간에 C씨는 400만원을 잃었다. 이들은 도박하면서 C씨에게 계속해서 술을 권했고 카드를 미리 준비한 탄으로 바꿔치기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강원랜드 주변 펜션 등에서 사기도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해 잠복하던 경찰이 현장에 급습하면서 끝났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C씨는 돈을 모두 잃은 상태였다. 경찰은 현장에서 속임수 카드인 탄 4묶음과 현금 1051만원을 압수했다. 탄은 사기 도박꾼들이 미리 정해놓은 순서대로 패가 나오게 해 상대방을 속이는 카드를 말한다.  
 
영화 타짜에서처럼 도박 기술자와 바람잡이들이 큰돈을 따기 위해 주로 쓰는 수법이다. 타짜의 주인공 고니(조승우) 역시 탄에 속아 큰돈을 잃고 도박판에 발을 들여놨다. 전찬범 정선경찰서 수사과장은 “강원랜드 카지노 인근에서 모르는 사람이 접근해 식사를 권하거나 도박을 하자는 제안을 하는 경우 조심해야 한다”며 “카지노 주변에서 활동하는 사기도박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기도박에 쓰이는 장비. [중앙포토]

사기도박에 쓰이는 장비. [중앙포토]

 
일반인들의 영화와 같은 사기도박 피해는 현실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울산의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50대 남성은 2017년 2월 “재미 삼아 고스톱이나 치자”는 옛 직장동료의 제안에 도박판에 발을 들였다가 1억6000여만원을 잃었다. 그는 도박할 때마다 정신이 흐릿해지고 심한 갈증과 손이 떨리는 등 이상한 증상이 이어지자 관련 내용을 경찰에 알렸다. 이후 이 남성과 경찰은 사기도박을 확인하기 위해 작전을 짰고 도박 당일 현장을 급습해 사기도박단을 모두 현행법으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그동안 음료수에 필로폰을 탄 뒤 이 남성에게 건넸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수거한 음료수를 분석한 결과 마약 성분이 나왔다. 사기도박단은 음료수를 마신 남성이 정신이 흐려지면 판돈을 올린 뒤 서로 짜고 도박을 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자가 손에 화투패 1장을 감추는 속임수로 도박판을 좌지우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울산지법은 지난해 1월 재력가에게 접근해 도박하자고 꾀인 후 마약을 탄 음료수를 먹여 거금을 뜯어낸 사기도박 일당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정선=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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