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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건너 초등학교 학생들 창문 열고 “전두환 물러가라”

중앙일보 2019.03.12 00:06 종합 5면 지면보기
전두환 광주 법정 출석 
광주시 동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왼쪽)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뉴스1]

광주시 동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왼쪽)이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뉴스1]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 출석한 11일 법원 안팎은 사죄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이날 낮 12시33분쯤 전 전 대통령 일행을 태운 검은색 승용차가 광주지법 후문에 도착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전두환은 사과하라”고 외쳤다. 전 전 대통령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경호원들의 안내를 받아 법정으로 향했다.
 

5월단체 회원, 시민들 피켓 시위
혐의 부인 소식에 차 막고 소동
연희동선 지지자들 “인민재판”

그는 “광주 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으시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또 다른 취재진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묻자 “이거 왜 이래”라며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광주지법 출석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했다. 예정 시각보다 1시간여 먼저 도착하면서 시민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법원 안팎이 술렁였다. 전 전 대통령 일행의 차량은 이날 오전 8시32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했다. 보수 성향 단체 회원 수십 명은 전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지지 집회를 했다. 일부는 “전두환 대통령님 광주 가지 마세요” “광주재판 인민재판”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전 전 대통령 차량은 충남 공주시 탄천휴게소에 정차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을 것으로 보였던 전 전 대통령은 차량 뒷좌석에서 내렸다가 취재진이 몰리자 다시 차에 탑승했다.
 
이날 오후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선 전 전 대통령이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으며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날 오후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선 전 전 대통령이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으며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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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들은 광주지법 도착 후 사과나 입장 표명 없이 법정으로 향한 전 전 대통령을 향해 “전두환은 사과하라”고 외쳤다.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예상보다 먼저 도착한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재판도 꼼수로 받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초등학생들도 동참했다. 광주지법 맞은편에 있는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창문을 통해 “전두환 물러가라” “사과하라”를 외쳤다.
 
5·18기념재단과 5월단체 회원 등 시민들은 주로 법원 정문 앞에서 전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사죄와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법원 입구 차량 통행로 주변 양쪽에 길게 줄지어 서는 인간 띠 잇기를 했다. 시민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전두환은 5·18 영령 앞에 사죄하라!’ ‘전두환은 5·18의 진실을 밝혀라’ ‘전두환은 역사 왜곡 중단하라’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광주지법 정문 앞에는 ‘헬리콥터는 있는데 사격은 없었다?’ ‘5·18 광주학살 원흉 전두환을 단죄하라’ 등 현수막도 내걸렸다. 알츠하이머병 등 건강 상태를 이유로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고 골프를 친 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피켓도 등장했다. 전 전 대통령이 허리를 숙여 골프를 치는 사진을 넣은 피켓에는 ‘본인이 말이야 알츠하이머병이다. 몇 번 쳤지?’라는 문구가 담겼다.
 
전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80) 여사의 얼굴 사진을 넣은 ‘29만원 지폐 피켓’도 들고 나왔다. 확대 인쇄한 5만원권에 이 여사의 얼굴을 합성한 피켓에는 ‘이십구만원’ ‘반민주화의 어머니’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날 인간 띠 잇기 현장에 나온 자영업자 박용해(59)씨는 “전두환이 온다고 해 치킨집 영업 준비도 미루고 왔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5월 영령과 광주 시민들 앞에 진정한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했다. 시민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빗속에도 자리를 지키며 재판이 끝나길 기다렸다.
 
전 전 대통령이 참석한 첫 재판이 끝나고 그가 혐의를 부인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시민들은 분노했다. 법원 정문과 후문의 시민들은 “전두환은 사과하라”를 외쳤다.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나와 1층 현관문을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살인마 전두환을 처벌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전 전 대통령은 수십 명의 취재진, 시민 등과 뒤엉켜 차량을 탑승하는 데 애먹었다. 전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여사 등이 탄 차량은 정문을 통해 광주지법을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사죄를 촉구하는 시민들에게 가로막혀 한동안 이동하지 못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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