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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프로야구 시범경기 중계 안 한다고?

중앙일보 2019.03.12 00:36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효경 스포츠팀 기자

김효경 스포츠팀 기자

프로야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23일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12일부터 총 40차례의 시범경기(팀당 8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중계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KBS N·MBC 스포츠플러스·SBS SPORTS·SPOTV)들이 시범경기 중계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꼭 중계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은 없다. 그렇지만 해마다 방송사들은 야구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시범경기를 중계했다. 지난해에도 하루 3~4경기가 전파를 탔다. 방송사가 중계를 하지 않을 경우 프로야구 구단이 직접 인력을 투입해 자체 중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자체 중계도 금지됐다.
 
방송사들이 시범경기 중계를 하지 않는 이유로 내세운 건 수익성이다. 김관호 KBSN 국장은 “한 경기 중계에 약 25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올해 시범경기엔 단 한 개의 광고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방송사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렇지만 야구 관계자와 팬들의 분석은 다르다. 시범경기를 중계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야구팬들은 방송사를 성토하는 댓글을 달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방송사와 KBO의 불화 탓에 야구팬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내년도 TV중계권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방송사들이 담합해 KBO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KBO는 그동안 방송사들이 갖고 있던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로 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가 참여한 통신·포털 컨소시엄을 최근 선정했다. 통신·포털 컨소시엄이 방송사 컨소시엄보다 더 좋은 조건(5년 중계권료 1100억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뉴미디어 중계권 입찰에서 떨어진 방송사들이 올해는 시범경기 중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SBS스포츠 김경수 스포츠전략팀장은 “케이블 방송 3사가 단체로 중계를 보이콧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다.
 
KBO도 팬들의 비난을 받을 만하다. 방송사와 중계권 협상을 할 때 시범경기를 중계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지 않은 건 난센스라는 것이다. 겨우내 야구 경기를 기다렸던 팬들은 시범경기를 볼 수 없다는 소식에 분노한다. 야구팬 전종현(37)씨는 “방송사들이 해마다 시범경기를 중계했다고 해서 KBO는 손 놓고 있었던 게 아닌가. 최소한 다른 방법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경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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