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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수부가 추진한 현대상선·SM상선 통합…시작부터 '암초'

중앙일보 2019.03.12 05:00
SM상선은 2017년 3월8일 한국~태국~베트남 노선(VTX)을 시작으로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에 들어갔다. [송봉근 기자]

SM상선은 2017년 3월8일 한국~태국~베트남 노선(VTX)을 시작으로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에 들어갔다. [송봉근 기자]

정부가 해운업계 1위 현대상선과 2위 SM상선 간 통합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해운 업황 악화로 SM상선이 경영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한 정부는 현대상선과의 통합이 해결책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SM상선과 현대상선은 물론 현대상선의 대주주 KDB산업은행까지 부정적 의사를 보여 통합 작업은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
 
대형화로 국적 해운사 육성 나선 해수부 
현대상선과 SM상선 통합 작업에는 해운업 진흥 정책을 담당하는 해양수산부가 중개자로 나섰다. 글로벌 해운업 경쟁이 화물 적재능력(선복량) 대형화 경쟁으로 치닫다 보니, 중형 해운사들은 경영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게 해수부의 시각이다. 해운업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업 1~3위 업체의 적재능력(11일 기준)은 1011만TEU(1TEU는 컨테이너박스 1개 적재능력)에 달했다. 현재 8만1500TEU로, 글로벌 점유율 0.4%에 불과한 SM상선으로선 경쟁력 확보가 녹록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해수부는 경쟁력 있는 국적 해운사를 육성하는 것을 해운업 재건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원양 해운업 경쟁력은 대형화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두 회사 간 통합이 경쟁력 확보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게 해수부의 생각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대상선·SM상선 협상 전부터 절충점 못 찾아
그러나 현대상선과 SM상선 간 '맞선'은 두 회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부터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해 정부 지원을 받아야 완전 자본잠식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 다른 회사를 인수할만큼 자금 사정이 나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수를 하더라도 SM상선이 가진 한진해운의 영업망 관리 소프트웨어와 일부 핵심 인력 통합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SM상선은 2016년 한진해운을 인수하면서 관련 자산도 확보하고 있다.
 
SM상선 역시 현대상선이 인수 의향을 보인 적도 없는 상태에서 해수부의 '주선'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오현 SM상선 회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SM상선을 현대상선에 매각할 것이란 업계 소문에 대해 "현대상선과 합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강도 높게 부인하기도 했다.
 
해수부로서는 이번 통합을 성사시키려면 결국 현대상선의 대주주 산업은행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민간 기업인 SM상선의 사유재산을 처분할 권리에 강제로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 경영진을 움직여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고 SM상선을 인수토록 하는 방법이 유일한 해법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다른 외부 주주가 있는 상장회사다. 인수 가격의 적정성 시비는 물론 향후 잠재 손실이 발생할 경우, 외부 주주들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책임을 산업은행에 물을 수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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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대형화하기보다 고부가 기술 투자 지원해야" 
전문가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원양 해운사 통합 작업을 두고 과거 파산한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메우려는 '뒷북 행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통합 작업이 해운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해운업은 호황과 불황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다. 대형화할 경우 호황일 땐 수익성이 좋아질 수 있지만, 불황일 땐 손실만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형화에 나설 경우 경제력 집중 억제를 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의 취지에도 역행할 수 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르웨이·핀란드·일본 등에선 스마트십·자율운항선박 등에 대한 발 빠른 투자가 이뤄지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해운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가 억지로 대형화에 나서기보다 고부가가치 기술이 향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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